• 최종편집 2024-04-20(토)
 
●김 혁 (재중동포 소설가)

 

 
 

해마다 크리스마스 시즌이면 꼭 나오는 영화가 있다. 크리스마스 특선이라는 이름으로 세계각지의 여러 영화채널에서 방영한다. “나 홀로 집에 (小鬼当家)”라는 영화이다.


1990년 미국에서 제작된 코미디영화이다.


8살난 아이 케빈은 부모들이 휴가차로 프랑스로 떠나면서 홀로 집에 남겨진다. 성탄절날 아이가 혼자 있는 집에 두 명의 도둑이 들이닥치고 아이는 홀로 도둑들을 맞서 나간다.


“나 홀로 집에”는 개봉한지 얼마 안되여 미국내에서 흥행률 1위를, 전 세계에서는 흥행률 3위를 기록했다. 결과 세계적으로 흥행수입 4억 7천만 딸라라는 기록을 올렸다. 그에 힘입어 시리즈로 몇부 더 제작되여 그냥 신화같은 흥행가도를 달렸다.


그후로 이 영화는 반드시 크리스마스 황금 시간대에 편성되곤했다. 2011년에는 5백만이 넘는 가구가 시청하여 력대 크리스마스 최고 시청률이라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크리스마스 이브인 어제저녁, 중앙텔레비방송 영화채널에서도 황금시간대인 9시에 이 영화를 상영했다.


“나홀로 집에”를 보면서 뜬금없이 홀로 집에 남겨진 우리의 아이들을 떠올렸다. 즐거워야 할 크리스마스에 청승맞은 하소로 들릴지도 모르지만…


부모없이 “나 홀로 집에” 남겨진 아이들, 이 아이들을 우리는 “류수아동(留守儿童)”, “편부모 가족”, "결손가정“이라 부른다. 이 문제는 현재 우리 조선족사회의 최대의 문제점으로 부상되였다.


리산(離散)으로 인한 조선족 가정문제가 심각하다는 얘기는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편부모 가족은 조선족의 도시진출, 출국로무열과 더불어 날로 늘어나는 추세이다. 지난해 연변조선족자치주 “조선족학교 결손가정자녀교양연구모임”에서 밝혀진 자료에 따르면 연변의 결손가정이 60%, 일부 학교의 학급은 지어 87%를 차지했다. 


과반수이상의 우리의 아이들이 “나 홀로 집에” 남겨진것이다. 


또 매체의 조사에 따르면 길림지역 7개중소학교에서도 편부모거나 부모가 곁에 없는 학생수가 재교생총수의 60.65%를 차지했다고 한다. 


이중에 부모가 리혼했거나 사망한 학생의 비례수는 12.3%인 반면 해외 로무송출로 부모가 곁에 없는 학생수는 67.4%나 달했다. 그중 량부모가 다 없는 학생비례수도 34.1프로, 적지않은 수자이다. 


료녕성 심양에서도 시내 5개 조선족소학교와 2개 조선족 중학교 학생 1천641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 결과 부모가 모두 있는 가정은 35%에 불과했으며 나머지 65%가 결손가정의 자녀였다.


조사 대상 가운데 부모가 리혼했다는 응답은 13.9%였으며 부모 가운데 한 명만 있다는 응답이 27%, 부모 모두 없어 조부모 등 친척과 함께 생활한다는 응답도 24.1%에 달했다.


이러한 집계자료에 따르면 결손을 초래한 가장 큰 원인이 바로 부모 쌍방 혹은 일방의 출국이였고 다음 부모의 리혼이였는데 사실상 부모 일방의 출국으로 인한 가족의 해체(리혼 및 외국인과의 결혼 등)가 큰 비중을 차지하기도 했다.


얼마나 많은 가족들이 현대판 “리산가족”의 비운을 겪고있는지, 얼마나 많은 자녀들이 동강나고 비여진 가족의 아픔을 겪고 있는지 모른다. 우리의 아이들은 이러한 삭막한 가정환경에서 생활면에서, 학업에서 다각적으로 좌절과 갈등을 겪고있다.


부모와 장기간 이별한 상태에서 스스로를 다독이며 살아가야만 하는 아이들의 증후(症候)는 심각하다.


강보의 아이들을 품에서 떼놓고 해외로 나가서는 5년, 6년 지어 20년까지 보내면서 지어 자기 아이의 얼굴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부모들의 사례는 한 집 건너 주변에 수두룩하다. 


부모의 사랑을 충분히 받지 못하고, 부모란 그저 한국에서 몇달에 한번씩 걸려오는 전화속의 목소리로 달마다 부쳐보내는 돈의 액면으로만 기억되는 아이들에게 부모는 낯익으면서도 낯설은 존재이다.


이런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은 공부에 골몰할수가 없고 학업이 뒤떨어지면 곁에서 부축여주는 보호자도 없이 결국 학교생활을 쉽게 포기하고 사회로 나와 떠돌이 신세로 전락해 가고 있다. 


그리고 비여진 자신의 책무를 돈으로 상환하려는 부모들에 의해 어려서부터 돈에 맛을 들인 아이들은 그 금전관에도 문제가 생기기 일쑤다. 


아이들은 너무나도 일찍이 금전만능, 한탕주의에 환혹되고 있다. 학교의 문제생들 대부분이 이런 가정에서 속출되고 있다는것이 사례와 집계로 증명되고있다.


아이들의 성격 형성과 사회적 관계는 많이는 부모를 통해 배우게 되는데 가정의 부재로 인한 “나 홀로” 아이들에게는 이런 환경이 비여지고 관계가 차단될 수밖에 없다. 돈을 벌어와 금쪽같은 자식들에게 쏟는다고는 하다지만 그 과정이 외려 가족간의 그리움과 애정에 목 말라가고 있는 자식들의 어린 가슴에 멍이 들게 하고있다. 부에 대한 집착과 그로인한 아이들에 대한 소외가 자녀들의 성장과 꿈과 미래에 상처를 덧나게 하고있는것이다. 가족 구성원이 줄어들고 비여 있는만큼 기쁨과 슬픔을 공유할 대상이 줄어들고 아이들은 외로움 지어 원망까지 키우며 살아가고있다.


이 문제를 절감하고 보호와 지원 시스템 마련 등 사회적인 거동이 일고는 있지만 날로 속출하고있는 이 군체에 대한 노력의 손길은 아직도 판부족이고 미비하다. 


이미 “빨간 불”이 켜진 우리의 공동체사회에서 결손가정으로 인한 사회적인 증후가 더욱 심하게 불거지지 않기 위해서는 마땅한 처방전의 마련이 화급하다.

영화에서 주인공 캐빈이 두볼을 감싸쥐고 비명을 지르는 장면이 압권이다. 그래서 영화의 포스터에도 올랐고 많은 배우들이 그 모습을 패러디 하기도 했다.

아롱다롱 성탄수가 불밝혀져있는 따뜻한 방안에서 부모와 풍성한 식탁에 오순도순 마주앉아 캐럴송을 부르며 재롱을 떨어야할 우리의 아이들이 지금 홀로 텅 빈 방에서 마음의 비명을 지르고 있지않을런지 모른다.

2014 12월 25일

“청우재”에서

김혁 - 재중동포 소설가, 용정.윤동주 연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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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혁 칼럼] 나 홀로 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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