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8(목)
 

■ 허강일

재한조선족들의 소비습관이 과소비로 굳어지면서 “돈을 벌겠으면 아는 사람들을 멀리하라”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달에 200만원을 버는 경우라 해도 전기세, 물세, 집세, 용돈을 떼고 나면 60만원을 적금하기 힘든 상황이다. 게다가 결혼식, 회갑연, 아이 돐잔치까지 줄이으면서 적금은 커녕 사장으로부터 가불해 쓰는 경우가 푸술하다.

불법체류로 14년 있다가 재입국신청을 위해 청도에 돌아온 김모(길림, 64세) 여인은 “한국행에 얻은 것보다 잃은 것이 더 많다”면서 “돈 모으기가 하늘의 별따기”라고 하소연하였다.

10여년전 길림지구에서 김치 장사로 소문놓았던 김모여인은 남편의 타계에 충격을 받고 한국행을 선택, 막노동으로 보낸 세월이 너무나도 아깝다고 하였다.

“가령 그냥 김치장사에만 전념했더라면 아마 지금쯤 큰 공장을 차렸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김모의 어조에는 후회가 가득 묻어있었다.

한국인과 거의 대등한 노임을 받는다고 하지만 소비는 한국인을 초과했다는 것이 지성인들의 지적이다. 한국인들은 결혼식에 가서도 1차로 끝나지만 조선족들은 2차, 3차 심지어 새벽까지 축제를 펼치기에 부조돈을 전부 먹어서 없앤다고 했다.

관혼상제에 2, 3만원 혹은 많아야 5만원하는 것이 한국인들의 부조습관이지만 조선족들은 기본으로 10만원을 들고 가는 것이 풍기다.

“주말이 무서워요.”

방문취업비자가 만기가 되어 돌아온 홍모(녕안, 여)는 주말이면 촘촘이 기다리고 있는 부조가 지겨울 정도라고 하였다.

“네가 쇠니까 나도 쇤다”는 식의 심태가 낳은 소비문화는 평일에 끼인 생일마저 주말로 미뤄가며 “보충잔치”를 펼치다 보니 어떤 날에는 하루에 두세집 부조하러 다녀야 할때도 있다고 했다.

한국에 체류한 시간이 길면 길수록 부조할 일이 더 많다는 것이다. 평소 연락 없던 사람마저 부조 받을 일만 생기면 연락한다고 했다.

“부조한 것만큼 돌려받는다고 하지만 아들 딸이 모두 중국에서 결혼한 저희 같은 경우는 부조 받을 일이 전혀 없잖아요. 그러나 울며겨자먹기로 갑니다. 인젠 고향사람도 사실 그렇게 반갑지 않아요.”

한국불법체류 17년차로, 17년만에 중국에 처음으로 돌아왔다는 류모는 불법체류에 대한 단속이 심할때엔 돈이 모아졌으나 불법체류에 대한 단속이 느슨해지고 유동이 자유로워진후부터 돈이 모아지지 않았다고 하였다.

더불어 사는 세상, 더불어 산다는 이유로 주말마다 모여서 흥청망청 탕진하는 것은 피땀을 팔아 돈을 버는 우리의 참된 자세가 아니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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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사람을 멀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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