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0(토)
 

[동포투데이] 올 시즌 시작이 어제 같은데 2016 슈퍼리그 30회 드라마는 이 가을의 끝자락에서 어느덧 막을 내렸다. 신만 알 수 있는 축구세계의 시나리오, 각본을 모르는 주인공들이지만 우리 선수들과 팬들은 각자 주어진 배역에 충실하며 올해 우리 민족에게 있어 최고의 드라마를 연출해냈다. 눈물과 웃음, 감동과 울림이 없이는 절대 볼 수가 없는 “불후의 명작”이었다.

그 드라마 속에는 시간이란 지우개로는 쉽게 지울 수가 없는 장면들이 있다. 다시 떠올려도 두눈이 뜨거워지는, 가슴이 뭉클해지는 혹은 볼 때마다 배꼽을 잡게 만드는 경기장면들. 올 시즌 가장 가슴에 남는 명장면 베스트 10을 연변축구와 함께 울고 웃으며 소중한 감동을 나눴던 모든 팬들과 공유하고자 한다.

명장면 베스트 1 _ “오너라, 내 아이들아!”_박태하 감독

캡처1.PNG▲ 명장면 베스트 1 _ “오너라, 내 아이들아!”_박태하 감독
 
골을 넣고 환호하며 달려오는 선수들을 두팔을 벌려 환한 웃음으로 맞이해주던 박태하 감독, 그 모습이 스크린을 통해 안겨오던 순간 골인의 기쁨은 천배가 되었고 감동은 만배가 되었다.

한적한 겨울의 들판에서 떨고 있던 연변축구를 선뜻 안아주었던, 우리 선수들의 마음을 무엇보다 우선 사랑으로 한가득 채워주었던 박태하 감독의 품. 연변축구가 날로 튼튼한 뿌리를 내리고 감미로운 열매를 맺기까지는 박태하 감독의 대지와도 같은 넓고 따뜻한 품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축구의 시나리오를 정녕 신이 쓰는 것이라면, 신을 감동시킨 것은 그 무엇으로도 흔들 수 없는 박태하 감독의 축구에 대한 철학이 아니었을까. 전에도 어느 한 글에서 썼다시피, 기적이라 불리우는 지난 2년동안 박태하 감독이 연변축구를 통해 이뤄낸 이 기꺼운 성과들은 오롯이 감독 인격의 승리이리라!

명장면 베스트 2_”연변, 그 이름을 위해서라면…”_오영춘

캡처2.PNG▲ 명장면 베스트 2_”연변, 그 이름을 위해서라면…”_오영춘
 
가슴이 저려와 차마 그대로 눈에 담을 수가 없었던 장면이 있다. 제17라운드, 상대의 험한 발길에 다쳐 거의 뜰 수 없을 정도로 팅팅 부었던 눈으로 끝까지 이를 사려물고 싸웠던 오영춘 선수. 그때 그 모습은 시간이 썩 지난 오늘날 다시 돌이켜도 가슴이 먹먹하다. 현장에 있는 팬들이 부상 당하는 순간, 퍽- 하는 소리까지 들었다고 하니 그 고통은 가히 상상하고도 남는다.

무엇이 그들로 하여금 그토록 몸을 사리지 않게 만드는가. 아픔도 잊게 하는 민족의 투혼! “연변”이라는 두 글자의 이름이 그 무엇보다도 소중했을 우리의 사랑스러운 선수들! 그들이 견뎌낸 인고의 시간의 두께만큼 우리는 올라섰다. 잔류라는 시즌 초기의 목표를 훨씬 뛰어넘어 황금빛 슈퍼리그 중위권에 우뚝 섰다.

명장면 베스트 3_“골이여, 응답하라!”_하태균

캡처3.PNG▲ 명장면 베스트 3_“골이여, 응답하라!”_하태균
 
29라운드 마지막 홈장에서 골을 넣은 뒤, 무릎을 꿇은채 차가운 잔디위에 머리를 묻었던 우리의 영원한 하신-하태균 선수의 모습에 수많은 팬들이 함께 울었다. 어떤 말로도 표현이 안되는 그 순간의 감정은 너무나 거대하고 강렬했기에 울어도 소리가 없었다. 그것은 어쩌면 팬들이 하신에 대한, 하신이 팬들에 대한 최고의 사랑과 최선의 예의였을지도 모른다.

눈부셨던 지난 한해에 비해 참으로 힘들었을 하신의 2016, 그 힘든 시간을 꿋꿋이 버텨내며 결국엔 자신과 감독과 팬들의 믿음에 아름다운 선물을 건넨 하신은 올해 드라마 중 가장 잊지 못할 스토리의 주인공임이 분명하다.

명장면 베스트 4_“웃음은 만능약”_김승대 

캡처4.PNG▲ 명장면 베스트 4_“웃음은 만능약”_김승대
 
올 시즌 힘든 고비를 거뜬히 넘긴 선수를 꼽자면 김승대 선수가 아닐까 생각한다. 한국에서 오기전부터 팬들의 엄청난 기대를 받았던 이유로, 그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 시즌 초기의 발휘는 더 불거진 논란을 일으켰을 것이다. 그 힘든 시간을 웃음속에 숨기려 했던 것일까. 아니면 웃음으로 힘든 시간들을 이겨내려고 했던 것일까. 그러나 논란의 그 시기엔 그의 밝게 웃는 모습마저도 일부 팬들의 입도마에 오르곤 했다.

8라운드, 장춘과의 홈장전을 시작으로 그때부터 자신의 진가를 남김 없이 드러낸 김승대 선수, 시즌 첫골이였음에도 아무런 세레머니도 없이 두손으로 얼굴을 만지다가 담담한 미소만 지을뿐이였다. 그것은 힘들었던 시간을 이겨낸 자신에 대한 선물, 감개무량한 웃음이었을 것이다.

명장면 베스트 5 _“내가 지신이다”_지문일

캡처5.PNG▲ 명장면 베스트 5 _“내가 지신이다”_지문일
 
지신이라는 성문 지킴이가 없었더라면 연변축구는 어쩌면 위기에 처했을지도 모른다. 올 시즌 지신의 활약은 눈부셨고 황홀했고 감동 그 자체였다. 공이 쇠덩이라면 지신은 흡사 거대한 자석과도 같았다. 99.9프로 골로 이어질만한 슛도 지신의 기적 같은 몸놀림에 요절을 면치 못했다.

지신의 매 하나의 선방이 물론 잊지 못할 명장면이겠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건 제 12라운드에서 경기중 골대에 기대어 서서 물병을 쥔채 경기장을 지긋이 바라보던 지신의 모습이었다. 모든 것을 겪어본듯한 세월의 향기가 한순간 그 표정에 응고된 느낌이라고 할까. 지신의 그 모습을 보며 정말이지 이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 신의 모습이 정녕 이런걸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명장면 베스트 6_“기회는 준비된 자의 몫”_애하매티쟝

캡처6.PNG▲ 명장면 베스트 6_“기회는 준비된 자의 몫”_애하매티쟝
 
먼 서부에서 와 우리의 형제가 된 애하매티쟝은 제17라운드 강소소녕전을 통해 우리 팬들의 머리속에 각인됐다. 그가 교체투입된지 무려 몇 분도 안되어 넣은 골은 팬들에겐 또다른 감동이었다. 거기엔 후보선수의 잠재된 가능성을 보아낸 기쁨도, 우리와 같은 소수민족 선수이기에 생긴 특별한 감정도 있었을 것이다.

올 시즌 통털어 출전시간이 얼마 안되는 그가 기회를 잡아 한골을 성사시켰다는 것은 참으로 행운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어쨌거나 우연인듯 필연인듯 그에게 찾아온 그 행운은 변함없는 한가지 도리를 알려주고 있다. “기회는 늘 준비된 자에게만 다가온 다는 것을.”

명장면 베스트 7_“골이다, 경례!”_니콜라

캡처7.PNG▲ 명장면 베스트 7_“골이다, 경례!”_니콜라
  
환상적인 프리킥으로 골을 뽑아 더욱 인상적인, 평소 일상사진에서도 패션이 돋보이던 멋쟁이라 더더욱 인상적인, 그리고 무엇보다 진지하고 숙연한 표정으로 경례하던 세레머니 때문에 절대 잊을 수가 없는 우리의 5번, 니콜라.

골을 넣고 박태하 감독한테로 달려오다가 제자리에 우뚝 멈춰선채 차렷자세로 거수경례를 하던 니콜라의 모습은 사랑스러웠다. 골을 넣은 그 기쁨과 영광을 감독님과 팬들에게 드린다는 의미었을까. 니콜라의 마음속 이야기는 알 수가 없으나 항주전에서 팬들이 다함께 차렷자세로 거수경례를 하며 니콜라의 이름을 불렀던 그 장면은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되기에 충분할 것이다.

명장면 베스트 8_“거부할 수 없는 매력”_박태하 감독

캡처8.PNG▲ 명장면 베스트 8_“거부할 수 없는 매력”_박태하 감독
 
자상하다, 침착하다, 신중하다, 친절하다, 겸손하다, 지혜롭다, 과감하다, 멋지다… 인격적인 찬양이 되는 형용사를 모두 쓴다고 해도 전혀 과하지 않을 우리 박태하 감독. 항상 팬들에게 보여지던 그 모습을 넘어 올 시즌 가장 뜻밖의 모습을 보여준 적이 있으니 바로 광저우 헝다의 코를 납작하게 눌렀던 경기, 28라운드에서였다.

박태하 감독의 이 모습은 일약 위챗을 휩쓰는 아이콘이 되었고 팬들은 “귀요미 감독”이라는 애칭도 부르기 시작했다. 사랑하는 감독의 명쾌한 모습에 팬들은 즐거워했고 행복해했다.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우리 가슴에 한가득 심어주셨으니, 박태하 감독이 책임 지고 오래오래 우리 곁에 있어주세요.”라는 가슴속 깊은 곳의 이 진심어린 뜨거운 “사랑고백”을 우리 감독께 꼭 전해드리고 싶다.

명장면 베스트 9_“무엇보다 타이밍”_스티브

캡처9.PNG▲ 명장면 베스트 9_“무엇보다 타이밍”_스티브
 
다른 팀 선수들의 지나친 가식적인 행위 때문에 내가 보고 있는 것이 축구경기인지 쇼인지 순간적으로 헷갈릴 때가 여러번 있었다. 아무리 리그 전체적 분위기가 어떻다고 해도 전혀 그 상황에 물들지 않은채 연변팀은 우리만의 축구세계를 구축하며 성스러운 축구정신을 만방에 보여줬다. “너무 온순하고 정직하게 뽈을 찬다. 가끔씩 우리 선수들도 정도껏 거칠게 그리고 엄살도 부려야 한다.”는 팬들의 목소리가 높아가던 시점에 팬들의 마음을 시원하게, 코믹하게 풀어준 선수가 있었으니, 바로 흑진주 스티브!

17라운드, 대방선수에 의해 넘어진 스티브가 한동안 일어나지 못하길래 이를 어쩌나, 가슴을 조이던 중에 머리를 감싼 팔 사이로 빼꼼히 내다보며 주변상황을 살피던 모습이 포착됐다. 심판이 다가오자 또 바로 고통모드로 돌변하던 스티브, 그 사랑스러운 “엄살자태”와 귀여움으로 가득찬 커다란 눈망울을 돌이키면 아직도 킥킥 절로 웃음이 쏟아진다.

명장면 베스트 10_“나만 알아듣는 그대의 말”_윤빛가람

캡처10.PNG▲ 명장면 베스트 10_“나만 알아듣는 그대의 말”_윤빛가람
 
“그대 말은 오직 그대를 사랑하는 나만이 알아들을 수 있다는 것.” 어쩌면 그것은 우리가 더 끈끈하게 하나로 뭉칠 수 있는 이유일지도 모른다. 16라운드, 심판의 행위가 눈에 거슬렸던(?) 윤빛가람 선수가 코너킥을 날리기 전에 심판을 향해 “감정토로”를 하던 모습이 제대로 카메라에 잡혔다. 분명 소리는 전해지지 않았으나, 단지 입모양만 보고도 팬들은 그 순간 다함께 빵- 터지고 말았다.

우리가 왜 웃는 것인지, 우리가 왜 우는 것인지, 그리고 우리가 왜 분노하는 것인지, 우리가 왜 열광하는 것인지를 말이 없이도 서로가 너무나도 잘 알기 때문에, 또한 그것은 우리만이 알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더욱더 하나로 뭉칠 수 밖에 없는 것이 아닐가 생각한다.

차가운 겨울의 시작, 이제 “연변축구”라는 드라마가 없는 넉달이란 이 “슴슴한” 시간은 올 시즌 연변축구가 우리에게 남겨준 그 여운과 추억과 향기로 어느 정도 “맛갈스레” 버텨낼 수 있을 것 같다.

2016 드라마의 기억이 아주 조금 색바래질 쯤, 우리 선수들과 팬들은 훨씬 더 멋진 모습으로 2017 슈퍼리그 드라마의 촬영현장에 나설 것이다. 내년 “연변축구 드라마”도 올해 못지 많은 재미와 감동이 가득하기를, 그 마무리 역시 우리 다함께 축제를 여는 해피앤딩이기를 기도한다.

p.s.이상 장면들은 쟝저후 일부 축구팬들의 기억을 모은 것이다. 우리 축구팬들의 마음이야 하나이니, 이 글이 팬들에게 올 시즌을 돌이킬 수 있는 행복한 추억의 시간을 선물할 수 있기를 바란다. 경기장면 관련사진을 열정껏 찾아서 보내주신 여러 팬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

글 : 김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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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연변축구 드라마” 명장면 베스트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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