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19(금)
 
 

●최학송

 

 

조선족은 조선반도에서 이주해온 과경민족이다. 19세기 후반으로부터 시작된 조선인의 중국 이주는 1945년 일제 패망 당시 근 200만명에 이르렀다. 일제의 패망을 계기로 이중의 절반 정도가 조선반도로 돌아갔으며 나머지 절반인 근 백만명은 계속 중국에 남아 생활해왔다. 이렇게 중국에 남은 조선인과 그 후손들이 우리가 오늘 말하는 조선족이다. 

 

오늘날 조선족 인구는 근 200만명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중의 절반 정도가 또다시 동북을 떠나고 있다. 지리적으로 보면 조선족은 이주 초기부터 연변조선족자치주를 중심으로 하여 주로 동북삼성에 모여 벼농사를 위주로 농업생산에 종사하면서 생활해왔다. 그러나 개혁개방 후, 특히는 1992년의 중한수교를 계기로 조선족은 장기간 생활해오던 삶의 터전을 떠나 해외로 관내로 이주하여 도시적 삶을 살아가고 있다. 

 

현재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조선족이 70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그리고 일본이나 미국 나아가서는 유럽에도 적지 않은 조선족이 생활하고 있다고 한다. 통계마다 일정한 차이가 있지만 일본에만 적어도 몇만명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외 북경, 상해, 광주, 청도, 위해 등 중국 연해지역에 진출한 조선족도 적어도 20, 30만명은 될 것이다. 이렇게 보면 오늘날 조선족 인구의 절반 이상이 동북삼성을 떠나 연해도시나 해외에서 도시적 삶을 살아가고 있다. 이제 조선족은 더는 농경민족이라고 할 수 없을 것 같다.

 

“세계”라는 말은 불교에서 나왔다고 한다. “세”는 시간을 가리키고 “계”는 공간을 가리킨다. 시간과 공간은 만물이 존재하는 기본형식으로서 사람들의 인식, 즉 세계관도 특정한 시간과 공간 속에서 형성되는 것이다. 조선족이라는 군체는 20세기 동북이라는 시공간 속에서 형성된 것이다. 때문에 오늘날 “조선족”이라는 단어가 갖고 있는 내포, 다시 말하면 “조선족”하면 떠오르는 이주, 개척, 투쟁, 벼농사, 사과 배, 주덕해 등 사건이나 인물들도 대부분 20세기 동북이라는 시공간과 밀접한 연관성을 갖고 있다.

 

20세기라는 시간은 이미 과거가 돼버렸다. 그리고 동북이라는 공간도 지금 바야흐로 과거형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북경, 상해 등 연해지역이나 한국이나 일본과 같은 해외에서 새롭게 생활의 터전을 마련하여 살아가는 조선족들에게 동북은 차츰 과거형으로 돼버리고 있으며 이들의 자식 세대에 이르러서는 동북은 선조들이 한동안 살았던 곳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과거가 되어버린 시간은 역사를 통하여 되돌릴 수 있으며 공간은 여행을 통하여 체험할 수 있다고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조선족이라는 군체의 지속적인 발전을 담보할 수 없다. 

 

“조선족”이라는 이 이름 속에 부단히 새로운 공통의 경험과 인식을 바탕으로 하는 내용물을 보충해  넣지 않는 한 언어와 문화, 역사를 배우는 것을 통한 정체성 보존은 한계가 있을 것이다. 

 

20세기 조선민족이 살길을 찾아 해외를 떠돌면서 중국조선족, 고려인, 재일조선인, 재미조선인 등 자신만의 독자적인 정체성을 가진 하위분류를  만들어낸 것처럼 21세기 조선족도 그 나름의 하위분류가 생기지 말란 법이 없다. 그리고 그런 하위분류가 외부의 충격과 흡인력에 어느 정도의 저항력을 갖고 있을지도 궁금하다.

 

때문에 조선족 지성인과 매체는 그 힘을 모아 각지에 분산되어 살아가는 조선족들에게 역사를 통한 과거를 배워주는 동시에 조선족이기에 가질 수 있는 기회와 좋은 점들을 공유시키는 것을 통하여 세계를 무대로 하는 21세기 조선족의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내고 그 과정에 “조선족”이라는 이름의 내포를 부단히 보충하고 갱신하여 조선족이라는 군체에 생기와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 

 

신문, 잡지, 라디오, 텔레비전 등 전통매체의 전파범위가 오늘날 조선족의 거주공간을 아우르지 못한다면 인터넷홈페이지나 스마트폰을 활용한 위챗 공공계정(微信公众号)과 같은 신흥매체를 통하여 조선족을 하나로 묶을 가능성은 있다.

 

문제는 조선족을 하나로 묶는 매체를 채울 내용물이다. 조선족이기에 가질 수 있는 기호와 가능성을 제시해주는 콘텐츠의 발굴이 시급하다. 물론 이런 내용물은 조선족이라는 신분을 지나치게 부각시켜 당지 사회와의 거리감과 반감을 조성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는 조선족 후속 세대들에게 정체성 혼란만 가중시킬 것이다. 


【최학송 략력】

 

성명: 최학송(崔鶴松) 

소속: 중앙민족대학 조선언어문학부

전공: 조선족문학, 재중조선인문학학력: 한국 인하대학 문학 박사연변대학 조문학부 문학 학사경력: 현재 중앙민족대학 조선언어문학부 부교수

 

주요 론저: 저서로는《재중 조선인 문학 연구》(2013)、《주요섭 연구》(2014), 역서로《1946년 북조선의 가을》(2006)이 있으며, 이 외에 《‘만주’체험과 강경애문학》(2007) 등 론문 20여편을 국내외 학술지에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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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화, 국제화 시대의 조선족과 그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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