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6(금)
 

● 우림걸

 


지난 2월 28일, 롯데그룹이 한국 국방부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부지 교환 계약을 체결했다. 국방부가 소유한 경기도 남양주시 6만7000m2 규모의 군 용지를 롯데가 가진 148만m2의 성주 골프장과 맞교환해 이를 사드 배치용 부지로 활용한다는 내용이었다.

 

이 소식은 중·한 양국에서 큰 파문을 일으켰다. 한국 정부에 사드 부지를 제공한 롯데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양국 국민들은 거세게 항의했다. 계약이 체결된 날 서울에 위치한 롯데 본사 앞에는 사드 부지 제공을 반대한다는 피켓을 든 시위대의 항의 시위가 이어졌다. 한국인들뿐 아니라 중국 네티즌들도 ‘롯데마켓(樂天市場)’이라는 웨이보(微博) 계정에 잇따라 불만의 글을 남겼다.

 

불과 1주일 만에 롯데는 중국 소비자들의 거센 압박을 체감했다. 롯데의 해외 사업부문 가운데 중국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 중국 롯데의 사업 범위는 24개 성·시에 매장 120곳과 백화점 5곳에 이른다. 또 한국 각지에 분포한 롯데면세점의 매출액 가운데 70%는 중국 관광객으로부터 나온다. 이 때문에 롯데가 중국 소비자들의 장기 보이콧을 유발하면 막대한 대가를 치르는 것을 물론, 한국 정부 사드 배치의 ‘희생양’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롯데그룹 계열사들의 주가는 연일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 재계 5위에 속하는 롯데 같은 대기업의 영업활동이 이처럼 엄청난 타격을 받고있는 것은 과연 누구의 잘못일까?

 

먼저 현재의 피동적인 국면이 초래된 데에는 국방부에 사드 배치용 부지를 제공하기로 한 롯데의 잘못된 결정 자체에 직접적인 원인이 있다. 롯데가 한국 정부와 교환하기로 한 토지가 일반 상업용지나 국방용지로 활용될 예정이었다면 이처럼 큰 논란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 문제는 롯데 측이 해당 부지가 일반적 용지가 아닌 국내외적으로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사드 배치용 부지라는 사실을 분명히 알고있는 상황에서 여러 반대 의견에도 불구, 토지교환 계약을 승인했다는 점이다. 이는 일반적인 비즈니스 의사결정이 아닌 명백한 정치적 의사결정이라고 볼 수 있다. 롯데는 앞으로 스스로 화를 자초한 대가를 무겁게 치르게 될 것이다.

 

두 번째로 자국 기업의 희생에도 아랑곳 않고 독단적으로 사드 배치를 강행한 한국 정부의 행태 역시 롯데가 뭇매를 맞게된 근본적 이유 중 하나다. 한국 정부는 사드 배치라는 국가 이익과 결부된 중대한 사안 결정에 대해 국회와 국민의 여론을 수렴하지 않고 오히려 여론과 사회의 분열을 초래했다. 게다가 자국의 민간기업을 논란의 중심에 올려놓고 막대한 손실을 입도록 방조한 정부는 결코 책임있는 정부라고 볼 수 없을 것이다.

 

중국 정부는 한·미가 주도하는 한국 사드 배치가 지역의 전략적 균형을 심각하게 깨뜨리고, 중국을 비롯한 지역 관련국들의 전략적 안보 이익을 훼손할 것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중국의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사드 배치를 강행하는 한편 자국 기업에게 토지 제공을 압박했다. 이 때문에 중국 소비자들의 한국기업 보이콧이 일어나고 중·한 관계가 후퇴하는 등의 결과가 초래됐다. 이런 정부는 주변국에 우호적인 정부라고도 볼 수 없다.

 

한·미의 한국 사드 배치 결정으로 인한 중·한 관계 급랭은 양국 국민 모두 바라지 않는 결과다. ‘결자해지(結者解之)’라는 말이 있다. 부디 한국 정부가 한반도 및 아시아 평화와 양국민의 이익을 위해 무엇이 정말 중요한지 하루빨리 깨닫기를 바라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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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배치의 ‘희생양’이 된 롯데, 누구의 탓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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