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수
어느 조선족 사이트에서 “고국도 아니고 모국도 아니다”라는 어이없는 글을 보게 되였다. 아래 이 글의 내용을 요약한다.
두 단어의 정확한 의미를 알기 위해 한국의 《표준국어대사전》을 찾아봤다.
모국: 1. 자기가 태어난 나라. 흔히 외국에 나가있는 사람이 자기 나라를 가리킬 때에 쓰는 말. 2. 따로 떨어져 나간 나라에서 그 본국을 이르는 말.
고국: 주로 남의 나라에 있는 사람이 자신의 조상 때부터 살던 나라를 이르는 말.
사전 해석이 알려주듯이 현재 중국에서 중국 국적으로 살아가고 있는 우리가 한국을 “모국”이라고 사용하는 건 옳지 않은 사용법이다. 한국이 일부 이민 1세의 모국이었겠지만 3대 4대에 걸치는 우리가 태어난 나라는 아니다. “고국”이라고 사용하는 건 더더욱 삼가해야 할 것 같다. 사전에 보면 “남의 나라에 있는 사람이…”라고 해석을 하고 있다. 즉 한국을 “고국”이라고 하면 스스로 지금 살고 있는 나라를 “남의 나라”로 인정하는 셈이 된다. 스스로를 이방인으로 만들고 있는 자세이다.
글은 사전해석을 근거로 조선족에게 한국은 고국도 아니고 모국도 아니라고 성급하게 판단하고 있다. 우선 바이두(百度) 백과의 해석을 보자.
모국: 문화상의 조국을 가리키는 말이다. 즉 다른 나라의 국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자신의 조상이 세세대대로 살던 나라를 이르는 말이다.
상술한 해석에 따르면 중국조선족은 한국을 모국이라고 부를 수 있다. 화교들이 미국국적을 가졌든 유럽 국적을 가졌든 모두 중국을 자신의 조국, 모국이라고 부르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리고 모국에 대한 《표준국어대사전》의 해석을 다시 보자.
모국: 주로 남의 나라에 있는 사람이 자신의 조상 때부터 살던 나라를 이르는 말.
“고국도 아니고 모국도 아니다”라는 글의 작자는 이 해석을 근거로 “중국조선족은 중국국적을 가졌기에 남의 나라에 사는 사람이 아니다. 고로 조상 때부터 살던 나라 한국을 고국이라고 부를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는데 상술한 사전해석에서 맨 앞에 “주로”란 말이 있다는 것을 주의해야 한다. 그러니까 “주로 남의 나라에 있는 사람이”지 이런 경우가 아닐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중국국적을 가진 조선족도 “자신의 조상 때부터 살던 나라”인 조선이나 한국을 고국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다. 우리가 조선이나 한국을 “모국”, “고국”이라고 부른다고 해서 스스로 지금 살고 있는 중국을 “남의 나라”로 인정하는 셈이 되는 것이 아니다. 더구나 스스로를 이방인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 아니다. 이는 자신이 속한 민족에 대한 사랑의 표현일 뿐.
전 세계의 화교들은 자신이 어느 나라의 국적을 가졌든 간에 모두 중국을 자신의 조국, 모국이라고 부르고 자신을 염황 자손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고국도 아니고 모국도 아니다”라는 글의 작자는 조선족더러 우리의 조상이 세세대대로 살던 나라를 “모국”, ‘고국”이라고 부르지 말란다. 우리 민족더러 조상도 모르는 인간 망종으로 되라고 하니 이 얼마나 어이없는 일인가?!
필자/김희수(중국)
BEST 뉴스
-
[연변 기행 ⑥] 한눈에 3국을 품은 땅, 훈춘 방천… 국경 끝에서 만나는 동북아의 역사
중국 지린성 훈춘시 방천민속촌 입구. 전통 양식의 대형 패루를 중심으로 조선족 문화 체험과 향토음식, 민속공연을 즐기려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인터내셔널포커스] 연길의 조선족 문화와 서시장의 활기까지 둘러본 연변 기행은 이제 동북아의 가장 동쪽 끝을 향... -
[연변 기행 ⑤] 연길 시민들의 부엌, 서시장에서 만난 연변의 맛
연길서시장 일각 (인터내셔널포커스] [인터내셔널포커스] 연길의 하루는 서시장에서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른 아침 시장 문이 열리면 주민들은 장바구니를 들고 하나둘 골목으로 들어선다. 관광객들에게는 여행 코스이지만, 연길 사람들에게 서시장은 오늘 저녁 식... -
[민국의 그림자 ④] ‘구국’을 내세운 투항…왕징웨이의 선택은 왜 실패했나
[인터내셔널포커스] 1910년 봄, 청나라의 수도 베이징에서 섭정왕 자이펑을 겨냥한 폭탄 암살 계획이 적발됐다. 주도자는 일본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20대 혁명가 왕징웨이(汪精卫·왕정위)였다. 체포된 그는 죽음을 각오한 듯 자신의 책임을 인정했다. 옥중에서 남긴 “칼을 끌어 한 번 통쾌하게 죽어 젊은 날의 뜻을 ... -
[연변 기행 ⑦]두만강이 들려주는 역사… 도문에서 만난 국경과 독립운동의 현장
중국 지린성 연변조선족자치주 도문시 국문(國門) 일대. 북한으로 이어지는 철도와 국경 관문이 나란히 자리한 중국 대표 국경도시의 모습. [인터내셔널포커스] 연변 기행 여섯 번째 이야기인 훈춘 방천이 '한눈에 3국을 바라보는 동북아의 끝'이었다면, 이번에는 두만강을 따라 서쪽으로 ... -
줄 하나 못 지키면서 관광대국을 말할 수 있나
인천국제공항은 대한민국의 관문이다. 이곳에서 외국인들이 가장 먼저 마주하는 것은 첨단 시설이 아니라 '질서'다. 그런데 최근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에서 일부 중국인 이용객 수십 명이 체크인 카운터가 열리자 차단봉 아래를 통과해 한꺼번에 뛰어가는 장면이 공개됐다. 정상적으로 줄을 서 있던 승객들은 순... -
[연변 기행 ⑧] 홍범도의 함성이 울려 퍼진 봉오동… 화룡에 새겨진 독립전쟁의 기억
중국 지린성 연변조선족자치주 화룡시 봉오동 전투기념비. 1920년 홍범도 장군이 이끈 대한독립군이 일본군을 격파한 봉오동 전투를 기리는 역사 현장이다. [인터내셔널포커스] 도문을 떠나 남쪽으로 자동차를 타고 달리자 두만강을 따라 이어지던 국경 풍경은 어느새 깊은 산세로 바뀌기 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