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1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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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포투데이] 다수의 미 언론 보도에 따르면 2일(현지시간) 미 하원은 많은 미국인을 놀라게 하는 투표를 실시했다.


이 투표는 인플레이션, 총기 폭력, 마약 남용 등 미국 사회가 직면한 골치 아픈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 아니라 400명 이상의 하원 의원에게 "모든 형태의 사회주의"를 규탄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미 민주당 의원 100명이 반대 또는 기권함으로써 미국에 대한 배반자라는 딱지가 붙었다.


미 주류 언론에 따르면 사회주의 규탄 결의안은 1월 25일 하원의 한 공화당 의원이 발의한 뒤 2월 2일 하원에서 지지 328표, 반대 86표, 기권 14표로 통과됐다.


이 결의안은 사회주의 이데올로기가 결국 공산주의 체제로 이어질 것이라며 미 의회에 모든 형태의 사회주의뿐 아니라 미국의 사회주의 정책에도 반대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이다.


이에 반대하는 미 좌파 언론들은 "대규모 총기 난사 사건, 경찰의 과잉 폭력, 집세 의료비 과다 등 미국 사회의 문제가 시급히 해결돼야 한다"며 "의회가 '사회주의 규탄' 투표를 서두르는 것은 미국 납세자들의 시간과 돈을 낭비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투표에서 사회주의에 대한 공격, 예를 들어 거짓 희망을 주고 소수에게 권력을 집중시키는 등 자본주의를 표현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꼬집었다.


이 “사회주의 규탄” 결의가 하원에서 통과된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은 아니지만, 총 100명의 민주당 의원들이 표결에서 반대표나 기권표를 던진 것은 눈길을 끈다.


이들 100명의 의원은 곧바로 공화당으로부터 '미국 배신', '사회주의 지지자'라는 낙인이 찍혔지만, 이들 중 사회주의 제도에 반대한다고 공언한 이들도 적지 않다.


그렇다면 왜 그들은 이 결의안을 지지하지 않는가?


민주당 정치인들은 더 많은 정치적 지지를 얻기 위해 지난 몇 년 동안 정부의 재정 지출, 특히 사회 복지 지출의 증가를 추진해왔다. 공화당은 민주당을 공격하기 위해 이를 사회주의와 동일시한다는 꼬리표를 붙였다.


따라서 이 결의안을 지지하지 않는 일부 민주당 의원들도 사회주의에 반대한다고 밝혔지만, 이 결의안의 내용에 사회주의에 대한 설명과 구체적인 정의가 담겨 있지 않고 정부의 사회복지 정책에 '사회주의'라는 꼬리표를 붙이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이를 지지하지 않고 있다.


또 공화당과 민주당이 정부의 부채 한도 인상을 놓고 정치적 공방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공화당이 민주당 의원들과 바이든 대통령이 재정지출 대폭 삭감에 동의해야 한다는 점을 들어 공화당이 '사회주의'로 간주되는 일부 복지정책을 포기하도록 바이든 정부를 압박하기 위한 투표라는 관측도 나온다.


또 유럽의 일부 미국 동맹국들은 쿠바, 소련, 중국의 사회주의 제도가 아닌 서방의 민주적 사회주의 제도를 채택하고 있고 미국에 우호적인 일부 국가에도 합법적인 사회주의 정당이 존재하지만 이 결의안은 미국의 동맹과 우방까지 비난의 대상으로 보는 격이라며 반대하는 민주당 의원들도 있다.


물론 소수에게 부를 몰아주는 대신 사회주의만이 미국을 공평하게 만들 수 있다는 반대표를 던진 민주당 의원들도 있었지만, 이들은 100명의 반대와 기권 의원 중 소수였다. 2019년 미국 여론조사기관 퓨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미국 응답자의 55%가 사회주의에 대해 부정적으로, 42%는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자본주의에 대해서는 긍정적이 65%, 부정적이 33%였다.


그러나 민주당을 '사회주의자'로 낙인찍고자 하는 공화당은 이런 세세한 것까지 신경 쓰지 않는다. 매카시 공화당 하원의장은 포스트에서 “사회주의 규탄을 거부하는 민주당 의원이 100명이라는 것은 끔찍하다"고 했다.


친공화당 폭스뉴스는 또 다른 공화당 의원들을 인용해 이번 투표로 민주당 내 사회주의자들의 면모가 드러났다고 전했다.


그러나 적지 않은 미국 네티즌들은 반체제 인사들에 대한 정치적 모독과 박해를 일삼던 1940~50년대 미국 사회의 '매카시즘'을 떠올리게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특히 이번 투표가 시작되기 전 CNBC는 미국 양당이 부채 한도 문제를 조속히 해결해 미국의 경쟁력을 키우려 하지 않고 정치적 공방에만 치중하고 있다며 미국의 라이벌인 중국의 조롱을 받을 것이라는 취지의 기사를 실었다.


그러나 기사는 미국 의회에서 정치인들의 자질뿐만 아니라 오늘날 미국의 정치 지형도 과대평가하고 있다. 또 미국 내 정치가 극단화되고 분열되면서 국력이 쇠퇴하고 자신감이 사라지면서 미 행정부 내 주사파 타도라는 편협한 조작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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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사회주의 규탄’ 투표, 놀라운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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