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0-09-22(화)
 

●도문시향상가 리원수


“따르릉, 따르릉…”제길,  알람이 끊기지 않고 울고있다. 나의 힘든 하루가 시작된것이다.낮이고 밤이고 알길없는 고시원이다. 나는 오늘도 새벽 5시30분에 잠자리에서 일어나야만 한다. 보도블럭까는 일에 나가야 하기때문이다. 요사이는 왜서 비도 안오는지 하느님도 무심하다고 욕하고 싶다. 연속 두주일동안 비 한방울 내리지 않고 계속 찜통더위다. 어제도 식염정을 몇개나 주어먹었는지 모른다. 땀이 흐르다 못해 처음에는 짜던 땀이 나중에는 맹물이 흐른다. 땀이 흐르지 않고 내 골수가 흐르는 같다. 그래도 랭수가 최고다. 일하다가 랭수를 벌컥벌컥 들이켜면 그래도 속은 시원한데 그 물이 바로 땀구멍으로 흘러나온다. 하는수 없이 또 랭수를 마시군 하는데 더운 열기를 식히기는 판부족이다. 어릴적에 읽은 소설 “락타샹즈”가 떠오른다. 내가  “샹즈”와 비슷하지 않은가?  21세기 현시대 “샹즈” .
 
 아침식사랍시고 콩나물국에 고시원 랭장고안을 뒤져 김치몇조각을 찾아먹고 일터로 향하는 전철에 오른다. 전철안은 현장일을 나가는 아저씨들로 붐빈다. 나는 구석쪽을 향해 자리잡고 앉았다. 피로가 쌓인 몸으로 출근길에 오르니 집생각이 불같다. 오늘까지 한국에 나온지 딱 스물하고도 이틀이다. 그사이 고기집에가서 하루일하고 전자회사에서 삼일 일했는데 다 짤렸다. 문제는 내가 일을 할줄 모르기때문이였다. 중국에서 공무원으로 사무상앞에서 신문이나 읽고 차물이나 마시며 컴퓨터나 다루던 내가 할줄 아는 일이란 정말로 없었다. 다행히 친척의 소개로 보도블럭까는 일을 하게되였다. 어렵게 얻은 일이라 힘들고 뭐고 가릴 경황이 없었다. “다음 역은 세류역입니다.” 전철안내방송이 귀를 간지럽히며 들려온다.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일터에 도착한것이다
 
“오늘 적어도 20아르는 깔아야 해.” 사장이 아직 이마에 피도 안마른 녀석이 쉰살도 넘은 반장한테 반말을 하며 지시하고있다. (아이쿠 오늘 죽었구나. 20아르면 저녁 퇴근전까지는 담배 피울새도 없이 일해야 하는구나.) 나는 머리가 다 뗑해났다. 오늘만은 제말 하느님이 선심을 베풀어서 비가 오게 하라고 기도드렸지만 오늘도 낮 최고기온이 34도란다. 비가 와야 하루라도 쉴텐데.
 
“아저씨는 보도블럭을 날라오고요, 저기 아저씨는 나라시를 하고요…” 반장님의 분부가 시작된다. 나는 밀차를 끌고 보도블럭 쌓은 곳으로 터벅터벅 걸어갔다. 한번에 서른두장씩은 날라야 한다. 아침이지만 밀차를 미는 내 등은 언녕 땀범벅이다. 안전화속도 물이 들어간 장화속처럼 질척거린다. 블럭을 실어다가 블럭까는 아저씨옆에 쌓아놓아야 한다. 블럭 깔때 도면에 따라 색상이 부동한데 블럭 까는 아버씨는 내가 붉은색을 많이 날라왔다느니 아이보리를 적게 날라왔다느니 불평이 많다. 아마 블럭 까는데 내때문에 속도를 내지 못하니 짜증내는것 같다. 눈치만 보인다.
 
벌써 몇번째인지 모른다. 물통의 물이 또 바닥이 났다. “어이, 아저씨 이리와.” 사장님이 나를 부른다. “편의점에 가서 얼음하고 물을 사와.” 만원짜리 한장이다. 나는 편의점으로 향했다. 물통에 감사를 드리고싶었다. 편의점안은 에어컨을 틀어놓아 아주 시원했다. 정신이 버쩍 난다. 랭동실에서 식용얼음 몇봉지와 삼다수몇병을 비닐봉지에 담아들고 값을 치렀다. 편의점을 나가기 싫었다.
 
늘쩡늘쩡 일하는곳까지 가니 다행히 사장은 보이지 않고 모두들 담배쉼을 하고있었다. 나는 얼음과 물을 물통에 넣고 종이컵에 물을 담아 반장님한테 권했다. 반장님도 교포다. 이젠 50도 많이 넘으신 분이신데 일솜씨가 재고 기술도 있다. 측량도 하시고 도면도 볼줄 알고 경계석도 잘 놓으신다. 그리고 절단기기술도 엄청 좋아서 우리는 땜빵할때 펜으로 긋고 자로 재고 하지만 반장님은 눈으로 보고 절단기로 쓱 자르면 백발백중으로 다 맞는다. 정말 탄복할만한 분이다. 같은 교포라고 나를 많이 챙겨주시는 분이다.
 
“이선생도 한대 하지.”반장님은 말보루담배 한개비를 나에게 건넨다. 나는 반장님이 주신 담배를 붙여물고 그늘을 찾아 앉았다. 해는 아직 동쪽하늘에 걸려있다. 언제면 점심을 먹을가? 아침을 먹는둥 마는둥 해서 벌써 배가 고프다. “이선생은 왜서 중국에서 그 좋은 직장을 버리고 여기 한국에 와서 개고생을 하오? 리해가 안가는구만. 우리 같은 농촌놈들이나 한국에 와서 돈이나 벌어서 로후나 챙기지.” “반장님두, 중국의 직장은 편하고 좋지만 고까짓 쥐꼬리만한 월급으로 집살림을 하고 부조를 하고나면 일전도 남는것 없답니다. 지금 중국도 몇년전과 달라 물가가 엄청 올라서 살기 힘들답니다. 그래서 한국에 와서 돈 좀 벌자고 직장도 버리고 온게 아니겠습니까? ” “그래도 늘그막에 퇴직금도 나오고 그럴텐데 직장을 버리는것은 조금 아깝지 않겠나? ” “지금 먹고 살기도 힘든데 언제 늘그막의 일을 다 고려하겠습니까? 애도 학원보내야 하고 집값도 할부로 물어야 하고 돈 쓸곳은 많고도 많은데 돈 나올데는 없고, 할수 없지요.”
 
멀리서 사장님의 그림자가 보인다. 우리는 피우다 만 담배꽁초를 발로 비벼끄고 다시 일을 시작했다. 한낮의 땡볕은 무자비하게 우리를 채찍질한다. 뒤잔등은 땀에 절고 해볕에 지지우다 못해 막 아리고 쓰리다. 장갑안의 손은 언녕 허옇게 퍼지고 얼굴은 술먹은 사람처럼 벌겋게 익어있다. 물통옆에 있는 식염정 통에 벌써 세번째로 손이 간다. 아무리 먹어도 효과는 별로다. 기계적으로 몸을 놀려 블록을 쌓고 나르고 할따름이다.
 
얼마나 일했을가? “식사하러 갑시다.” 라는 소리가 들린다. 벌써 점심시간인가보다. 우리는 땀벌창이 된 몸으로 식당으로 향했다. 오늘 점심메뉴는 백반이다. 점심먹을 기운도 없었다. 그래도 먹어야 한다. 먹어야 오후일을 하기때문이다. 숟가락을 잡아쥐였지만 손이 마구 떨린다. 보도블럭을 쌓고 나르느라고 손에 기운이 빠졌기때문인것 같다. 밥인지 모래알인지, 맛있는지 맛없는지도 모르고 점심식사를 끝냈다. 나는 주방으로 찾아갔다. 렴치를 불구하고 아줌마하고 청을 들었다. “아줌마, 소금물을 좀 타주시겠어요?” “뭔 소금물을 그래요? 몸이 안좋은가요? ”주방아줌마는 이상한 눈길로 나를 보는것이였다. “아니요. 땀을 많이 흘려서 염분을 조금 보충하려고 그럴뿐이예요. ” “아, 그래요? 아저씨 교포예요? ” “네.” “몸을 돌보시며 일하세요. 건강이 최고거든요.”아주머니는 측은한 눈길로 나를 바라보며 소금물이 든 양푼을 나한테 건네준다. “감사합니다.” 나는 소금물을 꿀꺽꿀꺽 마셨다. 속이 조금 개운해졌다.
 
식사가 끝나고 우리는 다시 일하는곳으로 가서 저마다 종이박스를 찾아들고 그늘을 찾아 누워있었다. 그늘밑이라해도 별로 시원하지도 않다. 한국은 매미가 어찌나 많은지 매미울음소리가 고막을 찢을 기세로 들려온다. 그늘밑에 누워있어도 그놈의 매미소리에 온몸이 찡찡 저려온다. 그래도 종이박스우에 누워있으니 편안하다. 안전화속의 발도 장갑속의 손도 오랜만에 바람을 쐬여본다. 땀이 너무 흘러내려 웃옷은 물론 팬티까지 땀범벅이다. 에라, 볼게 있냐? 나는 웃옷이고 반바지고 다 벗어버리고 팬티바람으로 박스우에 벌렁 드러누웠다.
 
오후일은 더 고달팠다. 며칠전에 물집이 져서 터진 발가락과 손가락이 아물지 못한채 빨간 속살을 드러냈다. 보도블럭을 쥘때마다. 해진 장갑사이로 손가락이 쓰려 어찌나 아픈지 숨이 다 넘어갈 지경이다. 게다가 걸음을 뗄때마다 물집이 터진 발가락이 안전화에 쓰려 피가 터지며 아픔을 호소한다. 안되겠다싶어 휴지를 꺼내서 발가락을 감싸주니 조금 아픔이 덜하다. “아저씨, 왜 그렇게 꿈질거려요? 아저씨 빨랑해요. 그렇게 해서는 오늘 물량을 완성못하거든요. 그렇게 한장씩 쌓아서 되겠어요? 넉장씩 쌓아요.  일당 8만원씩이나 받으면서 일은 왜 이렇게 못하는지.” 사장님의 불호령이다. 사장은 항상 내가 일을 못한다고 야단이다. 일당8만원, 중국돈으로 500원돈인데, 나도 일당이 높다고 이 일을 택하지 않았던가? 나는 죄를 지은 사람처럼 더 부지런히 움직였다. “쾅” 밀차에 실었던 보도블럭이 무너지면서 내 발등을 짓뭉갰다. “아이쿠.”나는 신음소리를 내며 그자리에 물앉았다. “어디 다친데는 없나? 조심하지 않구.”반장님이 제일먼저 달려와서 내 발우에 쌓인 보도블럭을 치워주신다. 다행히 안전화를 신어서 발은 다치지 않았다. “아저씨, 왜 그리 조심하지 않아요? 아저씨 예전에 보도블록을 깔아봤다고 해서 내가 받은건데, 아저씨 이런 일 해보았어요? 상하기라도 하면 병원비를 누굴 대라고?”사장님은 또 푸념질이다. 벨이 울컥 치민다. 누구는 상하고 싶어 상하는가? 누구는 조심하지 않아서 그러는가? 맨날 빨리빨리 해라고 해서 빨리하느라고 그러다가 사고친거지. 그래도 참았다. 지금은 일자리도 찾기 힘든 세월에 어렵게 얻은 일자리인데. 게다가 일당도 그만하면 초보자치고는 높이 주고하니…
 
저녁 여섯시이다. 저녁식사시간이다. 그래도 사장은 밥먹으러 가라는 말도 없다. 오늘 물량을 완성못했기때문이다. 나는 이제는 내 몸같지 않은 몸을 겨우 지탱하면서 밀차를 끌었다. 내가 밀차를 끄는지 밀차가 나를 끄는지? “이젠 그만 합시다. 저녁식사를 합시다. ” 고마운 반장님의 말씀이다. 사장님은 한켠에서 보기만 한다. 우리는 줄레줄레 연장을 정리하고 식당으로 향했다. 저녁에는 그래도 시래기국에 편육볶음이 나왔다. 나는 공기밥을 추가로 하나 더 먹었다. 난생처음 이렇게 밥을 많이 먹어본다. 중국에 있을때에는 항상 고양이밥처럼 먹는다고 안해한테 야단맞았었는데. “아저씨, 이리 와봐요.” 주방아주머니가 나를 부른다. “아저씨, 이걸 마셔요. 소금물이예요. ”아주머니는 양푼에 든 소금물을 내민다. 배가 불렀지만 쭉 단숨에 마셨다. 짭짜름하고 달콤했다. 아주머니가 소금물에 설탕을 섞어 풀어준것이다.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다. “감사합니다. 번마다 페를 끼쳐드려서.” “아니, 뭘 고마울게 있다고 그래요. 저도 교포예요.” 아주머니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나에게 말한다. 그러는 아주머니가 꼭마치 고향사람을 만난듯 반갑고 고마왔다.
 
공짜커피를 한잔 뽑아들고 나는 전철역으로 향했다. 한시간넘게 전철을 타야 고시원에 도착할텐데. 몸은 물먹은 솜처럼 나른하다. 전철안은 시원했다. 내가 앉은 옆자리가 비여있지만 누구도 내곁에 와 앉으려 하지 않는다. 주위의 시선이 따갑다. (래일에는 역화장실에서 땀이라도 씻고 전철을 타야지.) 하면서 나는 졸기 시작했다.
 
드디여 고시원에 도착했다. 시원히 샤워를 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찜통더위속에서 하루를 보내고 나니 네각이 다 물러나는것 같았다. 너무 더워 환풍기를 돌려도 땀은 줄줄이 흐른다. 그래도 자야 한다. 자지 않으면 래일 일을 못나가니깐. 자리에 누우니 중국에 있는 가족이 사무치게 그리워진다. 전화기를 꺼내 안해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 일은 힘들지 않아요? 더운데 고생많아요.” “아니, 일은 힘들지 않고 더워도 괜찮소. 쉬는 시간도 많고…” “아빠, 보고싶어요. 아빠, 사랑해요.” 가족이 힘인가보다. 전화를 하고 나니 금방 기운이 나는것 같다. 가족을 위하여 이국땅에서 고생을 하여도 보람을 느끼는것 같다. 여보, 사랑해, 이쁜 내 딸 사랑한다.
 
그날 밤 나는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 나는 안해와 딸애를 보았다. 안해는 딸애와 함께 공원에서 재미있게 물놀이를 하고있었다. 나도 그들과 함께 물놀이를 하고싶었다. 그들한테도 달려갔다. 그러나 두발은 땅속에 묻히기라도 한듯 끔쩍도 하지 않는다. 나는 억지로 두발을 움직여 본다. 그래도 움직이지 않는다. “어--”나는 고통의 신음을 토했다. 왜 이렇게도 움직일수가 없는지. 너무도 그들한테로 다가가고싶었다. “어--”나는 또다시 신음을 토했다. 두눈이 번쩍 떠졌다. “따르릉, 따르릉--”알람소리가 귀청을 째며 들려온다. 또 새로운 하루가 시작된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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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위하여 가족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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