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한국생활수기] 한국 돈벌이 변주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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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생활수기] 한국 돈벌이 변주곡

기사입력 2014.12.03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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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광일
 
한 사람의 인생에서 2년이란 세월은 매우 짧은 순간에 지나지 않지만 종섭이가 한국에서 돈벌이를 위해 전전한745일은 그가 예순이 넘도록 살아오면서 잊지 못할 추억들을 가장 많이 남긴 나날들이기도 하다.

종섭이는 진 방송소 소장직에서 정년 퇴직을 한뒤로 몇년간 할일 없어 그냥 동네 노인들의 활동에 참가하면서 마작 치기도 하고 그것이 재미 떨어지자 무도장에 다니며 여자를 껴안고 춤도 춰봤지만 하루하루 보내는 세월이 허무했다.
 
그러다가 남들이 한국에 가서 돈을 벌어 와서는 새 아빠트를 사고 고급 식당에 들락거리면서 사치스런 생활을 누리는 것이 무척 부러웠고 자신도 아직 일할 수 있을 때 돈을 벌어 부자가 되고싶은 속마음이 굴뚝처럼 일어섰다.

때마침60 세이상 조선족동포 노인은 별다를 서류 없이 한국 비자를 낼 수 있다는 소식을 전해듣고 노친과 함께 심양에 있는 한국영사관에 직접 가 비자 신청을 했다.드디어 그들에게 비자가 발급되어 한국땅을 밟을 수 있게 됐다.
 
한국에 도착해 처음 찾은 일자리는 양계장이었는데 종섭이가 해야 할 일은 찌물쿠는 닭장 안에 들어가 외바퀴 밀차로 닭똥과 오물을 쳐내는 일이였다. 더럽고 힘든 일이었지만 이제 열심히 일하기만 하면 목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에 일단 시작해 보았지만 닭장 안의 냄새가 어찌나 고약한지 어지럼증이 막 날 정도였다.그런건 억지라도 견딜 수 있었지만 그 나이 먹도록 힘든 일 못해봤던 종섭이는 무거운 외바퀴 똥밀차를 밀려고 하니 중심을 바로잡지 못해 비청거리며 넘어져 닭똥 무지에 빠진 적도 한두번이 아니다.
 
《젠장 이게 무슨 꼴이람 그나저나 책상 머리에 앉아있던 국가 간부였는데 그만한 퇴직금이면 집에서 별 걱정 없이 살 수 있는데 이국땅에 와서 똥치개질 하다니……》

중국에 있을적에 한국에 갔다온 사람들이 돈 벌기 쉽지 않다는 말을 자주 들어왔지만 실제로 겪어보니 상상이외로 힘들었다. 그러나 중국에선 상상도 못할 정도의 월급을 받을 수 있으니 억지로 참고 견디면서 일을 하는 것이다.

종섭이가 그처럼 허둥대며 일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사장은《아저씨 중국에서 뭘 했기에 밀차도 밀줄 몰라?이게 뭐야 깔끔하게 쓸어내.》라고 버럭 소리 질렀다.

《죄송합니다 생전 이런 일을 처음 하다보니…양해해주십시오.》

《손이고 얼굴을 보니깐 일을 해본 사람은 아니구먼.》

이어 사장은 종섭이 전에도 중국동포 몇몇이 이곳에 와서 일하다가 며칠도 안돼 그만두고 가는 바람에 오물을 제때에 쳐내지 않아 이렇게 많이 쌓여 있다고 덧붙였다.
 
종섭이는 오로지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에 이를 악물고 하루에 12시간씩 일을 하면서 쌓여있던 오물들을 깨끗이 쳐냈다.

어려운 첫 고비를 넘기고 일에도 조금씩 익숙해지면서 한 20일간 일하던 도중 뜻밖의 사건이 일어났는데 글쎄 사장의 아내가 다른 남자와 바람 피우고 집에 재산을 몽땅 털어가지고 잠적해 버렸던 것이다. 이에 화가 난 사장이 약을 먹고 자살을 시도했는데 다행히 목숨은 건졌지만 사람도 알아못보는 식물인간이 되고 말았다.그후 빚군들이 달려들어 쓸만한 것들을 마구 거두어가는 바람에 양계장은 하루 아침에 풍지박산나고 말았다.
 
종섭이한테는 참으로 청천벽력과도 같은 사건이었다. 식물인간이 된 사장도 안타까웠지만 그동안 힘들게 일한 보수는 어디가서 받는단 말인가. 그가 속수무책으로 탄식만 하고 있을 때 그의 아내가 일하고 있는 양계장 사장이 받지 못한 임금은 자신이 줄터니 와서 같이 일하자고 했다.《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는 말은 바로 이를 두고한 말이 아닌가. 종섭이는 기쁜 심정으로 그 양계장에 갔다.
 
종섭이는 돈을 버는 것도 좋지만 이십여일간 아내와 떨어져 살아보니 아내의 따뜻한 손길이 그리워나고 편한 속 얘기를 할 수 있는 대상이 없어 많이 적적하던 차라 이젠 아내와 함께 일할 수 있다는 것이 더 좋았다.
 
종섭이가《여보 당신을 만나니 살것같소 이제부터는 당신이 끓여주는 밥을 먹으면서 일도하고 말동무도 하며 의지할곳도 있어 시름이 놓이오》라고 하니 아내도《그래요 인젠 돈을 좀 적게 벌더라도 이곳에서 함께 일합시다.》라고 기뻐하는 것이였다.

그들은 사장이 얻어준 자그마한 방에 자리를 정하고 자체로 때시걱을 끓여 먹으면서 아침 일찍부터 저녁 늦게까지 휴식일이 따로 없이 설날도 추석날에도 돈을 버는 재미에 열심히 일했다.

이 양계장의 사장은 오십대의 중년 여성이었는데 마을사람들은 로처녀라고 했다. 그게 사실인지 여부는 모르지만 확실히 남편도 없고 자식도 없었다.

젊었을 때 혼인 문제로 좌절을 당하여 크게 감정을 상했던 탓인지 아니면 “로처녀” 과부로 나이 오십 먹도록 싱글로 살아오면서 성격이 이상하게 변했는지 저녁마다 “참이슬”표 소주 한병씩은 랭수 마이듯 굽을 내고는 노래 기계를 틀고 노래하고 춤추며 혼자 놀군 했다.

그러던차 종섭이가 오게 되자 “로처녀” 사장님은 술동무가 생겼다면서 저녁 이면 술상을 차려놓고 청해들여서는 함께 술을 마시군 하였는데《중국 아저씨 술친구가 있어 참 좋아요 우리 함께 술마시고 재미있게 놀자요.》라고 하면서 자꾸 술을 권하는것이였다.종섭이도 원래 술도 착착하고 놀기도 좋아하는지라 사장님과 함께 술도 마시고 노래도 부르고 춤도 췄다.

《야 아저씨 닭똥을 쳐내는 일을 시키기는 아까운 사람이네요 아저씨 노래는 온 밤을 들어도 실증이 안나요 앵콜 》
 
 “로처녀”사장님은 저절로 흥분에 들떠 종섭의 아내가 곁에 있건 말건 그의 목을 그러 안고 뽀뽀를 해대고 혀꼬부라진 소리로 외치면서 자꾸 노래를 시키는 것이였다.

그렇게 며칠간 저녁마다 술마시고 노래하면서 사장님의 구미에 맞춰 놀아 댔지만 《듣기좋은 륙자배기도 한두번》이지 한달이 넘는 장놀음에 싫증이 났고 낮에는 아침 5시에 시작하여 저녁 늦게까지 고된 일을 하고는 저녁이면 “로처녀”사장한테 붙들려 술만 마시다보니 체력이 급격하게 떨어지기 시작했다. 아내도 술상 끝날 때까지 시중들다나니 피곤해 몸살까지 와 낮에는 일을 할래야 할 수 없다.

 종섭이가 아내보고《여보 계속 이러다가는 나는 술에 잘못되고 당신은 지쳐서 드러누울 것 같소 임금이나 받아 가지고 자리를 뜨기오》라고 하니 아내도 같은 생각이라며 내일이라도 당장 뜨자고 맞장구쳤다.

그런데 막상 떠나자니 어덴가 아쉽기도 하고 마음 한구석에 미안한 감도 들었지만 언제 그런걸 따질 때가 아니었다. 그들은 첫달 월급을 받은 이튿날 “로처녀”사장을 찾아가서 집에 급한 일이 생겨 중국으로 돌아가야 한다면서 거짓말을 둘러대고 곧바로 나왔다.
 
양계장을 나온후 그들 부부가 찾은 일자리는 경기도 하남시에 있는 콩 나물을 생산하는 공장이었다.공장이라고는 하지만 기실80메터 길이 하우스였는데 해빛을 가리우기 위해 두터운 탄자로 덮다보니 한낮에도 하우스 안은 어두컴컴했고 중간으로는 소형 레루장위로 네바퀴 밀차가 오가는데 마치도 탄광의 갱도를 방불케했다.일터는 비록 깨끗하고 먼지 한알 없었지만 습도가 많고 늘 장화를 신어야 했고 하루종일 해빛을 볼 수가 없어 풍습병 환자는 견뎌내기 힘들 것 같았다.
 
종섭이는 무릎 관절이 부실한 아내가 걱정되어《여보 이런 쥐굴 같은데서 당신이 삐쳐 낼만하오?》라고 물었더니 《돈을 벌려면 언제 이런것까지 가리겠습니까?일을 하다가 안되면 그때 다시 봅시다.》하고 대답하는것이다.

그래서 일을 시작했지만 생각밖으로 많이 힘들었다. 아침이면 사장님이 하루 임무량을 칠판에 적어놓군 하였는데 나이가 많고 일손이 굼뜬 그들 솜씨로는 그것을 완수하려면 아침5시부터 밤11까지 16시간 넘게 기계처럼 돌아치며 쉴새없이 일을 해야했다

설상가상으로 하루종일 윙윙 돌아가는 물펌프소리,웅웅 거리는 대형 냉장고 소리에 온 하루 머리가 뻥해나고 숙소마저 지척에 있다보니 밤이면 기계소리에 도저히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일이 힘드니 종섭이는 저도 모르게 코피를 흘린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고 아내도 풍습이 도져 여간 고통스러워 하지 않았다.이렇게 겨우 한달간 견지한후 임금을 받아쥐고 또 일을 그만두고 말았다.
 
이번에는 나이에 맞게 쉽게 일할 수 있는 일자리를 찾겠다고 생각하고 며칠간 수소문한 끝에 경기도 평택에 있는 양계장을 찾아갔는데 8만여마리의 닭이 낳은 달걀들이 흐름선을 따라 밀물처럼 밀려드는 것을 골라서 포장을 하고 트럭에 싣는 일이었다. 젊은이들도 힘들어 못하는 일을 육십이 넘는 그들 부부가 어찌 할 수 있으랴.그래도 결국 이틀도 못견디고 떠나고 말았다.
 
일자리 찾기에 실패를 거듭하면서 그들 부부는 불운한 운수를 탓하면서 새로운 일자리를 찾았는데 전생에 양계장과 무슨 인연이 있었는지 다섯번째로 찾은 일자리 역시 양계장이었다.충청북도 음성군에 위치한 그 양계장은 하루 노동 시간이 길지도 않고 사장님도 마음씨가 착해 보였지만 일감이 적다는 이유로 임금을 적게 준다고 해서 역시 며칠 안하고 떠날 수밖에 없었다.
 
《또 어디로 가야 하는가?》
 
종섭이는 한치도 내다볼수 없는 앞날이 묘연하기만 했다. 한국에 오기전 돈 많이 벌어갖고 아빠트도 새로 사고 자식들한테 돈도 푼푼히 나눠주려 했지만 돈 벌기가 이처럼 힘들줄은 꿈에도 생각못했다. 중국에서도 이만큼 힘을 내서 일한다면 한국에서 버는만큼은 안돼도 어지간한 월급쟁이들보다는 더 많이 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그들 부부는 여기서 포기할 수는 없었다. 그들 부부가 여섯번째로 찾은 곳은 경기도 예주군의 한 메추리 사양장이었는데 시골에 위치해 세상과 동떨어지긴 했지만 양계장보다 훨씬 깨끗하고 노동시간도 길지 않아 오래 해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더욱이 사장님 내외는 년세가 많지만 매우 인자하신 분이었다.
 
환경이 좋고 마음도 편한 곳에서 일을 하게 되니 그들 부부는 힘든 줄도 모르고 돈을 버는 재미에 뭍혀 하루하루를 지냈다.

《닭도 먹이를 주어야 알을 낳는다》고 터놓고말해 그곳 일도 그리 쉬운것은 아니였다.봄,가을에 하우스안의 메추리 똥을 쳐낼 때면 마치 사막 폭풍이 불어치는듯한 수만마리 파리떼 습격을 받기도 하는데 입,귀,코,눈등 구멍이 있는 곳이면 사정없이 날아들었고 아무리 옷단추를 꽁꽁 채우고 모자를 눌러써도 어디라 할것없이 기여들군 하였는데 두손이 밀차 손잡이를 쥐고 있다보니 그저 파리떼에 고스란히 당하기만 하였다.

그리고 메추리알이 잘 팔릴 때면 하루에600상자가 넘게 나가는데 그것을 포장하고 차에 싣는 시간이 길어지고 힘에 부쳐 조금이라도 굼떠지면 사장님은《아줌마 빨리빨리해요 그렇게 하면 70만원도 못 받아》라고 재촉하군 하였다.

그럭저럭 그들 부부는 그곳에서 2년 거의 부지런히 일을 했다.《나이가 원쑤》라고 종섭이는 어깨 쭉지가 물러 나는듯 하였고 허리 통증으로 어떤 날은 일어못날 때도 있었다. 아내도 이몸이 붓기고 치아가 빠지면서 음식을 씹기 힘들어 했고 촉수가 높은 전등불 밑에서 일을 하다보니 눈도 잘 보이지 않았다.

종섭이는《여보 이제 더 있다가는 앓아누워 담가에 들리워 갈지도 모르겠소 인젠 돌아 가기요.》라고 하니 아내도《2년간 벌면서 먹구살만한 돈은 벌었으니 돌아갑시다.》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이튿늘 그들은 사장님을 찾아가서《사장님 인제는 몸이 너무 아파서 계속 일할수 없군요 아무래도 집으로 돌아가야겠어요》라고 하였더니 사장님은 그동안 많은 고생을 시켜 미안하다면서 임금 이외 따로 5만원 더 주는 것이었다.이에 종섭이는 저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았다 그도 그럴것이 그분은 욕은 욕대로 하면서도 한 핏줄을 타고난 동포라고 외우며 늘 살펴주고 인정이 넘치는 분이였다.
 
그들은 떠나면서 2년 거의 정이 들었던 그곳을 뒤돌아 보았다.

《잘 있거라 정든 메추리야!》

《잘 있거라 고국이여!》
 
그들은 귀국한후 한채의 아파트를 사서 새집에 들게 되였는데 정작 집에 들고보니 이국 타향에서 눈물나게 고생하던 지나간 일들이 삼삼하게 떠올랐다. 그래서 늘상 《돈은 더럽게 벌고 깨끗이 쓰면 된다》면서 그만큼 고생을 겪었기때문에 아빠트를 살 수 있고 피땀을 흘리며 번 돈이라 더없이 귀중함을 뼈속으로 느낀다고 외운다.
 
<중국조선족대모임 한국생활수기 공모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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