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한국생활수기] 이제라도 배워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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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생활수기] 이제라도 배워야지

중국 조선족 한국생활 체험기
기사입력 2015.02.01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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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식

전에 한국으로 들어오기전 교포들에게서 가장 많이 들은 말이 한국에서는 외래어를 너무 많이 써서 생활에서 상당히 불편하다는것이였다.나는 그래도 설마하고 그것을 믿지 않았는데 이번에 한국에 들어와보니 그 말이 실말이였다.일상용어에 외래어가 너무 많다보니 한국인들과 얘기를 나누다가도 알아듣지 못해 무엇할 때가 많았고 신문을 읽다가도 너무도 많은 외래어때문에 내용을 이해하지 못할 때도 많았다.

거리를 거닐다가도 알아볼 수없는 영어자모와 외래어 간판을 보면서 무식한 나를 한탄할 수밖에 없었다.그래서 때로는 눈뜬 소경이요 말할줄하는 벙어리이기도 했다.같은 말을 쓰는  고국이지만 문화의 장벽은 상상이외로 두터웠다.

며칠전 조카가 놀러와서 했던 말이 생각난다. 외래어를 모르니 회사에서도 골탕을 먹을 때가 많다고 했던 말.이말 저말 주고받다가도 한국인 동료들이 외래어를 쓰면 무슨 소리인지 몰라 어리둥절해지는가 하면 심부름을 나갈 때도 외래어를 잘못 기억해 엉뚱한 곳에 다녀와 동료들의 조롱을 받을 때가 있고 외래어로 된 공구 이름을 잘못 기억해 다른 공구를 가져와 선배한테 혼나기도 한단다.그러면서 여기는 쉬운 우리 말을 놔두고 외래어를 너무 많이 쓰는게 참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불만을 표했던 조카다.

나도 외래어를 잘 몰라 불유쾌한 일을 겪은적이 한두번 아니다.일자리를  찾으려고 직업소개소에 갔을 때였다.이것 저것 물어보면서 소장님이 나에게 여러가지 직종을 소개하였는데 그것이 전부 외래어라 나는 하나도 알아들을수 없어 소장님께 그것이 무슨 일들을 하는것인지 한국어로 소개해달라고 하였다.그래서 소장님이 일일이 한국어로 소개하는데 다 내 마음에 드는 직종들이라 그중 아무거나 해도 괜찮다고 하니 어디 어디를 가라고 하였다 그런데 그 회사명칭 역시 외래어였다.그래서 내가 알아듣지 못하고 선자리에 어정쩡해 서있자 소장님은 어처구니 없어하는 표정을 짓더니 나에게 중국에서 무슨 일을 해봤냐고 물어보는 것이었다.내가 교사직에 종사했다고 하자 소장님은 약간 비꼬는듯한 어조로 «참, 교포들은 거짓말을 너무 한다니까.오는 사람마다 교사직에 있었다는군 ㅡ»하고 말꼬리를 길게 뽑았다.

«아니.무슨 말씀을 그렇게 ?내가 거짓말을 하다니요.»내가 언성을 높이며 반문하자 소장님은«아니 ,그래 교사직에 있었다면 대학은 나왔겠는데 어찌 다들 영어를 그렇게 모른단 말이요»하며 나를 흘겨보는 것이었다.그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하지만 나는 인츰 웃으며 반박했다.«그건 소장님이 중국실정을 모르고 하는 말씀이고요.중국엔 대학을 나왔어도 영어를 모르는 사람이 얼마나 많다구요.»

나는 차근차근 그 원인을 설명했다.중국은 문화대혁명의 영향으로 한동안 중학교에선 물론 대학교에서도 외국어과를 설치하지 않았다.그래서 지금 50세부터 65세 연령대에 해당한 중국인 대부분은 외국어를 모른다. 또한 문화대혁명이 끝난후에야 중학교에서 외국어과를  설치하기 시작했는데조선족 중학교들에서는 90년대 초중반까지 기본상 일본어과를 설치했다.그러니 삼십대 후반의 조선족들이 대학을 나와도 영어를 모르는 것은 매우 정상적인 일이라며 나도 비록 대학을 나오고 고등학부에서 한국어를 수십년간 가르치긴 했지만 외국어를 전혀 모른다고 알려주었다. 나의 해석을 듣고난 소장님은 연신 머리를 끄덕이더니 허허 웃으며 아까 자기가 무례했다며 사과하였다.그날 나는 그가 써준 주소대로 회사에 면접보러 갈 때도 그놈의 외래어때문에 여기저기 길이 헛갈려 숱한 애를 먹었다.

영어를 몰라 애먹은적은 그번뿐이 아니였다.한국돈을 위안으로 바꿔 중국에 송금하려고 중국건설은행 서울지점을 찾아간 날은 건설은행이 자리잡은 호텔을 눈앞에 두고도 찾지 못해 주위에서 뱅뱅 반시간너머 헤맸다.나에게 그 호텔이름을 알려준 조카딸이 영어를 모르는데다 나역시 영어를 모르다보니 조카딸도 나에게 호텔이름을 약간 틀리게 알려주었고 나는 그것을 또 틀리게 적다나니 서울 파이낸스센터가 엉뚱한 이름으로 바뀌였던것이다.그러니 그 호텔의 경비원도 내가 말하는 호텔이 어디 있는줄 몰랐던것이다.결국 그날 나는 근처에 있는 안내소를 찾아 안내원아가씨가 가리켜 주는대로 그 호텔을 찾을수 있었다.그래서 내가 그 센터7층에 있는 중국건설은행에 들어섰을 때는 이미 퇴근시간이 넘었다. 결국 그날은 헛걸음을 하고 이튿날 다시 찾아가지 않으면 안되였다.

그나저나 이미 한국에 온이상 한국생활에 적응되여야 하고 또 그러자면 한국문화에 융합되여야 하는데 영어를 전혀 모르니 어떻게 해야 할지?내가 영어를 모른다고 해서 한국인들이 영어를 너무 많이 쓴다 탓하는 것도 무리고 순수 한국말을 쓰겠다고 고집하는것도 통할리가 없다.한국에서의 외래어 사용은 이미 수십년의 역사를 거쳤고 또 많은 한국인들의 일상 용어로 변해버렸기에 그것을 굳이 우리 말로 고칠 필요도 없다.외래어 사용은 세계문화경제의 발전과 보조를 맞춘 한 나라의 경제문화발전의 필연적 결과인바 이는 누구도 막을수 없는 역사조류인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가?방법은 단 하나.이제라도 하나하나 배우는것이다.영어자모를 하나하나 배우고 문법을 하나하나 터득하고 외래어 단어를 하나하나 외워야 하는것이다.그러면 어떤 사람은 말릴것이다.말도 안되는 소리라고.오십대 중반의 나이에 그 까다로운 외래어들을 어떻게 기억한다고?하지만 나는 한번 도전해보기로 마음먹었다.우선 겁먹지 말고 경험해 보고싶었다.그래서 중국에 있는 아들에게 전에 내가 집에서 글쓸 때 가끔 펼쳐보던 <한국어외래어사전>을 부쳐보내라고 했더니 한주일도 안돼 그것을 인편에 보내왔다.하여 나는 그날부터 짬이 생기는데로 부지런히 그것을 펼쳐들고 보기 시작했는데 신문을 읽다가도 뜻을 모르는 외래어가 있으면 사전을 펼쳐들고 그 단어를 찾아보았고 텔레비를 보다가도 주인공들의 대화가운데 내가 모를 외래어가 있으면 또 사전을 펼쳐들었으며 거리를 오가다가도 모를 외래어들을 한두개씩 적어가지고 와서 사전을 펼쳤다.그럼에도 사전에서도 찾아볼수 없는 외래어들이 많아 안타까울 때가 한두번이 아니였다.전날 <벼룩시장>을 읽다가 <홈플러스에서 착한 서비서를 실시한다>는 기사를 보고는 <홈플러스>란 대체 뭘 가리키는지 알아보려고 사전을 뒤져보았지만 그 단어가 없어 안타까왔고 셋방에 들어 텔레비와 컴퓨터선을 늘인 날에는 일군들이 넘겨주는 를 받아놓고 이 무엇을 뜻하는지 몰라 아무리 사전을 뒤졌으나 역시 찾지 못해 안타까왔다.

그나저나 사전을 뒤져보며 하는 외래어공부 재미는 쏠쏠하다.날마다 외래어 몇개씩 익히는데 불과하지만 전에 없었던 수확이요 또 생활에도 큰 도움이 있는지라 하면 할수록 신이 난다 .이제는 신문을 펼칠 때면 아예 외래어사전도 함께 펼쳐놓는다. 이제보니 나에게 있어서 외래어공부는 방법이나 기억의 문제보다 마음의 문제였다. 요즘은 마음을 다잡고 의식적으로 모르는 외래어를 좀 더 많이 찾고 좀 더 부지런히 사전을 펼쳤더니 외래어 장악량이 퍼그나 많아졌다.그리고 직장에서나 거리에서 때로는 남의 퇴박을 받으면서도 모를 외래어의 뜻을 부지런히 물어 기억해둔다. 공자님의 «세사람이 같이 걷게 되면 그 가운데는 반드시 나의 스승이 있도다.»란 말이 나한테 딱 들어맞는다.동료나 이웃 및 길손 모두가 지금은 나의 외래어선생으로 되고 있다.

나에게 있어서 수동적으로 생활에서 나타나는 어려움을 대하기보다는 주동적으로 적극적으로 생활속의 난관을 타개해 나가는것이 오늘 취해야 할 자세이다. 문제를 피하기보다는 나의 존재감을 높이기 위해 문제를 찾아 다니자.일을 하다보면 반드시 어려움이 따르기 마련이다.그땐 어려움을 피하려하지 않고 그것을 극복하기 방법을 대야겠다.뚜렷한 목표가 있어야만 꿈을 실현할수 있을게 아닌가.나에게 있어서 배움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만이 성취를 가능케한다.누군가 공부는 자신의 인생에 대한 예의자 세상에서 제일 즐거운 탐험이라 했다.배움만이 내가 다문화의 이 사회에 적응하는 가장 유용하고 확실한 방법이 아니겠는가?배움만이 생존과 발전의 지혜를 익히고 내 삶을 더욱 풍성하게 만드는 일이라 하겠다.자아는 발견하는게 아니라 만들어가는것이다.

어떻게 해야지하고 자꾸 고민하기보다는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극복하는 실천에 나서고저 한다 .단술에 배부를 욕심보다는 조금 조금씩 꾸준히 실천해보면 어떨가?

오늘 <벼룩시장>신문에 부천시 소사구 송내1동 주민센터에서 <영어회화야간강좌> 를 운영한다는 보도가 실렸는데 그곳 주민들이 참 부럽다. 동네에서 공짜로 일 여가에 영어를 배울수 있으니 얼마나 좋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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