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간도일본총영사관 유적지
[동포투데이] 기유년에 생긴 일이다. 일제는 청정부를 윽박질러 용정에 총영사관을 세우기로 했다. 그런데 지을 바에는 크게 지어 한치라도 중국 땅을 더 삼키고 싶었던 영사는 못된 궁리를 꾸며냈다.
일본영사는 국자가에 자리 잡고 있는 청나라 도태부에 있는 윤대인을 만났다. 웃음 속에 칼을 품고 있는 일본영사는 속으로 엉큼한 생각을 하면서도 겉으로는 웃음을 살살 발라가면서 예절스럽게 말했다.
“대인도 알다 싶이 우리 두 나라는 자고로 친선적인 이웃이였지요. 내 오늘 대인과 이렇게 자리를 같이하고 나라의 일을 담론하게 되였은즉 그 영광이 하늘에 미치오이다.”
“그런데 무슨 일로 찾아왔소?”
“귀 정부에서 용정에 우리 총영사관을 두기로 하지 않았소이까.”
“그런데?”
“영사관원들이 당도하였는데 있을 곳이 없어 걱정이옵니다.”
“허허. 나라에서 승낙한 일인데 있을 곳이 없다니 당치도 않은 소리요. 대체 얼마나 큰 집을 세우려 하시오?”
때가 되였다고 생각한 영사는 속으로 너털웃음을 지으면서도 겉으로는 빌붙는 체했다.
“우리는 본디 바다 한가운데 사는 소국사람들이라 욕심 부릴줄 모르웨다. 그저 영사관을 지을 터자리로 소가죽 한장 만큼한 땅만 떼여주면 족하옵니다.”
“뭐라오? 소가죽 한장 만큼한 땅이랬소?”
“예. 소가죽 한장 만큼한 땅이랬소이다. 그만큼하면 족하옵지요.”
아무리 큰 소라도 가죽을 벗겨놓으면 큰 구들에 절반도 펼가 말가 하겠는데 영사관을 지을 자리를 소가죽 한장 만큼 달라니 도대체 무슨 꿍꿍이인지 알 수 없었다. 제 귀를 의심하여 다시 한번 물었지만 그 소리가 그 소리인지라 윤대인은 속으로 소국놈은 소국놈이로구나 하고 비웃으면서도 꼭 간특한 계교가 있을 것 같아 일본영사를 피하라 하고는 관원들을 불러놓고 전후사실을 말했다.
“그 자들로 하여금 집을 지으라고 하십시오. 소가죽 한장 만큼한 땅에 집을 짓지 않고 좀이라도 우리 땅을 점하는 날엔 혼쌀을 먹여줍시다”.
한 관원이 이렇게 말하자 모두들 그게 좋겠다고 한물곬을 팠다. 일은 쉽게 낙착되여 일본영사는 물러갔다.
그런데 그 때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일제가 용정에다 으리으리한 총영사관을 지었다는 소문이 윤대인의 귀에까지 들려왔다. 윤대인은 노기충천하여 닫는 말에 채찍을 갈기면서 용정으로 달려갔다. 도착해보니 과연 높다란 담장이 빙 둘러있는 속에 커다란 층집들이 우뚝우뚝 솟아있었다.
“이것이 그래 소가죽 한장 만한 땅이란 말인가? 그대들은 언약도 없고 국제공약도 없단 말인가?”
윤대인의 벼락 터지는 소리에 일본영사는 되려 웃으면서 태연하게 대답했다.
“우린 언약 대로 소가죽 한장 만큼한 땅에다 영사관을 지었을뿐이옵니다.”
“눈이 먼 줄로 아는가? 이렇게 크게 집을 지어놓고도 소가죽 한장 만큼이라니!”
“용정 시장의 소 한마리를 사다 잡아서 가죽을 벗기고 그 가죽을 가지고 재여서 딱 그만한 자리에다 토성을 쌓았습니다.”
“당치도 않은 소리로다”!
“한번 손수 재여보시지요.”
영사는 미리 준비해놓고 있던 소가죽을 가져오라고 하졸을 시켰다. 그런데 그 자가 가지고 나온 소가죽은 통것이 아니라 실오리처럼 가늘게 오리오리 오려낸 소가죽이였다. 영사가 오려낸 소가죽을 붙여놓으라고 하자 졸개들이 개미떼처럼 모여들어 잠간사이에 소가죽을 붙여놓았다. 틀림없는 큰 소가죽 한장이였다.
“이 소가죽 한장을 길길이 늘여놓으면 꼭 우리 영사관의 토성둘레와 같사옵니다. 소가죽을 통채로 놔두어도 소가죽 한장이옵고 오리를 낸 걸 합쳐도 소가죽 한장이오니 이렇게 하나 저렇게 하나 소가죽 한장이야 한장이지 두장이나 백장은 아니잖고 뭡니까?”
간특한 영사의 얼굴에 침이라도 뱉아놓고 싶었지만 손수 대답한 말이라 윤대인은 입이 막히고 말았다. 이렇게 되여 용정에 으리으리한 일본총영사관이 들어앉게 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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