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8(목)
 
캡처.JPG[동포투데이 김하나 기자] 일전, 김태련 아이코리아 회장을 만난 건 서울 송파구 충민로 6길 아이코리아 본사, “장애우와 비장애우가 함께 하는 베스트버디스 프로그램이 우리 사회에서 더욱 확산되기를 기대합니다. 장애우들이 우리 사회에서 소외되지 않고 당당한 사회구성원으로 독립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에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올해 희수(喜壽)를 맞은 김태련 회장, 동그란 뿔테안경에 인자한 자태, 침착하고도 신념에 찬 말투는 나이를 무색하게 했다.


국내 최초로 “발달장애”란 용어를 도입하고 “여성심리학”을 가르친 김 회장은 한국 발달심리학계의 거목이다. 이화여대 심리학과 교수 등을 역임하며 40여년간 교육자로 살았다.


그런 김 회장이 정년퇴임 직후인 2002년, 한국어린이육영회(아이코리아의 전신) 회장을 맡아 운영하기 시작, 장애아동ㆍ평생교육에 대한 이론을 현장에 적용하겠다는 열정 및 “시대와 사회에 맞는 교육을 제공해,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드는 일에 기여할 것”이라는 이념을 가졌다.


김태련 회장은 천성적으로 회장실보다는 강단이 더 익숙한 “교육자”이다. 이화여대 심리학과를 졸업한 1964년, 김 회장은 모교에서 교편을 잡았다. 전공은 발달장애심리학. 당시로선 생소한 학문이었다. 그는 국내 최초의 이화여대에 발달장애아동센터를 세우며 연구에 몰두, 이 분야의 선구자가 됐다.


강단 밖 연구활동에도 활발히 참여해 한국자폐학회, 한국발달심리학회, 한국여성심리학회 등에서 회장을 역임했다. 교육자로서 한길만을 걸어온 그에게 경영이 버겁진 않았을까. 그러나 김 회장은 아이코리아의 경영도 교육과 연장선에 있다고 말한다.


“제가 진로를 바꿨다고는 생각지 않아요. 학생을 가르치고 여성단체ㆍ학회 등의 모임의 장(長)을 맡은 것도 한 조직을 운영한 거라 보거든요. 또 제가 대학에서 발달심리학 이론을 연구했다면 여긴 적용하는 현장이에요. 그래서 전 기업 경영자이지만 한편으론 계속 교육계에 몸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 회장의 관심사는 기업의(아이코리아의) 운영방향에도 영향을 미쳤다. 그가 취임할 당시인 2002년 아이코리아는 보육교사 양성 및 재교육 등 비장애인 교육사업을 중점적으로 펼쳤다. 하지만 각종 장애와 질병을 앓는 어린이가 늘자 아예 아이코리아로 사명을 바꾸고 사업을 확장했다. 그 때가 2006년이었다.


그가 특히 관심을 기울이는 일은 “베스트버디스코리아”였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서로 친구가 돼주는 이 프로그램은 김 회장이 주도한 사업이다. 발달장애 자녀를 둔 학부모가 “자녀보다 하루 더 사는 게 소원”이란 말을 듣고 충격을 받은 그는 미국 태프트대학에 장애인 독립 프로그램이 있다는 정보를 알고는 2008년 이 대학을 방문한다. 1년간 이 대학과 교류하며 국제 봉사단체인 “베스트버디스”의 존재를 알게 됐다. 그는 해당단체에 직접 이메일로 협약제안을 했다.


그 뒤 베스트버디스 관계자는 2010년 아이코리아가 운영하는 한국육영학교와 아동발달교육연구원을 돌아보고는 김태련 회장과 파트너십을 맺었다. 발달심리학을 전공한 회장이 이끄는 단체라는 점도 가점 요인이 됐다.


그해 아이코리아는 베스트버디스코리아를 설립, 현재 10개 학교의 150명 청소년이 참여하는 활동작품전시회와 후원음악회를 매년 열고 있다. 김태련 회장은 장애우와 비장애우들이 친구로 만나 함께 했던 소중한 시간과 추억을 담아 완성한 세라믹페인팅과 유리공예 활동사진 등 다수의 작품들로 “2013년 베스트버디스 코리아 활동작품전”을 열어 사회의 호평을 받았다. 


올해로 4년째를 맞는 베스트버디스 코리아의 활동은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이 1대1 단짝이 돼 다양한 또래문화를 공유하며 우정을 쌓아가는 프로그램으로 현재 경기고를 비롯한 단대부고와 대원외고, 서울국제학교, 서울정애학교, 성남혜은학교, 잠신고, 정신여고, 한국육영학교 등 10개 고등학교에서 활발하게 실시되고 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은 친구로 사귀면서 서로 다름과 아픔을 배웁니다. 의외로 장애인보다 비장애인이 상대로부터 더 많은 걸 배워요. 장애인사업이라 학부모들이 꺼릴 것 같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자녀의 인생관이 바뀌었다며 둘째 자녀도 이 프로그램에 보내겠다는 학부모들이 적지 않거든요.”


김태련 회장과 그가 이끌고 펼치는 베스트버디스 코리아의 활동은 국제적인 긍정을 받고 있다. 지난달에 있은 2013 베스트버디스(본부) 리더십 컨퍼런스에서 베스트버디스 코리아는 전 세계 52개 회원국 중 가장 우수하게 활동한 국가에게 주는 “우수 프로그램 진행상(Best Outstanding Chapter Award)”을 수상, 지난 2011년에 이어 두 번째로 수상하며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알아본데 따르면 베스트버디스는 미국 J. F. 케네디 대통령의 조카 앤서니 케네디 슈라이버에 의해 1989년에 설립된 국제장애인지원 비영리단체로 현재 세계 52개국에서 이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으며 베스트버디스 코리아는 지난 2010년 (사)아이코리아에 의해 세계 47번째로 설립됐다.


최근 김태련 회장이 주력하는 사업은 “애도심리학” 프로그램이다. 장애인부모의 심리를 상담하고 치유하자는 목적에서 개설됐다. 그는 이 프로그램이 세월호 피해자의 상처를 치유하는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인터뷰에서 김태련 회장은 베스트버디스 코리아 활동에 한국교회의 관심과 지지를 요청하기도 했다.


김 회장은 3대째 모태신앙이다. 그의 외조부는 강화도 내리교회 설립자인 윤명삼 장로이다. 신심(신앙심)이 각별한 가풍에서 태어났기에 신앙을 “삶의 중심”이라 정의한다. 그는 회사 경영뿐 아니라 인생 전반에 신앙이 미친 영향이 크다고 했다.


“어려울 때마다 힘을 얻었던 순간은 하나님께 기도했을 때였던 것 같아요. 회사 등 여러 일에 의논하고 응답받을 수 있는 존재가 있다는 게 얼마나 큰 위로가 되던지요. 하나님이 있었기에 성장할 수 있었고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넘어지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그는 신앙을 가진 여성 기업인들에게 삶 속에서 신앙을 실천하고 섬기는 리더십을 발휘하라 당부했다.


“신앙은 삶 속에서 실천하는 것입니다. 주변인들에게 ‘네가 믿는 하나님을 믿고 싶다’는 사람이 먼저 되길 바랍니다. 이를 위해 먼저 섬기고 나누는 리더십을 갖추십시오. 21세기 리더십의 핵심은 섬김과 봉사입니다. 군림하지 않는 유연함이 시대를 앞서가는 리더를 만든다는 점을 잊지 말길 바랍니다.”


김태련 회장 소개

1937년 경북 안동 출생
이화여대 심리학 학사 및 석사
성균관대학원 심리학 박사
이화여대 심리학과 교수
이화여대 발달장애치료교육센터장
미국 UCLA대 파견교수
한국어린이교육협회, 한국자폐학회, 한국발달심리학회, 한국여성심리학회 등 학회장 역임
아이코리아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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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장애ㆍ비장애우가 함께하는 세상을 만들고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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