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들이술
박태일
조양천 옛 골목
근들이술 두 집
어디로 들까
언제부터 두 집이 같이 놀았을까
세 골목 아래 지금은 닫은 조양천양조유한회사
문 열기 앞서였을까
둥두렷한 독아지에 붉은 술 주 자를 거꾸로 붙인 일은
세월이 낡아도 맛은 어김없다는
쥔장 자랑이겠는데
나는 더 낡은 집에서 62도 두 근을 산다
연길까지 30분
수수 고랑이 흙발로 오가는
부르하통하 물길 내려다보며
버스에 앉아 생각한다
약쑥을 담글까 마늘을 담글까 그냥 마실까
불현듯 술에 해란강
물맛까지 더하면 좋을 듯싶어
주말에는 아침시장에서 두 물이 만나는
연길도 동쪽 끝 하룡 마을
하룡 오디를 살 작정이다
조양천 옛 골목
근들이술 두 근
오디주로 따르면
마냥 길어질
오디 빛깔 저녁.
박태일의 시집 '연변 나그네 연길 안까이'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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