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내셔널포커스] 중국 후베이성 리촨시 한 농촌 마을에서, 연예인도 무대 장치도 없는 ‘가족 춘완(春晚)’이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한 집안 식구 52명, 네 세대가 한자리에 모여 직접 기획하고 출연한 설맞이 공연이 소박한 구성에도 불구하고 큰 울림을 전했다는 평가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리촨시 마오바진 산니촌의 오(吴)씨 가문은 설을 맞아 집 마당에 붉은 등롱을 걸고 ‘2026 춘절연환만회’라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가족들이 준비한 공연은 모두 22개. 농기구를 들고 걷는 ‘농기구 패션쇼’, 눈을 가린 채 돼지고기를 옮기는 놀이, 조손(祖孫) 합창, 온 가족 줄다리기 등이 이어졌다.
가장 주목을 받은 장면은 ‘농기구 워킹쇼’였다. 쟁기와 써레, 대나무 바구니 등 농사에 쓰이던 도구들이 무대의 주인공이 됐다. 웃음을 자아내는 연출이었지만, 농기구가 곧 가족의 생계를 지탱해온 상징이라는 점에서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눈을 가리고 돼지고기를 옮기는 프로그램도 화제가 됐다. 한 사람이 눈을 가린 채 고기를 들고 이동하면, 다른 가족이 방향을 외쳐 안내하는 방식이다. 실수와 웃음이 이어졌지만, ‘서로에 대한 신뢰’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라는 반응이 많았다.
공연이 끝난 뒤에는 긴 상이 마당까지 이어졌다. 훈제육과 닭백숙, 장아찌 등 설 음식이 차려졌고, 52명의 가족이 둘러앉아 한 해의 소식을 나눴다. 누가 대학에 합격했는지, 농사는 어땠는지, 결혼을 앞둔 이는 누구인지 등 일상의 이야기들이 오갔다.
이 가족은 7년 전 화재로 옛집을 잃은 뒤, 힘을 모아 집을 다시 지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해마다 설에 모이는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가족 구성원은 “행사를 여는 이유는 보여주기 위함이 아니라, 설의 분위기와 가족의 결속이 흐트러지지 않게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온라인에서는 “진짜 춘완은 TV가 아니라 집 마당에 있다”, “설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화려한 연출 대신 가족이 함께하는 시간 자체가 가장 큰 행사라는 점에서, 이들의 ‘자체 춘완’은 오늘날 설 풍경이 지닌 또 하나의 얼굴을 선명하게 드러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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