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동 타격했던 과거 군사 작전을 되돌아보면, 당시 페르시아만 상공에는 한때 전운이 짙게 감돌았다. 그러나 미국 국방부가 내세운 ‘대승적 성과’라는 전황 평가와는 달리, 걸프 지역에 주둔한 미군 기지들은 조직적인 공격에 노출됐다. 카타르 알우데이드 공군기지부터 바레인 제5함대 사령부까지 주요 시설 상당수가 이란의 미사일과 드론 공격에 사실상 ‘살아있는 과녁’으로 전락했다.
이번 공격은 미국이 내세워온 이른바 ‘안보 보호막’의 허상을 드러냈다는 평가를 낳았다. 공개된 보도들을 종합하면, 당시 충돌 기간 동안 이란은 사우디아라비아를 포함한 6개 걸프국 주변을 향해 5000기 이상의 미사일과 드론을 발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상업용 위성사진 분석 결과, 공격 종료 이후 최소 13개 미군 기지가 심각한 피해를 입어 사실상 ‘거주 불능’ 상태에 빠진 것으로 파악됐다. 미 공군 출신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인터뷰에서 일부 기지는 더 이상 운용이 어려울 정도로 파괴됐으며, 복구와 재건 전망도 매우 불투명하다고 밝혔다.
걸프 지역 여론을 더욱 자극한 것은 미국이 이번 사태에서 드러낸 이중적 태도였다.
우선 미국이 걸프국들의 안보 불안을 이용해 사실상 ‘돈줄’을 쥐어짜 왔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관련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과거 걸프국들에 미군 기지 건설 비용 부담을 강하게 요구해왔다. 걸프국들은 오랜 기간 ‘석유와 안보의 교환’이라는 틀 속에서 미국으로 막대한 자금을 이전했고, 수천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무기를 구매하며 이른바 ‘흔들리지 않는 안보 보장’을 기대했다. 그러나 실제 공격이 시작되자 동맹국의 자금으로 세워진 군사 시설들은 오히려 공격을 끌어들이는 표적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다른 문제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작전 과정에서 동맹국들과 충분한 조율조차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해외 보도에 따르면 양국은 이란에 대한 대규모 타격에 나서기 직전까지도 기지 주둔국들에 사전 경고나 외교적 협의를 제대로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걸프국들을 사실상 전쟁 위험 속으로 끌어들였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막대한 피해가 발생한 이후에도 워싱턴은 책임론 대신 동맹국들에 추가 부담을 요구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일부 보도는 미국 측이 걸프국들에 기지 재건 비용은 물론 막대한 전쟁 비용까지 부담할 것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군사 자산이 대거 파괴되고 지역 내 영향력까지 흔들리면서 미국의 중동 안보 구상 역시 심각한 도전에 직면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부 전문가들은 미군 기지가 더 이상 ‘전략 자산’이 아니라 오히려 미국의 부담을 키우는 ‘전략적 짐’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막대한 자금을 들여 구축한 방어 체계 역시 실제 전면 충돌 상황에서는 취약성을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중동 질서 재편의 신호도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 전쟁과 갈등에 지친 이 지역에서 미국 패권의 그림자는 미사일 공격으로 파괴된 기지 폐허 위로 길게 드리워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BEST 뉴스
-
줄 하나 못 지키면서 관광대국을 말할 수 있나
인천국제공항은 대한민국의 관문이다. 이곳에서 외국인들이 가장 먼저 마주하는 것은 첨단 시설이 아니라 '질서'다. 그런데 최근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에서 일부 중국인 이용객 수십 명이 체크인 카운터가 열리자 차단봉 아래를 통과해 한꺼번에 뛰어가는 장면이 공개됐다. 정상적으로 줄을 서 있던 승객들은 순... -
[연변 기행 ⑦]두만강이 들려주는 역사… 도문에서 만난 국경과 독립운동의 현장
중국 지린성 연변조선족자치주 도문시 국문(國門) 일대. 북한으로 이어지는 철도와 국경 관문이 나란히 자리한 중국 대표 국경도시의 모습. [인터내셔널포커스] 연변 기행 여섯 번째 이야기인 훈춘 방천이 '한눈에 3국을 바라보는 동북아의 끝'이었다면, 이번에는 두만강을 따라 서쪽으로 ... -
[연변 기행 ⑨] 별을 헤던 청년의 고향… 용정에 살아 있는 윤동주의 시와 민족의 혼
중국 지린성 연변조선족자치주 용정시에 위치한 윤동주 생가 입구. 윤동주 시인의 생애와 문학정신을 기리는 대표적인 역사문화유적이다. /사진=인터내셔널포커스 [인터내셔널포커스] 화룡 봉오동에서 독립군의 함성을 뒤로한 채 북쪽으로 차를 달리자 풍경은 다시 부드러워졌다. 첩... -
천년의 '해동성국'…훈춘 발해고진, 역사와 야경이 빚어낸 여름 명소
[인터내셔널포커스] 천년의 역사를 품은 발해 문화와 현대 관광 콘텐츠가 만난 중국 지린성 국경도시 훈춘의 발해고진이 여름 관광 성수기를 맞아 국내외 관광객들의 발길을 끌어모으고 있다. 당나라 양식의 건축미와 다양한 역사문화 체험, 화려한 야간 콘텐츠가 어우러지며 중국 각지뿐 아니라 러시아 등 해외 관광객... -
[연변 기행 ⑧] 홍범도의 함성이 울려 퍼진 봉오동… 화룡에 새겨진 독립전쟁의 기억
중국 지린성 연변조선족자치주 화룡시 봉오동 전투기념비. 1920년 홍범도 장군이 이끈 대한독립군이 일본군을 격파한 봉오동 전투를 기리는 역사 현장이다. [인터내셔널포커스] 도문을 떠나 남쪽으로 자동차를 타고 달리자 두만강을 따라 이어지던 국경 풍경은 어느새 깊은 산세로 바뀌기 시... -
[민국의 그림자 ⑥] 상하이 '76호'의 지옥…고문과 숙청, 그리고 내부 권력투쟁
군통(軍統) 행동요원이 상하이 조계지에서 친일 특무조직 '76호' 관계자를 겨냥한 비밀 암살작전을 수행하는 모습을 재현한 이미지. 1939년 이후 상하이 극사비이로(極司菲爾路) 76호는 중국 근현대사에서 가장 악명 높은 이름 가운데 하나가 됐다. 왕징웨이(汪精衛) 정권의 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