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만 중재 직후 단행된 군사행동…
- 유럽·러시아·중국·유엔 “확전 자제·외교 복귀” 한목소리
국제사회가 중동 정세의 긴장이 외교적 중재를 통해 전환점을 맞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품고 있던 시점에, 미국과 이스라엘은 2월 28일 이란을 상대로 합동 군사공격을 단행했다. 이는 단순한 군사적 충돌을 넘어, 가까스로 이어져 오던 외교적 흐름에 중대한 균열을 낸 사건으로 평가된다. 유엔을 비롯해 유럽과 중동의 주요 국가들이 즉각적인 군사행동 중단과 대화 재개를 촉구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특히 이번 공격은 그 시점 때문에 더 큰 논란을 낳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오만이 중재해 온 미국과 이란 간 간접 협상이 막 종료된 직후였으며, 외부에서는 일정 부분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는 평가까지 나왔다. 오랜 중재자로 활동해 온 오만 외교장관이 “실망스럽다”고 밝히며 “진지한 협상이 또다시 파괴되었다”고 언급한 대목은 이번 사태의 본질을 함축한다. 외교의 문이 열릴 가능성이 제기되는 순간, 무력 사용이 그 공간을 대체해 버린 것이다.
유럽의 반응 역시 예사롭지 않다. 유럽연합 집행위원장과 유럽이사회 의장은 공동 성명을 통해 정세 악화에 깊은 우려를 표하고 모든 당사자에게 자제와 국제법 존중을 촉구했다. 스페인 총리는 이번 공격을 “일방적 군사행동”이라고 규정하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노르웨이 외교장관은 ‘예방적 타격’이라는 표현의 법적 정당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국제법상 그러한 조치는 ‘임박하고 즉각적인 위협’이 입증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영국·프랑스·독일은 공동 성명에서 이번 공격에 참여하지 않았음을 강조했으며, 불가리아 또한 불참을 명확히 했다. 오랜 동맹국들조차 거리 두기에 나선 점은 이번 군사행동이 광범위한 국제적 합의를 얻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러시아는 보다 직접적인 표현을 사용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이번 공습을 “주권 독립 유엔 회원국을 겨냥한 무력 침략 행위”로 규정하며 강하게 비판했다. 핵 프로그램을 명분으로 삼았지만 실질적으로는 정권 교체를 겨냥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다. 러시아는 이러한 행위가 중동을 인도주의적·경제적·환경적 위기로 몰아넣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 역시 즉각적인 군사행동 중단을 촉구하며 이란의 주권과 영토 보전 존중을 강조했다. 유엔 사무총장 또한 군사적 충돌의 확대가 국제 평화와 안보를 심각하게 위협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국제사회의 반응은 일정한 공통점을 갖는다. 핵심은 ‘확전 방지’와 ‘외교 복귀’다. 이번 군사행동이 국제법적 정당성을 충분히 확보했는지, 외교적 선택지가 완전히 소진된 상황이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외교적 중재가 지속되고 있었고, 협상의 가능성이 완전히 닫히지 않은 상태였다면, 무력 사용은 그 자체로 국제 질서의 기본 원칙을 시험대에 올리는 행위가 된다.
중동은 이미 수차례 군사적 계산과 오판이 누적되며 장기 불안의 늪에 빠져왔다. 국제사회가 반복적으로 강조해 온 것은 힘의 과시가 아니라 긴장의 관리, 그리고 협상의 유지였다. 그런 점에서 이번 공격은 단순한 군사작전이 아니라, 외교와 무력 사이에서 어떤 선택이 우선되어야 하는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다시 던지고 있다.
군사행동은 단기간의 전략적 성과를 가져올 수 있다. 그러나 외교적 신뢰의 붕괴는 훨씬 오래 지속된다. 국제사회가 한목소리로 자제를 촉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중재자는 실망을, 동맹국은 우려를, 주변국은 불안을 표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갈등의 관리가 아닌 확전의 가능성이 커진다면, 그 파장은 중동을 넘어 국제 질서 전반으로 확산될 수밖에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힘의 추가 투입이 아니라 긴장의 추가 억제다. 외교적 경로가 완전히 소멸되었다고 단정할 근거는 아직 없다. 오히려 군사적 충돌 이후일수록 대화의 채널을 복원하려는 노력이 절실하다.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것도 바로 그것이다. 무력의 순간을 넘어, 다시 협상의 자리로 돌아가는 것. 그것이 중동의 불안을 관리하고 국제 질서를 유지하는 유일한 현실적 해법일 것이다.
BEST 뉴스
-
중국인 무비자 논란이 던진 질문…개방에는 질서와 책임이 따른다
▲ 경기도 부천시에 설치된 무료 생수 나눔 시설. 폭염 속 시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생수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사진=인터내셔널 포커스] 중국인 무비자 입국을 둘러싼 논쟁이 다시 뜨겁다. 국회 국민동의청원에는 중국인 무비자 입국을 제한하고 외국인 입국심사와 범죄... -
“중국인 모욕하면 처벌?” SNS서 번진 논란, 법안을 들여다보니
“앞으로 중국인 욕하면 처벌받는다.” 최근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이런 말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 “중국을 비판해도 처벌받는 것 아니냐”는 주장까지 따라붙는다. 과장이라고 넘기기에는 실제 발의된 법안과 맞닿는 부분이 있다. 그렇다고 SNS에 떠도는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도 어... -
확인보다 빠른 의심…한국의 ‘가짜뉴스 시장’은 왜 사라지지 않나
▲ 한국과 중국을 배경으로 온라인에서 빠르게 확산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건강 이상설과 가짜뉴스 문제를 상징적으로 구성한 이미지. 실제 사건 현장 사진은 아니다. 사진=인터내셔널포커스 출처가 불분명한 영상 하나가 인터넷에 올라온다. 처음에는 몇몇 사람이 공유하... -
건보·국민연금 다음은 실업급여…왜 또 ‘중국인’인가
건강보험에 이어 국민연금, 이번에는 실업급여다. 논란이 생길 때마다 ‘중국인’이라는 말이 빠지지 않는다. 이번에 공개된 숫자도 눈에 띈다. 2025년 외국인 실업급여 수급자 가운데 중국동포와 중국 국적자가 77.9%, 지급액으로는 78.9%를 차지했다. 분명 높은 수치다. 그렇다고 ... -
한국은 탄핵에 재미 들었나…툭하면 꺼내 드는 ‘탄핵 카드’
한국 정치에서 ‘탄핵’이라는 말이 부쩍 흔해졌다. 대통령은 물론이고 국무총리와 장관, 감사원장, 검사까지 탄핵 대상에 올랐다. 최근에는 대법원장을 둘러싸고 탄핵 이야기가 나왔고, 야권에서는 ‘이재명 탄핵’이라는 말도 거듭 등장하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최근 “국... -
청년은 34세까지 문화비 지원…중장년은 왜 대상 밖인가
361억 원에서 7,925억 원으로. 정부가 내년에 추진하려는 청년문화패스 예산이다. 단순히 조금 늘어난 정도가 아니다. 20배가 넘는다. 지원 대상도 기존 19~20세에서 19~34세로 크게 넓어진다. 공연과 전시뿐 아니라 영화, 도서, 체육활동에도 쓸 수 있다. 청년들의 팍팍한 현실을 모르는 사람은 많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