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국인 노동자의 경제적 기여를 넘어…한국에서 오랜 세월 살아온 이주민과 중국동포의 삶도 돌아봐야

이재명 대통령의 외국인 노동자와 다문화가족 관련 발언이 논란을 불러왔다. 대통령은 자신의 발언이 본래 취지와 다르게 전달됐다고 반박했고, 청와대도 해명에 나섰다. 발언의 맥락을 정확히 짚는 일은 중요하다. 그러나 이번 논란은 한국에서 살아가는 외국인들이 여전히 경제적 기여와 지원 비용을 중심으로 평가받는 현실도 드러냈다.
논란은 지난 27일 국무회의에서 시작됐다. 이 대통령은 농축산업 인력 문제를 언급하며 외국인 노동자의 임금 해외 송금과 국내 경제 기여에 관한 견해를 밝혔다. 이후 외국인 노동자의 경제적 기여 자체를 부정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외국인 노동자가 번 돈을 고국에 보내는 것은 새로운 일이 아니다. 해외 송금은 국내 소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러나 노동자가 생산현장에서 만들어 낸 가치까지 송금액만으로 평가할 수는 없다. 이들은 한국에서 일하는 동안 상품을 생산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며 경제활동에 참여한다.
생각해 볼 문제는 따로 있다. 한국 경제가 인력을 필요로 할 때는 외국인 노동자를 찾으면서, 경제가 어려워지면 그들의 임금과 송금액부터 따지는 태도다. 노동력은 필요하지만 정작 노동자의 삶에는 관심이 부족한 것은 아닌가.
중국동포들의 생활을 보면 이 문제가 더욱 선명해진다. 젊은 시절 일자리를 찾아 한국에 들어온 사람들이 어느덧 손주를 돌보는 나이가 됐다. 건설현장과 공장에서 일하고, 식당을 운영하며 자녀를 키워 왔다. 한국에서 보낸 세월이 고향에서 살았던 시간보다 길어진 사람도 있다.
이들에게 한국은 더 이상 낯선 나라가 아니다. 그런데 사회적 논쟁이 벌어질 때마다 오랜 생활의 흔적보다 중국 출신이라는 사실이 먼저 부각되곤 한다. 한국어를 사용하고 한국의 생활방식에 익숙해도 여전히 외부인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남아 있다.
다문화가족 지원을 둘러싼 논쟁도 비슷하다. 제도에 불합리한 부분이 있다면 고쳐야 한다. 지원 대상과 기준 역시 현실에 맞게 조정할 수 있다. 다만 어떤 지원이 왜 마련됐는지 살펴보기도 전에 다문화가족에 대한 특혜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는 경계할 필요가 있다.
외국인에게도 한국의 법과 질서를 지킬 책임이 있다. 불법체류나 노동시장 문제는 관련 법과 제도에 따라 다뤄야 한다. 그러나 일부의 잘못을 전체 외국인의 문제로 확대하거나 출신국을 이유로 사람을 판단하는 일은 별개의 문제다.
대통령의 말에는 무게가 실린다. 특히 외국인 정책에 관한 발언은 당사자들의 생활과도 맞닿아 있다. 언론 역시 발언의 일부를 떼어내 취지를 왜곡하지 않도록 신중해야 한다. 그렇다고 발언의 진의를 둘러싼 공방에만 머물러서는 이번 논란이 남긴 문제를 제대로 살피기 어렵다.
한국은 이미 외국인과 함께 살아가는 사회다. 이들은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손님이 아니다. 오랜 세월 한국의 일터를 지켰고, 이곳에 가족과 생활의 터전을 마련했다.
한국 사회는 외국인 노동자가 얼마나 필요한지는 자주 이야기한다. 그러나 그들이 이곳에서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는 좀처럼 묻지 않는다. 이번 논란이 남긴 아쉬움도 바로 그 지점에 있다.
BEST 뉴스
-
‘미국의 소리’ 정치적 소동…비용은 납세자 몫
▲ VOA의 업무 중단과 재건 논란을 표현한 방송 스튜디오 이미지. 실제 VOA 시설 사진이 아닌 AI 생성 이미지. [인터내셔널포커스] 낭비를 줄이겠다며 축소했던 ‘미국의 소리’(VOA)가 업무 복구에 나섰다. 직원들을 유급 행정휴가에 보내고 계약을 취소한 뒤, 다시 사... -
[수필] 세월 저편에 두고 온 열두 살의 고향
고향집 앞에는 해탕나무와 살구나무가 있었고, 뒤뜰에는 앵두나무와 자두나무가 자랐다. 수십 년이 지났건만 어느 자리에 무슨 나무가 있었는지 아직도 눈에 선하다. 열두 살에 떠나온 집인데도 그렇다. 내 고향 중평촌은 중국 연변 안도현 석문진에서 약 6km 떨어진 작은 농촌마을이다. 산 ... -
중국은 왜 아직도 축구를 하는가
⬤ 안대주 축구에서 지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다. 강팀도 무너지고 약팀도 이긴다. 문제는 한 번의 패배가 아니다. 비슷한 실패가 수십 년째 되풀이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 남자축구가 그렇다. 외국인 명장을 불렀고 프로리그에 거액을 쏟아부었다. 세계적인 선수들이 중국 무대를 밟았고 귀화선수에게 ... -
영화가 마음에 안 들면 중국부터 찾는가
영화 ‘암살자(들)’ 때문에 시끄럽다.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소재로 삼았으니 논란이 생길 만하다. 실제 사건을 영화가 어디까지 바꿔도 되는지, 영화적 상상력이라 해도 역사를 너무 비튼 건 아닌지 따져볼 수 있다. 불편하게 본 관객이 비판하는 것도 당연하다. 그런데 논쟁을 따라가다 보면 엉뚱한... -
외국인은 일만 하고 사라져라?…한국 사회의 이상한 계산법
한국 사회를 지켜보노라면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 있다. 외국인을 대하는 일부 사람들의 태도다. 농촌에서는 일할 사람이 없다고 아우성이다. 공장에서는 사람을 구하지 못해 애를 태우고, 식당에서는 외국인 직원이 그만두면 사장님 얼굴부터 어두워진다. 건설현장도 외국인 노동자의 손길이... -
개엄마·개아빠 전성시대…개팔자는 상팔자
며칠 전 직장 동료가 운전하다 겪은 일을 들려줬다. 길가에서 한 여성이 유모차를 밀고 있었다. 아기가 놀랄까 봐 속도를 줄이고 조심조심 지나갔단다. 그런데 유모차 안을 슬쩍 들여다보니 아기는 없고 강아지 한 마리가 떡하니 앉아 있었다. 동료는 어이가 없어 화까지 났다고 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