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을 응원하면 중국인, 한국을 응원하면 동포…고향을 사랑하는 데도 눈치를 봐야 하나

“한국과 중국이 축구하면 어느 팀을 응원하세요?”
한국에서 살아가는 중국 조선족 동포라면 귀에 익숙한 질문이다. 처음에는 그저 축구가 궁금해서 묻는 줄 알았다. 그런데 대답을 듣고 보이는 반응을 보면 꼭 그런 것만도 아니다.
한국을 응원한다고 하면 마음에 없는 대답을 하는 것 같고, 중국을 응원한다고 하면 기다렸다는 듯 이런 말이 돌아온다.
“거봐, 역시 한국말 하는 중국인이잖아.”
한국에서 살면서 실제로 여러 번 들었던 말이다.
참 유치한 질문이다. 축구 응원팀 하나로 사람의 정체성을 가려내려 하다니. 평소에는 같은 민족이라며 동포라고 부르다가도 중국을 응원하는 순간 중국인이 된다. 동포라는 이름이 축구 응원팀에 따라 붙었다 떨어졌다 하는 모양이다.
솔직히 한국과 중국이 맞붙으면 나는 중국을 응원하고 싶다. 반면 한국이 다른 나라와 경기할 때는 한국을 응원한다. 누군가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할지 모르지만 내게는 조금도 이상하지 않다.
나는 중국에서 태어나 자랐다. 그곳에는 내 삶의 가장 오래된 기억과 애틋한 정이 서려 있다.
고향을 떠난 지 오래됐다고 그리움까지 낡아지는 것은 아니다.
세상에 고향을 그리워하지 않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한국 사람이 외국에 살면서 한국을 그리워하고 한국 축구대표팀을 응원하면 고향을 잊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중국에서 태어나 자란 조선족 동포가 중국을 응원하면 왜 다른 잣대를 들이대는가.
누군가 중국을 무턱대고 헐뜯거나 중국 사람들을 싸잡아 비난하면 나도 모르게 화가 난다. 그곳에는 지금도 가족과 친구들, 어린 시절 정을 나누던 이웃들이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고향과 그곳 사람들을 모욕하는 말을 듣고도 아무렇지 않을 사람이 얼마나 있겠는가.
그렇다고 한국에 대한 애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한국 역시 오랜 세월 살아오며 정이 든 삶의 터전이다.
일부 사람들은 같은 민족이니 당연히 한국을 응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벼운 농담처럼 던지는 질문이지만, 대답하는 사람에게는 충성심을 시험받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이제 누군가 다시 묻는다면 굳이 눈치를 보며 대답하고 싶지 않다.
“한국과 중국이 축구하면요? 저는 중국을 응원합니다. 한국이 다른 나라와 경기하면 한국도 응원하고요.”
그 대답이 못마땅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하면서까지 동포임을 인정받고 싶지는 않다.
축구 경기는 90분이면 끝난다. 그런데 관중석에 앉아 있던 사람의 정체성은 왜 경기 종료 후에도 심판받아야 하는가.
한국과 중국이 축구하면 누구를 응원하느냐고?
나는 중국을 응원한다. 내 고향이니까.
고향을 사랑하는 데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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