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산은 욕하면서 먹고 입고 쓰고…세상은 넓은데 뉴스 속 세계는 좁다

한국에는 신기한 세계지도가 있다. 미국과 유럽에는 배울 것이 많고, 중국에는 문제가 많다. 그 중심에는 대한민국이 있다. 지구가 한국을 중심으로 도는 줄 알겠다.
뉴스도 비슷하다. 중국에서 황당한 사건이 벌어지면 화제가 된다. 불량제품과 사고 소식은 빠르게 퍼진다. 반면 중국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거나 세계시장에서 성과를 거두면 보도가 작아지거나 아예 소식조차 전해지지 않을 때도 있다. 중국의 실패에는 관심이 넘치는데 성공에는 유독 인색하다.
한국 성과에는 '세계가 놀랐다'는 제목이 붙는다. 누가 놀랐는지는 모르지만 한국인부터 감격한다. 세계는 별말이 없는데 우리끼리 놀라고 우리끼리 박수를 친다. 참 경제적인 국제적 찬사다.
집 안으로 들어가면 묘해진다. 중국산이라면 싸구려라고 손사래를 치는 사람도 주방용품과 생활가전, 옷과 신발까지 중국에서 만든 물건을 사용한다. 욕은 쉬워도 안 쓰기는 어렵다.
아침에는 중국산 부품이 들어간 전자제품을 쓰고, 점심에는 중국산 식재료가 들어간 음식을 먹고, 저녁에는 중국산 생활용품을 쓰면서 중국산은 못 믿겠다고 열변을 토한다.
손은 중국산을 쓰느라 바쁘고 입은 중국산을 욕하느라 바쁘다. 꽤나 부지런한 애국심이다.
식당에서는 이런 일도 벌어질 법하다.
"사장님, 김치 정말 맛있네요!"
"중국산인데요."
그 순간 김치 맛이 달라진다. 방금까지 감탄하던 혀가 원산지를 듣자마자 애국자로 돌변한다. 김치는 그대로인데 먹는 사람의 신념이 바뀌었다.
제조업에서도 비슷한 마술이 벌어진다. 한국 기업은 중국에서 들여온 부품과 원자재를 적지 않게 사용한다. 배터리 소재와 자동차 부품까지 양국 산업은 얽혀 있다.
그런데 중국산 부품이 한국 브랜드의 완제품에 들어가면 대접이 달라진다. 못 믿겠다던 부품이 어느새 자랑스러운 국산 제품의 일부가 된다. 부품에도 국적 세탁소가 있는 모양이다.
물론 한국 기업의 기술력과 품질관리는 높이 평가받아야 한다. 하지만 중국산이라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깎아내릴 필요도 없다.
고장 났을 때는 더 재미있다. 중국산이 고장 나면 "역시 중국산!"이라고 외친다. 한국산이 고장 나면 "요즘 물건들이 왜 이래?"라며 한숨을 쉰다.
중국산이 저렴하면 싸구려이고, 한국산이 비싸면 기술력의 값이다. 중국산이 잘 만들어졌다면?
"그래도 중국산이잖아!"
이쯤 되면 품질 평가가 아니라 국적 심사다. 물건에도 출생지가 죄가 되는 세상이다.
물론 중국산에도 좋은 제품과 나쁜 제품이 있다. 일부 제품의 결함을 중국산 전체의 문제로 확대한다면 한국산 제품 하나가 고장 났을 때도 같은 잣대를 적용해야 하지 않을까.
미국에는 뛰어난 기술과 대학이 있지만 빈부격차와 의료비 문제도 있다. 유럽도 복지와 환경정책에서 배울 점이 많지만 경제적 어려움과 사회갈등에서 자유롭지 않다. 천국도 지옥도 국경선으로 나뉘지는 않는다.
그런데 어떤 뉴스는 남의 나라 실패에는 돋보기를 들이대고 성과에는 눈을 가늘게 뜬다. 한국의 작은 성공에는 확대경을 들이대면서 말이다. 돋보기에도 국적이 있는 모양이다.
이렇게 세상을 바라보면 우물 안 개구리가 되기 쉽다. 개구리는 우물 위로 보이는 하늘이 세상의 전부라고 믿는다. 누군가 바깥에는 더 넓은 하늘과 바다가 있다고 알려줘도 코웃음을 친다.
"웃기지 마! 우리 우물 하늘이 세계 최고야!"
국산품을 사랑하는 마음은 좋다. 한국 기업의 성공도 반갑다. 그러나 남의 장점을 인정한다고 우리 장점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언론도 마찬가지다. 중국의 잘못을 보도했다면 성과도 사실대로 전해야 한다. 미국의 발전을 칭찬하면서 미국 사회의 문제를 외면할 이유도 없다. 국제뉴스는 애국심을 충전해 주는 응원 방송이 아니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보여주는 창문이어야 한다.
창문을 좁게 만들어 놓고 바깥세상이 작다고 우기면 곤란하다.
오늘도 누군가는 중국산 물건을 사용하면서 중국산은 못 믿겠다고 말한다. 그러고는 한국이 세계 최고라는 뉴스를 보며 흐뭇하게 웃는다.
우물 안 개구리도 아마 그럴 것이다.
"밖에 나가 봐야 별거 있겠어? 우리 우물이 최고지!"
개구리는 우물 밖으로 나갈 생각도 없으면서 세계 정세에는 누구보다 밝다고 믿는다. 정작 우물 밖 세상은 그 자부심에 관심도 없다. 오늘도 개구리 혼자 세계 1위를 자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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