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욕설과 인신공격까지 표현의 자유인가…민주사회가 마주한 불편한 질문

인터넷 기사 댓글창을 열어보면 기사 내용보다 욕설이 먼저 눈에 들어올 때가 있다. 대통령을 향한 저주에 가까운 말부터 정치인의 외모와 가족을 조롱하는 글까지, 비판이라고 부르기조차 민망한 표현이 적지 않다. 연예인과 스포츠 스타도 예외가 아니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 하나로 온갖 비속어가 쏟아진다.
그런데 이런 행태를 지적하면 뜻밖의 반응이 돌아온다. 인격모욕에 책임을 묻자고 하면 표현의 자유를 빼앗는다며 반발한다. 허위정보 유포를 규제하겠다고 하면 언론 탄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심지어 독재라는 말까지 등장한다.
언제부터 민주사회에서 남을 욕하고 모욕하는 일까지 당연한 권리처럼 받아들여졌을까.
대통령이든 정치인이든 비판받아야 할 일이 있다면 비판받아야 한다. 권력을 가진 사람일수록 국민의 감시를 피할 수 없다. 거친 풍자나 신랄한 비판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러나 정책의 잘못을 지적하는 것과 상대의 인격을 짓밟는 행위는 분명 다른 문제다. 정치적 견해가 다르다고 가족까지 끌어들여 조롱하는 모습을 정상적인 토론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유명인도 마찬가지다. 대중의 관심을 받는 직업이라는 이유로 온갖 욕설과 인신공격을 감수해야 할 의무는 없다. 비판할 자유가 있다고 해서 상대를 함부로 대할 권리까지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가짜뉴스 문제는 더욱 복잡하다. 취재 과정에서 발생한 실수나 사실관계에 대한 해석 차이와 처음부터 사람을 속일 목적으로 사실을 조작한 행위는 성격이 다르다. 잘못된 보도에는 정정과 책임이 따르지만, 모든 오보를 의도적인 허위정보로 취급한다면 언론 활동 자체가 위축될 수 있다.
고의로 허위사실을 퍼뜨려 개인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피해를 일으킨 경우도 있다. 그렇다고 정부가 불편해하는 보도나 권력자를 향한 의혹 제기까지 허위정보로 몰아가는 일은 경계스럽다. 무엇이 거짓인지 판단하는 기준이 모호하면 언론의 감시 기능부터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인격모욕에 대한 대응 역시 형사처벌만 있는 것은 아니다. 게시물 삭제와 정정, 손해배상 등 피해를 회복할 방법도 있다. 반복적인 괴롭힘이나 심각한 인격 침해에 대해서는 실제 행위와 피해 정도에 따라 법적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
대한민국 헌법 제21조는 언론·출판의 자유를 보장하면서 타인의 명예와 권리도 보호하고 있다. 자유롭게 말할 권리가 있다고 해서 그 말로 발생한 피해에 대한 책임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더 눈길을 끄는 것은 정치적 편 가르기에 따라 욕설을 대하는 태도마저 달라지는 모습이다. 내 편을 향한 욕설은 인격살인이라며 분노하고, 상대편을 향한 욕설은 통쾌한 풍자라고 치켜세운다. 같은 말도 누구를 향하느냐에 따라 평가가 달라지는 셈이다.
이런 분위기에서는 사실관계를 따지는 토론보다 상대를 얼마나 거칠게 공격하느냐가 더 주목받기 쉽다. 댓글창이 의견을 나누는 공간이 아니라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싸움터로 변해가는 모습도 낯설지 않다.
물론 불쾌한 말 한마디까지 국가가 처벌하자는 얘기는 아니다. 공직자에 대한 풍자와 비판은 민주사회에서 폭넓게 보호받는다. 표현을 제한하는 법률이 정치적으로 악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규제의 기준이 모호할수록 권력에 대한 정당한 비판까지 위축될 우려가 있다.
그렇다고 악의적인 허위사실 유포나 심각한 인격 침해를 모두 표현의 자유로 감쌀 수 있을까. 권력에 대한 비판이 막힌 사회에서 민주주의를 말하기 어렵듯, 타인의 명예가 무너지고 인격이 짓밟힌 뒤에도 자유라는 말만 되풀이하는 현실 역시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허위정보를 바로잡자는 말에는 언론 탄압이라는 비판이 따라붙고, 인격모욕에 책임을 묻자는 주장에는 입틀막이라는 반발이 나온다. 권력이 이런 규제를 악용할 위험은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그 우려가 피해자의 권리까지 외면할 이유가 될 수는 없다.
남을 향해 쏟아낸 말에는 한없이 관대하면서, 그 말에 대한 책임에는 왜 이토록 민감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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