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내셔널포커스] 국제 고등교육 평가기관 QS가 발표한 ‘2026 세계대학 학과별 순위’는 한·중 대학 경쟁의 현주소를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결론은 분명하다. 판이 뒤집힌 것이 아니라, 이미 벌어진 격차가 더 또렷해졌다는 점이다.
이번 평가에서 중국 본토는 158개 대학이 순위에 이름을 올렸고, 세계 10위권 학과는 15개를 기록했다. 2021년 7개에서 두 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칭화대는 7개 학과를 세계 10위권에 올리며 선두를 굳혔고, 푸단대는 고전문학·고대사 분야에서 세계 2위로 급등했다. 베이징대 역시 같은 분야에서 3위를 기록했다. 여기에 지질학, 데이터과학·인공지능, 치의학, 음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중국 대학들이 새롭게 상위권에 진입했다.
눈에 띄는 변화는 ‘속도’보다 ‘폭’이다. 과거에는 일부 최상위 대학이 성과를 견인했다면, 이제는 여러 대학이 동시에 상위권으로 올라서는 ‘집단 상승’ 양상이 뚜렷하다. 연구 투자 확대와 산업 연계가 맞물리면서 인공지능과 첨단공학뿐 아니라 인문·예술 분야까지 영향력이 넓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한국 대학은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했지만, 구조적 한계도 분명히 드러났다. 서울대가 대부분 학문 분야에서 국내 1위를 지키며 국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고, 연세대와 고려대가 뒤를 받치며 균형을 이루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원과 포항공대 역시 공학·자연과학 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이어가고 있다.
문제는 확장성이다. 상위권 성과가 일부 대학에 집중된 구조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처럼 다수 대학이 동시에 상위권으로 진입하는 흐름과는 대비된다. 세계 10위권 학과 수에서도 한국은 제한적인 반면, 중국은 빠르게 저변을 넓히고 있다.
이 같은 차이는 결국 투자와 구조에서 비롯된다는 지적이 많다. 중국은 국가 주도의 대규모 연구개발 투자와 대학·산업 간 연계를 통해 성과를 축적해 왔다. 반면 한국은 소수 대학 중심의 경쟁력은 유지하고 있지만, 전체 생태계로 확산되는 속도는 상대적으로 더디다.
이번 순위는 단순한 대학 평가를 넘어 방향을 보여주는 신호에 가깝다. 한국이 현재의 구조에 머무를 경우, 격차는 더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미 앞서 있는 중국이 속도를 더 내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핵심은 명확하다. 한국 대학은 ‘버티고’ 있고, 중국 대학은 ‘확장하고’ 있다. 그리고 이 차이가, 순위에서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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