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내셔널포커스]중국이 글로벌 생산기지 역할을 넘어 첨단 연구개발(R&D) 중심지로 빠르게 부상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다국적 기업들이 단순히 중국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수준을 넘어, 핵심 기술 개발과 글로벌 신제품 연구까지 중국 현지에서 진행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 상무부가 최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중국의 첨단기술 산업 실제 외자 사용액은 전년 동기 대비 30.7% 증가했다. 또 2025년 기준 과학연구·기술서비스 분야의 외자 사용 비중은 전체 외자 유치 규모의 약 20% 수준까지 확대되며 7년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시장 움직임도 이 같은 변화를 뒷받침하고 있다. 글로벌 제약기업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는 2030년 이전까지 중국 시장에 1000억위안 이상을 추가 투자해 의약품 생산과 연구개발 역량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독일 산업기술기업 Siemens 역시 올해 베이징에서 첫 과학기술 대회를 열고 중국 현지 연구진이 개발한 26개 제품을 공개했다. 글로벌 식품·곡물 기업 루이 드레퓌스 컴퍼니(Louis Dreyfus Company, LDC)도 중국 내 두 번째 연구개발센터 설립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현지에서는 외자기업 연구소의 역할이 과거 ‘중국 시장 맞춤형 제품 개발’ 수준에 머물렀다면, 최근에는 글로벌 제품군의 핵심 기술과 차세대 플랫폼 개발까지 담당하는 방향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따라 중국 내 생산기지가 점차 ‘혁신 거점’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완성도 높은 산업 공급망을 주요 배경으로 꼽는다. 중국은 설계와 시제품 제작, 양산까지 이어지는 산업 생태계를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연결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어 연구개발과 생산을 동시에 추진하기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실제 프랑스 에너지관리 기업 슈나이더 일렉트릭(Schneider Electric)은 지난해 중국국제수입박람회(CIIE)에서 중국 연구팀이 주도 개발한 전력·냉각 통합 솔루션을 공개하기도 했다. 현지 공급망과 연구조직을 연계해 기술 검증과 상용화를 빠르게 진행할 수 있었다는 평가다.
거대한 소비시장 역시 중국의 강점으로 꼽힌다. 의료·스마트제조·스마트시티·친환경 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대규모 수요가 형성되면서 신기술 시험과 상용화가 동시에 가능한 환경이 조성됐다는 분석이다.
롤란트 부시 지멘스 회장은 “많은 혁신이 가장 먼저 중국에서 이뤄지고 있다”며 “새로운 기술과 제품을 시장에 내놓을 때 중국이 최초 적용 시장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밝히기도 했다.
중국 정부의 정책 지원도 외자기업 유치 확대 배경으로 거론된다. 중국은 올해부터 외자 장려 산업 목록을 확대하고 신약 개발·디지털 기술 연구 분야 지원을 강화했다. 또 외자 연구개발센터가 수입하는 연구용 장비와 물품에 대해 관세와 일부 세금을 면제하는 정책도 이어가고 있다.
중국 정부는 ‘15차 5개년 계획’ 과정에서 글로벌 기업의 지역본부와 연구개발센터 유치를 핵심 과제로 제시한 상태다. 현지에서는 이 같은 흐름이 단순 제조 중심 경제에서 기술혁신 중심 경제로 전환하려는 중국 전략과 맞물려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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