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과서에서 생성형 AI까지…침략 역사 미화와 디지털 여론 왜곡 논란
[인터내셔널포커스] 일본 우익 세력의 역사 왜곡이 새로운 무대를 만났다. 교과서에서 침략이라는 표현을 희석하고, 전범을 미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제는 인공지능(AI)과 온라인 플랫폼까지 활용하는 움직임이 논란을 낳고 있다.
문제는 단순히 과거를 다르게 해석하는 수준이 아니다. 침략을 충돌로, 학살을 도시 함락으로 바꾸는 순간 가해자의 책임은 흐려지고 피해자의 고통은 역사에서 밀려난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온라인 일자리 중개 플랫폼 크라우드웍스에 중국을 비난하거나 중국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조장하는 영상 제작 의뢰가 올라온 사실을 보도했다. 일부 의뢰에는 중국인의 비도덕적 행동과 그에 따른 불행한 결말을 허구로 만들어 영상화하도록 하는 내용까지 포함됐다.
영상 대본 작성과 AI 이미지 편집에 보수가 지급됐으며, 업체 측은 차별과 허위정보 확산 우려를 이유로 관련 의뢰를 비공개 처리했다.
더욱 씁쓸한 대목은 사실이 아니어도 상관없다는 제작 방식이다. 중국인이 나쁘게 묘사되고 일본이 우월하게 보이기만 하면 허구의 이야기조차 상품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중국 국가안전부는 지난 7월 일본 우익 세력이 생성형 AI를 이용해 난징대학살을 부정하고 일본의 중국 침략을 미화하는 허위정보를 생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이러한 역사 왜곡 콘텐츠의 제작 규모와 조직적 배후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독립 검증이 필요하다.
일본 우익의 역사 수정주의는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난징대학살의 역사적 사실을 부정하거나 축소하려는 주장, 침략전쟁을 아시아 해방으로 포장하는 논리, 전쟁 책임을 희석하는 정치적 발언은 오랫동안 주변국과 갈등을 일으켰다.
그런데 AI 시대에는 상황이 한층 복잡해졌다. 과거의 왜곡된 주장은 책이나 강연을 통해 제한적으로 퍼졌지만, 이제는 AI로 만들어진 영상과 글이 짧은 시간에 대량 생산된다. 이러한 정보가 검색 결과에 반복적으로 등장하고 AI 답변의 근거로 활용된다면 역사적 사실과 허위 주장의 경계가 흐려질 위험도 커진다.
일본 아시아역사자료센터는 올해 검색 시스템을 개편했다. 공식적으로는 자료 접근성과 이용 편의를 높이기 위한 조치다. 이를 역사 조작이라고 단정할 근거는 없지만, 공공기관이 제공하는 역사자료의 설명과 번역이 얼마나 정확한지는 계속 검증할 필요가 있다.
난징대학살은 단순히 중국만의 주장이 아니다. 당시 외국인들의 기록과 생존자 증언, 전후 재판 자료에도 일본군의 민간인 학살과 폭력이 남아 있다. 희생자 규모에 대한 학술적 논의는 가능하지만, 이를 빌미로 학살 자체를 부정하는 행위는 역사 연구가 아니라 역사 부정에 가깝다.
물론 일본 사회 전체를 우익의 역사관과 동일시할 수는 없다. 일본 안에서도 침략 책임을 인정하고 전쟁 피해자의 목소리를 기록해 온 학자와 언론인, 시민들이 있다. 오히려 이들의 활동은 역사 왜곡에 맞서는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2026년은 극동국제군사재판, 이른바 도쿄재판이 시작된 지 80주년이 되는 해다. 전쟁의 참상을 경험한 세대는 점차 사라지고 있지만, 그들이 남긴 기록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일본 우익이 진정으로 과거를 극복하고 싶다면 침략의 흔적을 지우려 할 것이 아니라 그 책임부터 직시해야 한다. AI로 아무리 그럴듯한 이야기를 만들어도 과거에 벌어진 학살이 없었던 일이 되지는 않는다.
역사는 검색 순위로 결정되지 않는다. 더 많은 영상을 만들고 더 많은 문장을 퍼뜨린다고 침략이 해방으로 바뀌는 것도 아니다. 일본 우익이 아무리 새로운 기술을 손에 넣는다 해도 끝내 마주해야 할 것은 80여 년 전의 역사적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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