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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역사를 다시 쓸 수 있나…‘암살자(들)’이 던진 불편한 질문

  • 김준하 기자
  • 입력 2026.09.29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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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내셔널포커스] 추석 극장가에서 흥행한 영화 한 편이 스크린 밖에서 더 시끄럽다. 허진호 감독의 ‘암살자(들)’이다.


지난 23일 개봉한 이 영화는 1974년 8월 15일 광복절 기념식장에서 벌어진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끌어왔다. 당시 문세광이 박정희 대통령을 향해 총을 쐈고 육 여사가 총탄에 맞아 숨졌다.


영화는 당시 수사 결과를 그대로 따라가지 않는다. 형사와 기자가 사건을 뒤쫓으며 기록 사이의 빈틈을 파고든다. 공범이나 권력기관의 개입을 의심하게 만드는 장면도 등장한다. 배후를 특정하지 않았지만 일부 관객과 정치권에서는 박정희 정권의 개입 가능성을 암시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정치권도 가세했다. 국민의힘 인사들은 확인되지 않은 가설을 실제 사건과 뒤섞었다며 ‘역사 왜곡’이라고 비판했다.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은 제작사의 사과와 상영 중단을 요구했다. 여권에서는 야권의 대응이 지나치다고 맞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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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암살자(들)’을 둘러싼 논란을 모티브로, 역사적 기록과 영화적 상상력이 충돌하는 지점을 표현한 이미지. 실제 사건 현장이나 영화 장면이 아닌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 이미지.

 

제작진은 역사적 사건에 영화적 상상력을 더한 극영화라고 설명했다. 기존 사실을 부정하거나 왜곡하려는 의도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허진호 감독도 박정희 대통령이 육영수 여사 피격을 기획했다는 이른바 ‘자작극’을 영화에 넣지 않았고 자신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불똥은 영화의 자금줄로 튀었다.


온라인에서는 ‘중국 자본이 들어간 영화 아니냐’는 주장이 퍼지고 있다. 거론되는 곳은 제작사 하이브미디어코프에 투자한 CLSA캐피탈파트너스코리아다.


하이브미디어코프는 2023년 400억원 규모의 외부 투자를 추진하면서 미래에셋증권PE와 CLSA캐피탈파트너스코리아 컨소시엄을 우선협상자로 선정했다. CLSA는 중국 CITIC Securities가 2013년 인수한 회사다. 중국계 자본 이야기가 나온 배경이다.


다만 제작사에 투자한 돈과 특정 영화의 제작비는 같은 얘기가 아니다. 공개된 자료만으로는 CLSA 측 자금이 ‘암살자(들)’ 제작비로 직접 들어갔는지 확인하기 어렵다. 중국 측 투자자가 시나리오나 제작 방향에 관여했다는 근거도 현재까지 공개되지 않았다.


이 영화에는 국내 자금도 들어갔다. 미시간벤처캐피탈이 운용하는 영화투자조합이 투자에 참여했고 이 조합에는 한국 모태펀드 영화계정 자금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온라인에서는 ‘인지전’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하지만 특정 국가가 돈을 대고 영화의 방향까지 움직였다고 말하려면 실제 자금 흐름과 제작 과정에서의 개입이 확인돼야 한다. 지금 공개된 자료로는 그 연결고리까지 이어지지 않는다.


처음에는 1974년 사건을 왜 그렇게 그렸느냐가 문제였다. 어느새 제작사에 들어간 투자금까지 검증대에 올랐다.


논란과 별개로 관객은 극장으로 향했다. ‘암살자(들)’은 추석 연휴인 24일부터 27일까지 약 140만7천 명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27일까지 누적 관객은 약 156만6천 명이다.


학교 단체관람도 시끄러워졌다. 일부 고등학교가 이 작품을 단체관람 영화로 선택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학교와 교육청에 민원을 넣자는 움직임까지 나왔다.


실제 사건을 영화로 만들면서 기록에 없는 부분을 상상하는 건 낯선 일이 아니다. 다만 실제 인물과 사건을 가져오면 얘기가 달라진다. 영화에서 본 장면이 어느 순간 실제 역사처럼 기억될 수도 있다.


‘암살자(들)’ 논란도 여기서 출발했다. 영화의 역사 해석을 둘러싼 공방에 정치권이 뛰어들었고 이제는 투자 자본의 국적까지 논쟁거리가 됐다.


CLSA와 제작사의 투자 관계는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중국 자본이 이 영화의 제작비를 댔고 내용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단정할 근거는 아직 없다.


영화의 역사 해석을 비판할 수 있다. 투자 구조를 들여다보는 일도 필요할 수 있다. 다만 의혹이 사실보다 먼저 달리기 시작하면 얘기는 달라진다.


52년 전 총격 사건에서 시작한 이야기가 2026년 극장가를 거쳐 중국 자본 논란까지 왔다. ‘암살자(들)’을 둘러싼 소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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