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내셔널포커스] 미국과 이란 간 긴장이 재격화되는 가운데, 글로벌 에너지 수송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싸고 ‘경제적 손익’을 둘러싼 논쟁이 확산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해협 봉쇄로 이란이 “하루 5억 달러 손실을 입을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실제 영향에 대해서는 다양한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상황은 급변했다. 이란은 4월 17일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발표했으나, 이후 미국이 이란 항만 봉쇄를 유지하고 해상 통제를 강화하면서 긴장이 다시 고조됐다. 이란은 이에 반발해 해협 통제를 재강화하는 조치를 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호르무즈 해협은 양측이 압박 수단으로 활용하는 핵심 변수로 부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협 봉쇄가 이란 경제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중동 정세를 분석해 온 일부 전문가들은 이러한 평가가 단순화된 측면이 있다고 보고 있다.
카타르 기반 매체 알자지라 보도에 따르면, 최근 국제 유가 상승 속에서 이란의 원유 수출 수익은 일정 부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매체는 배럴당 약 90달러 수준을 기준으로 최근 한 달간 이란의 석유 수익이 전쟁 이전 대비 증가했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또한 이란은 장기간 제재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비공식 해상 운송망을 구축해 왔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른바 ‘그림자 선단’, 선박 간 환적, 위치추적 시스템 차단 등의 방식이 결합된 구조로, 해상 봉쇄의 효과를 일정 부분 상쇄할 수 있다는 평가다.
해상 저장 원유 역시 변수로 지목된다. 미국 재무부 출신 인사 등을 인용한 국제 에너지 분석에 따르면, 이란은 상당 규모의 해상 원유 비축량을 보유하고 있어 단기적인 수출 차질을 완충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함께 철도 등 육상 운송망을 활용한 대체 경로도 일부 존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미국은 손실이 없다”는 주장 역시 현실과 괴리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군사 작전 수행에 따른 비용 부담이 대표적이다. 미군은 해상 봉쇄 작전을 위해 병력과 함정, 항공 전력을 대규모로 투입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상당한 비용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하버드 케네디 스쿨의 린다 빌메스 교수는 과거 전쟁 비용 연구에서 미국의 군사 개입이 장기적으로 막대한 재정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중동 지역 군사 작전 역시 유사한 비용 구조를 가질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제적 파급도 변수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신 ‘세계경제전망(World Economic Outlook)’에서 글로벌 불확실성 확대 속에 미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에너지 가격 상승은 물가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어 경기 둔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정치적 부담도 함께 거론된다. 미국 내 여론조사에서는 경제 상황과 대외 정책에 대한 평가가 지지율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변수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유가 상승이 지속될 경우 정치 일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법적 제약도 존재한다. 미국의 전쟁 권한 결의안에 따르면, 대통령은 의회의 승인 없이 해외 군사 행동을 장기간 지속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향후 군사 작전의 지속 여부는 의회의 판단과 정치적 협상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국제 질서 차원의 영향도 주목된다. 국제정치학자 스티븐 월트는 미국의 대외 정책이 장기적으로 글로벌 신뢰와 영향력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특히 중동 지역에서는 갈등 장기화에 따른 경제적 부담이 주변국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안을 단순한 군사 충돌을 넘어 에너지 시장, 글로벌 경제, 정치 환경이 복합적으로 얽힌 문제로 보고 있다. 한편에서는 협상과 압박이 병행되는 전략이 단기적으로는 효과를 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상호 신뢰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이 이어질 경우,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 역시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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