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내셔널포커스] 중국 동북지역 조선족 마을에서 오랫동안 제기돼 온 농지 문제가 다시 관심을 끌고 있다. 한국으로 이주해 한국 국적을 취득한 조선족들이 중국에 남겨둔 농지와 주택을 계속 보유해야 하는지, 아니면 실제 농사를 짓는 주민들에게 다시 배분해야 하는지를 둘러싼 논쟁이다. 인구 감소와 농촌 공동화가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이는 단순한 재산권 문제가 아니라 농촌의 지속 가능성과 직결된 정책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지린성 연변조선족자치주를 비롯한 동북지역에서는 1990년대 이후 한국 취업과 이주가 본격화되면서 많은 조선족 주민이 고향을 떠났다. 일부는 한국 영주권을 취득했고, 일부는 한국 국적을 선택해 장기간 정착했다. 그 결과 마을에는 사람이 살지 않는 빈집이 늘었고, 논과 밭은 다른 농가가 임차해 경작하거나 장기간 방치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실제 거주하지도, 농사를 짓지도 않는 사람이 계속 농지 권리를 유지하는 것이 타당한가"라는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현행 농지 제도는 일반적인 사유재산 개념과 다르다. 농지는 농촌 집단경제조직이 소유하고 농민은 계약을 통해 경작권을 갖는 구조다. 따라서 한국 국적을 취득했다고 해서 계약 경작권이 자동으로 소멸하거나 농지가 즉시 회수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중국 정부는 올해 제2차 농지 도급기간 만료를 앞두고 계약 경작권을 원칙적으로 30년 더 연장하는 시범사업을 전국 29개 성급 지역으로 확대했다. 정부는 '대안정·소조정(大稳定、小调整)' 원칙 아래 기존 농가의 권리를 최대한 유지하고, 농지를 다시 나누거나 임의로 회수해서는 안 된다고 명확히 했다. 다만 가족 구성원이 모두 사망해 계약 주체가 소멸한 경우 등 법률이 정한 특별한 상황에서는 계약농지를 회수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이 같은 정책은 중국이 안정적인 농업 생산과 농촌사회의 연속성을 우선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정부는 농지를 재분배하기보다 임대와 규모화 경영을 확대해 방치되는 토지를 줄이는 방향에 정책의 무게를 두고 있다.
현장에서도 의견은 엇갈린다. 해외에 정착한 사람이 사실상 농업과 지역사회에 기여하지 않는 만큼 농지를 회수해 실제 경작 농가나 청년 농업인에게 배분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 반면, 국적 변경만을 이유로 기존 계약과 권리를 제한하는 것은 법적 안정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이 문제를 국적 변경 여부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실제 거주 여부와 경작 실태, 집단경제조직 구성원 자격, 계약관계, 농촌 공동체의 공공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 역시 농촌진흥 전략에서 토지를 '다시 나누는 것'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것'을 핵심 방향으로 제시하고 있다.
결국 조선족 이주민의 농지 문제는 특정 민족만의 논란이 아니다. 인구 이동과 고령화, 농촌 공동화가 동시에 진행되는 중국 사회가 직면한 구조적 과제다. 앞으로는 해외 이주 주민의 권리를 존중하면서도 농지가 장기간 방치되지 않도록 제도적 균형을 찾는 것이 중국 농촌정책의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BEST 뉴스
-
월드컵은 끝나도 중국은 남는다…2026 월드컵이 비춘 소비와 플랫폼의 변화
[인터내셔널포커스] 2026 FIFA 월드컵은 참가국 48개국, 총 104경기로 치러지는 역대 최대 규모의 대회다. 그러나 이번 월드컵의 의미는 축구에만 있지 않다. 중계권과 플랫폼 경쟁, 광고, 전자상거래, 디지털 콘텐츠 산업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보여주는 거대한 경제 무대이기도 하다. 특히 중국에서는 이번... -
'이혼율 상위권' 지린성이 던진 경고…중국 결혼 제도가 흔들리는 이유
[인터내셔널포커스] 중국 동북부 지린성이 높은 이혼율 지역으로 꾸준히 거론되면서 중국 사회의 결혼과 가족제도 변화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는 단순한 지역적 특성이 아니라 경기 둔화와 인구 감소, 가치관 변화가 복합적으로 맞물린 구조적 현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린성은 중국 사회가 앞으로 겪을... -
"경제보다 안보, 개혁보다 당"…시진핑 105주년 연설이 예고한 중국의 다음 10년
[인터내셔널포커스] 2026년 7월 1일 중국공산당 창당 105주년 기념대회에서 발표된 시진핑 국가주석의 연설은 단순한 기념사가 아니었다. 약 1만 자에 달하는 이번 연설은 지난 105년의 역사를 되돌아보는 동시에, 향후 중국의 국정 운영 방향과 대외전략, 그리고 중국공산당이 어떤 방식으로 장기 집권과 국가 발전을 ... -
돌비석에서 과좡까지…中 곳곳에 이어지는 '민족단결'의 일상
중국의 다양한 민족 주민들이 전통 의상을 입고 원형 춤인 과좡(鍋莊)을 함께 즐기고 있다. 주변에는 차 재배지와 전통 마을, 강변 축제 등 지역 공동체의 일상이 어우러져 민족 간 교류와 화합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합성 이미지. (AI 생성 이미지) [인터내셔널포커스] 7월 1일 ... -
이례적 사과한 美 폭스뉴스…'중국 배후설' 정정, 검증 책임 다시 도마에
[인터내셔널포커스] 미국 보수 성향 방송사 폭스뉴스(Fox News)가 자사 프로그램에서 제기된 '중국 배후설'과 관련해 공개 정정과 사과를 발표하면서 미국 언론의 사실 검증과 명예훼손 책임 문제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특정 개인과 시민단체를 중국의 지원을 받는 세력으로 지목했던 발언이 근거 부족으로 철회된 것은... -
"환경을 넘어 국가경쟁력으로"…중국, '아름다운 중국' 2030 청사진 공개
[인터내셔널포커스] 중국 국무원이 제15차 5개년 규획(2026~2030년) 기간 추진할 '아름다운 중국(美丽中国) 건설 계획'을 발표하며 향후 5년간의 환경·기후·산업 정책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번 계획은 생태환경 개선을 넘어 경제구조 전환과 산업 경쟁력 강화, 탄소중립 기반 구축을 함께 추진하는 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