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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훙 도시’ 연길의 두 얼굴…관광은 뜨고 문화는 남을까

  • 허훈 기자
  • 입력 2026.08.16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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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길의 전통가옥을 배경으로 조선족 전통의상을 차려입은 관광객들이 기념사진을 남기고 있다. 최근 연길에서는 전통의상과 민속문화를 활용한 체험·촬영 관광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인터내셔널포커스]

[인터내셔널포커스] 중국 길림성 연변조선족자치주 주도 연길이 대표적인 ‘왕훙(网红·인터넷 인기) 관광도시’로 떠올랐다. 조선족 전통의상을 갖춰 입고 ‘인생샷’을 남기는 체험형 스냅 촬영부터 음식과 한글·중문 병기 간판까지 소셜미디어를 타고 확산하면서 전국에서 관광객이 몰리고 있다.


연길시는 2024년 국내외 관광객 약 1008만명을 유치해 전년보다 14.8% 증가했고, 관광종합수입은 약 158억9000만 위안으로 13.2% 늘었다. 관광산업이 지역경제의 중요한 성장동력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그 중심에는 중국조선족민속원이 있다. 전통가옥 사이로 화려한 조선족 의상을 차려입은 관광객들이 곳곳에서 사진을 찍는다. 주변에는 의상 대여와 메이크업, 전문 촬영을 한데 묶은 체험형 스냅 촬영 산업도 빠르게 성장했다. 젊은 관광객에게 조선족 문화를 친숙하게 알리고 숙박·외식 등 지역 소비를 끌어올렸다는 점은 분명한 성과다.


그러나 연길 관광이 일시적인 ‘폭발적 인기’를 넘어 지속가능한 관광으로 발전하려면 또 다른 질문과 마주하게 된다. 관광객은 사진 속 조선족 문화를 얼마나 이해하고 돌아가는가.


전통의상이 촬영용 의상으로, 전통가옥이 사진 배경으로만 소비된다면 문화는 쉽게 이미지와 기호로 단순화될 수 있다. 가야금과 장고춤, 민요, 떡메치기와 전통음식에는 오랜 역사와 생활방식이 담겨 있지만 짧은 관광에서는 이러한 이야기가 화려한 사진 뒤로 밀려나기 쉽다.


그렇다고 체험형 스냅 촬영 자체를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 젊은 세대가 직접 전통의상을 입어보면서 조선족 문화에 관심을 갖게 만드는 새로운 문화체험의 통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사진을 찍느냐’가 아니라 사진에서 시작된 관심을 얼마나 깊이 있는 문화체험으로 연결하느냐다.


연길도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민속원에서는 떡메치기와 전통음식, 가야금 연주 등 다양한 체험 콘텐츠를 확대하며 ‘사진 찍고 떠나는 곳’에서 ‘머물며 문화를 경험하는 곳’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다음 과제는 지역 주민과 문화 전승자들이 관광의 중심에 서도록 하는 것이다. 전통음식과 민속예술, 언어와 생활풍습을 이어온 사람들이 자신의 문화를 직접 설명하고 전승하며, 관광수익이 문화보존과 후계자 육성으로 다시 연결되는 구조가 필요하다.


연길의 가장 강력한 관광자원은 화려한 촬영 세트가 아니다. 중국 최대 조선족 집거지역의 중심도시로서 오랜 시간 축적된 언어와 음식, 음악, 생활풍습 그리고 이를 이어온 사람들의 삶이다. 촬영공간은 다른 도시도 모방할 수 있지만 이러한 역사와 생활문화까지 복제하기는 어렵다.


‘왕훙 도시’가 되는 것은 빠를 수 있다. 그러나 문화도시로 오래 남는 것은 훨씬 어렵다. 연길의 관광 열풍이 ‘반짝 인기’를 넘어 ‘오래가는 인기’로 이어질지는 결국 관광객에게 얼마나 화려한 사진을 남겨주느냐가 아니라, 그 사진 너머의 조선족 문화를 얼마나 살아 있게 전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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