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내셔널포커스] 차세대 산업 핵심으로 꼽히는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분야에서 중국과 일본의 격차가 빠르게 벌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일본 언론에서 제기됐다. 특히 중국은 AI 학습 데이터와 부품 공급망, 현장 실증 속도에서 우위를 확보한 반면 일본은 높은 완성도를 추구하는 개발 문화와 느린 산업화 속도로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본경제신문(닛케이) 중문판은 19일 보도에서 “중국이 휴머노이드 산업 전반에서 빠르게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며 “일본과의 공급망 대응 속도 차이가 이미 약 1주 반 수준까지 벌어졌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은 드론 산업 성장 과정에서 축적한 모터·센서·구동장치 공급망을 휴머노이드 산업으로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여기에 생성형 AI와 물리 AI 기술 발전까지 맞물리면서 개발 속도와 현장 적용 능력을 동시에 끌어올리고 있다는 평가다.
일본 로봇기업 RT코퍼레이션의 나카가와 유키코 대표는 “과거 사족보행 로봇을 처음부터 제작해 실제 보행까지 구현하는 데 4주 반이 걸렸다”며 “중국 스타트업이라면 같은 작업을 약 3주 안에 끝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이 차이가 결국 부품 공급망과 개발 생태계 대응 속도의 차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중국 휴머노이드 기업들은 저감속비 모터와 고출력 구동 시스템을 중심으로 양산 체계를 빠르게 구축하고 있다. 실제 산업 현장에 로봇을 먼저 투입한 뒤 데이터를 축적하고 AI 성능을 개선하는 방식이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반면 일본은 기술력 자체는 여전히 경쟁력이 있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NEC와 KDDI 등이 참여한 일본 AI로봇협회는 최근 로봇 제어용 기초모델 개발에 착수했으며, 와세다대학 계열 스타트업 도쿄로보틱스(TokyoRobotics)도 신형 휴머노이드 개발을 본격화하고 있다.
도쿄로보틱스가 개발 중인 ‘토로보(Torobo)’는 독일항공우주센터(DLR)의 토크센서 구조를 적용해 섬세한 동작 구현 능력을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회사 측은 중국 기업들이 고출력 중심 설계를 선호하는 것과 달리 정밀 제어와 유연한 움직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본 내부에서도 중국의 추격 속도를 경계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도쿄로보틱스의 사카모토 요시히로 대표는 “시장 수요가 본격적으로 형성될 경우 중국 기업들도 정밀 제어 분야에 빠르게 뛰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일본 산업계는 최근 휴머노이드 산업 재건 움직임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와세다대학과 티엠작크, 무라타제작소, SRE홀딩스 등이 참여한 ‘교토 휴머노이드 로봇협회(KyoHA)’는 일본산 부품만 활용한 순수 국산 휴머노이드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협회는 2026년 봄 시제품 공개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재난 구조와 우주 작업 등에 활용 가능한 모듈형 로봇 플랫폼 구축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협회 이사장을 맡고 있는 와세다대학의 다카니시 아쓰오 교수는 “향후에는 달 탐사나 화재 구조처럼 목적에 따라 부품을 조합하는 모듈형 휴머노이드 시대가 열릴 가능성이 크다”며 “핵심 기술만큼은 일본 제조업이 계속 경쟁력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 내 수요 역시 증가하는 분위기다. 일본 제조업체 대상 조사에서는 전체 기업의 40% 이상이 이미 휴머노이드 로봇을 도입했거나 도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반도체·자동차·산업자동화 장비 분야에서는 도입 의향 비율이 절반을 넘은 것으로 조사됐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기존 산업용 로봇과 달리 사람 중심 작업 환경에 바로 투입할 수 있다는 점이 최대 강점으로 꼽힌다. 생산라인 구조를 크게 바꾸지 않아도 되고 인간과 같은 공간에서 작업하기에도 상대적으로 적응성이 높다는 평가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과도한 기대론에 대한 경계도 나온다. 나카가와 대표는 “향후 2~3년 내 휴머노이드 산업이 일시적인 조정 국면에 들어설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일본 기업들이 여전히 생산효율과 인력 절감 중심의 성과지표(KPI)를 우선시하고 있어, 기대만큼 빠르게 현장 확산이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이유다.
닛케이는 미국과 중국 기업들이 초기 완성도보다 ‘현장 지속 운용’과 데이터 축적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생산 현장에 우선 투입한 뒤 AI와 하드웨어를 반복 개선하는 방식이 산업 경쟁력을 좌우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반면 일본은 초기 단계부터 높은 완성도와 안정성을 요구하는 경향이 강해 산업 확산 속도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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