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내셔널포커스]미국에서 해외 이주와 시민권 포기 사례가 증가하면서 이른바 ‘아메리칸 드림’의 상징성이 약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높은 생활비와 의료비 부담, 정치·사회적 갈등 심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미국을 떠나려는 움직임이 늘고 있다는 평가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2025년 미국의 순이민 규모가 약 15만 명 감소한 것으로 추산했다. 해외에서 미국으로 유입된 인구보다 미국을 떠난 인구가 더 많았다는 의미다. 연구소는 이 같은 흐름이 2026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 내에서는 최근 수년간 해외 이주 수요와 시민권 포기 사례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미국 연방관보 통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시민권 포기자는 1285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직전 분기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최근 연간 시민권 포기자는 5000~6000명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해외 이주 선호 현상이 확인된다. 갤럽 조사에서는 미국인의 약 20%가 “여건이 허락된다면 해외로 영구 이주하고 싶다”고 답했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보다 두 배가량 높은 수준이다. 해외 거주 미국인을 대상으로 한 그린백사의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49%가 시민권 포기를 고려하거나 계획 중이라고 답해 전년도보다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생활비 부담 확대를 주요 배경으로 지목하고 있다. 미국 매체 ‘인터내셔널 리빙’의 제니퍼 스티븐스 편집인은 의료비와 주거비 상승, 사회적 갈등 심화 등이 미국인의 해외 이주를 자극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미국 의료비는 지난 20년간 188% 상승한 반면 임금 상승률은 84%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소득 양극화 심화 역시 미국 사회 불안 요인으로 거론된다. 일부 조사에서는 상위 1%가 전체 주식 자산의 상당 부분을 보유한 반면, 하위 계층의 자산 비중은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따라 중산층의 경제적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치적 분열과 사회 불안도 해외 이주 증가의 배경으로 꼽힌다. 미국 언론들은 총기 범죄와 정치 갈등 심화, 사회적 피로감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시민권 포기나 해외 이주를 고려하는 과정에서 정치·사회적 환경 변화가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흐름이 단순한 인구 이동을 넘어 미국 사회 구조 변화와도 연결돼 있다고 보고 있다. 과거 더 나은 기회를 찾아 미국으로 향했던 흐름과 달리, 최근에는 생활 안정과 삶의 질을 이유로 해외 이주를 고민하는 미국인이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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