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국제 정치에서 ‘타코(TACO)’라는 말이 유행한다. 원래는 멕시코 음식 이름이지만, 지금은 “트럼프는 결국 먼저 물러난다(Trump Always Chickens Out)”는 조롱 섞인 정치 은어가 됐다. 문제는 이번 이란 전쟁에서는 그 공식이 통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트럼프는 빠지고 싶어도 빠질 수 없는 전쟁에 들어섰다.

겉으로 내세운 명분은 분명하다. 이란의 핵과 미사일 위협 제거. 그러나 속내는 다르다. 이란은 베네수엘라, 사우디아라비아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세계 3위의 석유 매장국이다. 석유가 여전히 세계 경제의 혈액이라면, 이를 통제하는 것은 곧 세계를 통제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베네수엘라에 이어 이란까지 영향권에 넣겠다는 구상은 단순한 군사 작전이 아니라 에너지 패권 전략에 가깝다.
하지만 전쟁은 계산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이란은 무너지지 않았다. 지도부를 겨냥한 ‘참수 작전’에도 불구하고 정권은 오히려 재정비됐다. 외부의 공격은 내부 균열을 확대하기는커녕 결속을 강화했다. 이란은 여전히 미사일을 쏘고 있고, 호르무즈 해협이라는 전략적 요충지를 흔들며 세계 경제의 급소를 쥐고 있다. 유가는 출렁였고, 그 충격은 고스란히 미국으로 되돌아왔다.
미국은 자동차 중심의 소비 경제 구조를 가진 나라로, 소비가 GDP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유가 상승은 곧바로 경제 전반에 부담으로 이어진다. 에너지 가격이 오르면 인플레이션이 치솟고, 금리 인상 압박이 커진다. 이는 곧 국채 부담 증가와 경제 둔화로 이어진다. 전쟁이 멀리서 벌어지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미국의 지갑을 직접 압박하고 있는 셈이다. 비료와 같은 석유화학 제품까지 흔들리면서 농업과 정치 기반에도 영향을 미친다.
더 큰 문제는 트럼프 자신의 정치적 약속이다. 그는 ‘해외 전쟁을 줄이고 미국 경제에 집중하겠다’고 외쳐왔다. 그러나 이란 전쟁은 그런 약속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단기간에 끝낼 수 있는 전쟁이 아니기 때문이다. 90일 안에 끝내지 못하면 의회의 견제를 피하기도 어렵다. 시작은 쉽게 했지만, 끝내는 것은 훨씬 어렵다.
동맹도 기대와 달랐다. 유럽은 “이 전쟁은 우리의 전쟁이 아니다”라며 선을 긋고, 중동 국가들도 적극 개입을 거부했다. 영국조차 제한적 지원에 그치고 있다. 트럼프가 기대했던 ‘연합 전선’은 현실에서 작동하지 않았다. 결국 미국은 혼자서 전쟁의 부담을 떠안는 구조에 놓였다.
이란의 전략은 단순하다. 이기지 못해도 지지 않는 것. 미사일을 계속 쏘고, 해협을 압박하며, 전쟁을 길게 끌수록 상대의 부담은 커진다. 전쟁이 길어질수록 미국의 경제와 정치가 흔들린다는 점에서, 이란은 이미 유리한 위치에 서 있다. 반면 트럼프에게는 시간이 적이다.
그렇다고 물러설 수도 없다. 아무 성과 없이 전쟁을 끝내면 ‘패배’로 기록된다. 트럼프는 그런 결과를 감당할 수 있는 정치인이 아니다. 여기에 네타냐후의 계산도 얽혀 있다. 이스라엘은 단기 승리보다 장기 소모전을 통해 이란을 약화시키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트럼프가 쉽게 전쟁에서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묶어두는 구조다.
결국 이 전쟁은 선택이 아니라 함정이 됐다. 시작은 의지로 했지만, 끝은 의지로 결정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란이 멈추지 않고, 이스라엘이 멈추지 않는 한, 미국도 멈출 수 없다.
‘항상 먼저 물러난다’는 TACO의 법칙은 이번에는 통하지 않는다. 트럼프는 지금, 물러나지 못하는 전쟁 속에 들어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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