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군벌의 성 문화
중국의 권력 질서는 단선적이지 않았다. 황제가 제도를 만들고, 사대부가 이를 해석하며, 향신이 지역 사회에 적용하는 동안에도, 제도의 균열은 늘 존재했다. 그 균열이 극대화될 때 등장하는 존재가 군벌이었다. 군벌은 법의 산물이 아니었고, 윤리의 결과도 아니었다. 그들은 오직 무력을 통해 권력을 획득했고, 그 권력은 성의 영역에서도 가장 노골적인 형태로 행사됐다.
중국의 역사는 통일과 분열을 반복해 왔다. 왕조 말기, 외침, 내전, 혁명기의 혼란 속에서 군벌은 자연스럽게 출현했다. 황제의 친족, 공신 출신 장수, 반란 세력의 우두머리, 혹은 지방 무장에 이르기까지 형태는 다양했지만, 공통점은 하나였다. 총과 병력을 가진 자가 곧 질서의 주체라는 인식이었다.
군벌에게 성은 사적인 영역이 아니었다. 그것은 권력의 일부이자 지배를 실감하게 하는 수단이었다. 일부 군벌은 황제를 모방해 후궁에 준하는 체제를 구축했고, 민국 시기에는 수십 명, 많게는 수백 명의 첩을 거느린 군벌이 존재했다는 기록도 남아 있다. 이 숫자는 성적 욕망의 크기라기보다, 자신의 권력이 어디까지 미치는지를 보여주는 과시였다.
군벌의 성 문화는 제도와 윤리의 통제를 거의 받지 않았다. 향신이 최소한의 도덕적 외피를 유지하려 했던 것과 달리, 군벌은 그러한 위선조차 필요로 하지 않았다. 무력은 그 자체로 정당성이었고, 저항은 곧 반역이었다. 성적 강탈은 범죄가 아니라 전리품의 획득으로 인식됐다.
전쟁과 점령은 여성의 몸을 가장 취약한 위치로 몰아넣었다. 군벌이 지역을 장악하면, 가장 먼저 무너지는 것이 가정의 경계였다. 강제 동원, 약탈, 협박 속에서 여성은 보호받지 못했다. 성은 쾌락이자 공포였고, 군벌의 권력을 일상적으로 체감하게 하는 수단이었다. 군벌의 성 문화는 폭력 정치의 연장선에 놓여 있었다.
흥미로운 점은, 군벌 역시 기존 권력 질서의 언어를 부분적으로 차용했다는 사실이다. 일부 군벌은 ‘후손을 잇는다’는 명분을 내세워 다첩을 정당화했고, 가문과 혈통을 강조하며 스스로를 새로운 지배층으로 포장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지속적인 불안이 존재했다. 무력으로 획득한 권력은 언제든 다른 무력에 의해 전복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불안은 성의 과잉으로 표출됐다. 군벌의 성 문화는 종종 극단적인 형태를 띠었다. 과도한 향락, 잔혹한 취향, 공개적인 여성 수집은 단순한 방탕이 아니라, 스스로의 권력을 확인하려는 강박적 행위에 가까웠다. 성은 통치의 안정 장치가 아니라, 불안정한 권력을 보완하는 심리적 장치로 기능했다.
군벌 지배 하에서 여성은 인격체가 아니라 점령지의 일부였다. 이는 황제와 사대부, 향신이 만들어 온 구조의 연장선이기도 했다. 다만 군벌은 그 구조를 가장 폭력적이고 직접적인 방식으로 드러냈을 뿐이다. 법이 사라진 자리에서, 성은 가장 먼저 무법지대가 됐다.
군벌의 성 문화는 단지 특정 시대의 일탈로 치부할 수 없다. 그것은 제도적 통제가 붕괴됐을 때, 권력이 성을 어떻게 다루는지를 보여주는 극단적 사례다. 성은 언제나 권력의 바로 옆에 있었고, 권력이 폭력으로만 유지될 때 성 역시 폭력의 언어로만 표현됐다.
군벌의 시대는 결국 끝났지만, 그 흔적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법과 제도가 무너질 때 성이 어떻게 파괴되는지에 대한 집단적 기억은 이후 사회에도 깊은 흔적을 남겼다. 그리고 제도 밖의 또 다른 공간, 국가와 권력의 틈새에서 살아 움직이던 세계가 존재했다.
BEST 뉴스
-
중국차는 꺼린다더니…테슬라·BYD·지커, 한국 전기차 시장 잠식
▲ 한국 전기차 시장에서 경쟁하는 테슬라 모델Y, 중국 BYD 씨라이언7, 지커 7X. 중국산 전기차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국내 자동차 시장의 경쟁 구도도 달라지고 있다. (인터내셔널포커스) [인터내셔널포커스] 중국 자동차는 싸지만 품질이 떨어진다는 인식이 한국 시장... -
한국에서 조선족은 없다⑪…누가 당신에게 동포를 대표할 권리를 줬나
한국의 중국동포 사회에는 유난히 '대표'라는 말이 자주 등장한다. 정부기관과 만나도 동포 대표, 정치인과 자리를 함께해도 동포 대표다. 무슨 행사가 열리거나 사회적 문제가 불거질 때면 동포 전체를 대표하는 듯 나서는 단체장들을 종종 볼 수 있다. 그런데 그들을 대표로 뽑았다는 동포... -
“동북항일연군은 심사 대상 아니다”…허성숙 서훈 막은 한마디
▲ 중국 지린성 연변 대사하전역기념관에 세워진 조선인 여성 항일투사 허성숙(1915~1939)의 흉상. 허성숙은 동북항일연군에서 일본군에 맞서 싸웠으나 대한민국에서는 아직 독립유공자로 서훈받지 못했다.(인터내셔널포커스) [인터내셔널포커스] 열다섯 살에 항일전선에 뛰어들어 기관... -
북·중·러 경제협력의 실체…제재 속 돈과 물자는 어디로 흐르나
▲ 중국 랴오닝성 단둥과 북한 신의주를 연결하는 신압록강대교 전경. 북·중 교역 확대와 국경 물류망 변화의 핵심 기반시설로 주목받고 있다.(인터내셔널포커스) [인터내셔널포커스] 북한과 중국, 러시아를 잇는 국경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중국 단... -
공항엔 미사일, 회의장엔 투자자…사우디의 두 얼굴
▲ 미사일 공격으로 불안이 커진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의 국제공항과 세계 투자자들이 모이는 국제회의 현장을 대비해 표현한 이미지. 사우디가 안보 위협 속에서도 국제 투자 유치에 나서는 상황을 상징적으로 재구성했다. (자료 이미지·AI 생성, 실제 사건 현장 아님) [... -
한국에서 조선족은 없다⑨…코리안드림 세대가 늙어간다
▲ 한국에서 오랜 세월 일해 온 중국동포 1세대가 노년기에 접어들면서 주거·의료·돌봄과 귀향 문제가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에 맞춰 생성한 이미지. 1990년대 한국행 비행기와 배에 몸을 실었던 중국동포들에게는 분명한 목표가 있었다. 돈을 벌어 고향으로 돌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