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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조선족은 없다⑫…우리는 누구의 이름으로 살아가는가

  • 허훈 기자
  • 입력 2026.10.31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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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같은 이름 아래 달라진 사람들…12회 연재를 마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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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오래 살아온 중국동포들을 만나면 예전과 달라진 대화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한때는 일자리와 돈벌이가 화제였지만, 이제는 건강과 자녀, 앞으로 어디에서 살아갈지가 더 자주 이야기된다. 서로 살아온 형편도 달라져 한때 가까웠던 사람과 자연스럽게 멀어지기도 한다.


그런데 한국 사회에서 이들을 부르는 이름은 여전히 같다.


조선족.


한국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이나 이곳에서 인생의 절반을 보낸 사람이나 같은 이름으로 불린다. 어떤 사람은 그 이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만, 다른 사람은 불편해한다. 별다른 의미를 두지 않는 이들도 있다.


이 연재를 쓰면서 자주 떠올린 것은 거창한 사건보다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이었다. 새벽부터 일터로 향하는 사람, 늦은 밤 가게 문을 닫는 사람, 쉬는 날이면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다.


그들에게 조선족이라는 이름은 일상의 전부가 아니다. 당장 내일의 일거리와 생활비, 자녀의 앞날이 더 절실할 때가 많다.


그런데 중국동포 이야기가 나오면 개인의 사정보다 출신과 국적부터 따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한국에서 얼마나 오래 살았는지보다 어디에서 왔는지가 먼저 거론된다. 한 사람의 잘못이 같은 출신이라는 이유로 다른 사람에게까지 번지는 일도 있었다.


그렇다고 조선족이라는 이름을 부정할 생각은 없다.


그 이름에는 중국에서 살아온 여러 세대의 역사와 문화가 담겨 있다. 고향에서 배운 말과 어린 시절의 기억을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에게 조선족은 자신의 뿌리를 나타내는 이름이다.


다만 한국에서 살아온 세월까지 그 이름 하나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한국에 뿌리를 내린 사람에게도 중국에 남겨둔 가족과 고향이 있다. 오랫동안 한국에서 생활했어도 명절이면 고향 생각이 날 수 있고, 중국에 다녀온 뒤에는 다시 한국의 집으로 돌아온다. 어느 곳이 진짜 고향인지 쉽게 대답하기 어려운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 글을 쓰면서 나 역시 한국에서 보낸 시간을 돌아봤다. 고향을 떠날 때 품었던 생각과 지금의 삶 사이에는 적지 않은 세월이 놓여 있다.


한국에서 보낸 시간이 길어질수록 사람을 바라보는 생각도 달라졌다. 처음에는 같은 고향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가까워졌지만, 오래 지내다 보면 출신보다 그 사람의 말과 행동이 더 중요해지는 순간을 만나게 된다.


12회에 걸쳐 글을 쓰면서도 마음에 남은 것은 바로 그런 사람들의 모습이었다.


어려운 형편에서도 남을 도운 사람,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살아온 사람, 겉으로 드러나는 성공이나 실패만으로는 알 수 없는 사정을 가진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을 떠올리면 조선족 사회가 어떻다고 쉽게 단정하기 어려워진다.


연재를 시작할 때 제목을 「한국에서 조선족은 없다」라고 붙였다. 제목만 보고 조선족이라는 민족적 정체성을 부정하는 글로 받아들인 사람도 있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내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조선족이라는 이름을 없애자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한국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하나의 이름으로 묶어 놓고, 모두 같은 생각과 모습으로 바라보는 시선에 의문을 제기하고 싶었다.


그 생각은 지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다만 연재를 마치면서 한 가지는 더 분명해졌다. 그동안 내가 중국동포 사회를 이야기할 때도 혹시 사람들 각자의 사정을 충분히 살피지 못한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됐다.


한국에서 살아온 30여 년을 열두 편의 글에 모두 담을 수는 없다. 미처 듣지 못한 이야기도 많고, 앞으로 다시 살펴봐야 할 문제도 남아 있다.


조선족이라는 이름으로 불려온 사람들. 나는 그 이름보다 그들이 살아온 이야기를 더 오래 기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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