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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국의 그림자 ⑫] 밤하늘을 가른 검은박쥐…장제스의 비밀 정찰부대

  • 김준하 기자
  • 입력 2026.10.29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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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 CIA와 손잡고 중국 대륙 깊숙이 침투…20년간 항공기 15대 잃고 대원 148명 희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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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65년 대만 신주(新竹) 공군기지에 주기된 대만 공군 '검은박쥐중대(黑蝙蝠中隊)'의 P2V-7U 정찰기. 이 부대는 미국 CIA와 협력해 중국 대륙 상공에서 비밀 정찰과 전자정보 수집작전을 수행했다. 사진=대만 국가문화기억고(國家文化記憶庫) 제공. [인터내셔널포커스]


1964년 6월 11일 밤, 대만 신주 공군기지를 출발한 P2V-7U 정찰기 한 대가 중국 산둥성 상공으로 접근했다. 중국군은 레이더로 항공기를 포착하고 전투기를 출격시켰다. 폭격기가 조명탄으로 밤하늘을 밝히자 전투기가 공격에 나섰다. 정찰기는 산둥성 치샤현 인근에 추락했고, 탑승한 승무원 14명 전원이 숨졌다.


격추된 항공기는 대만 공군 제34중대 소속이었다. '검은박쥐중대(黑蝙蝠中隊)'로 불린 이 부대는 미국 중앙정보국(CIA)과 협력해 중국 대륙을 대상으로 비밀 정찰작전을 수행했다.


장제스와 CIA가 손잡은 비밀부대


검은박쥐중대의 출발은 195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미국 CIA의 대만 내 비밀조직인 '서방공사(Western Enterprises Inc.)'는 대만 공군과 협력해 타오위안 기지에 특수작전부대를 조직했다.


장제스는 대륙의 군사정보를 확보하고 반공세력을 지원하려 했다. 미국 역시 냉전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중국군의 움직임을 파악할 필요가 있었다.


초기에는 선전물과 물자를 투하하는 심리전 임무가 중심이었다. 1953년 신주 기지로 이전한 뒤 1956년 5월부터 전자정보 수집작전이 시작됐다.


1958년 1월 정식으로 공군 제34중대라는 명칭을 사용했고, 같은 해 박쥐 문양을 부대 표지로 채택했다.


레이더를 피해 대륙 깊숙이


검은박쥐중대는 B-17과 P4Y, P2V 등 여러 기종을 개조해 정찰에 투입했다.


특히 P2V-7U에는 중국군 레이더와 통신 신호를 수집하는 장비가 설치됐다. 승무원들은 야간 저고도 비행으로 탐지를 피하면서 중국 내륙의 군사시설과 방공망을 조사했다.


한 차례 임무에는 조종사와 항법사, 통신요원, 전자정보 수집요원 등이 함께 탑승했다. 비행은 장시간 이어졌고, 중국군 전투기의 추격을 받는 경우도 있었다.


1961년 11월 6일에는 예린(葉霖)이 이끄는 P2V-7U 정찰기가 랴오둥반도 다롄 인근에서 대공포 공격을 받아 추락했다. 승무원 13명이 희생됐다.


이듬해 1월 8일 밤에는 궈퉁더(郭統德)가 이끄는 정찰기가 중국 대륙을 향해 출격한 뒤 연락이 끊겼다. 승무원 13명은 돌아오지 못했다.


1963년 6월에는 장시성 린촨에서 정찰기 한 대가 중국군 전투기에 격추돼 14명이 숨졌다.


중국군의 방공능력이 강화되면서 대만 정찰기들의 작전 위험도 커졌다.


조명탄에 드러난 정찰기


1964년 6월 11일 발생한 산둥성 격추 사건은 당시 중국군의 야간 요격 방식을 보여준다.


대만 국가문화기억고에 수록된 기록에 따르면 이날 쑨이천(孫以晨) 중령이 이끄는 P2V-7U 정찰기가 신주 기지를 출발했다.


중국군은 정찰기의 접근을 포착한 뒤 산둥성 류팅 비행장에서 미그-15bis 전투기와 훙-5 폭격기를 출격시켰다.


지상 관제의 유도를 받은 훙-5가 정찰기 전방에 조명탄을 투하했고, 미그-15bis가 공격했다. 정찰기는 산둥성 치샤현 인근에 추락했다.


승무원 14명 가운데는 쑨이천 중령을 비롯해 조종사 거광랴오(葛光遼), 항법사 구커모(古可模), 정비요원 딩쥐샹(丁菊湘) 등이 포함돼 있었다.


이 사건은 검은박쥐중대가 P2V-7U 기종으로 수행한 정찰작전에서 발생한 마지막 항공기 손실로 기록돼 있다.


돌아오지 못한 148명


대만 공군 공식 기록에 따르면 검은박쥐중대는 전신 특수작전부대 시기를 포함해 1952년부터 1972년까지 항공기 15대를 잃었고, 작전 관련 희생자는 148명에 달했다.


다만 대만 국가문화기억고의 일부 자료에는 희생자가 147명으로 기록돼 있다.


부대의 임무는 오랫동안 기밀로 취급됐다. 항공기가 귀환하지 못해도 가족들은 정확한 사고 경위를 알기 어려웠다.


1959년 5월 29일 광둥성에서 격추된 RB-17 정찰기의 승무원 14명은 1992년 12월에야 유해가 대만으로 옮겨졌다. 사고 발생 후 33년이 지난 뒤였다.


검은박쥐중대의 활동은 장제스의 대륙 수복 전략과 미국의 대중국 정보수집 정책이 맞물린 결과였다. 그러나 양측의 목표가 완전히 일치한 것은 아니었다.


장제스는 대륙에 대한 정치·군사적 영향력을 회복하려 했지만, 미국은 중국군의 전력과 방공망을 파악하는 데 더 큰 관심을 두었다.


1960년대 후반 들어 중국 대륙을 대상으로 한 공중침투 작전은 사실상 종료됐다. 부대는 이후 다른 지역에서 특수작전을 수행하다 1970년대 초 활동을 마쳤다.


2009년 대만 신주시에는 옛 부대 숙소를 활용한 검은박쥐중대 문물전시관이 문을 열었다. 당시 사용했던 장비와 사진, 대원들의 기록도 공개됐다.


장제스는 지상 정보원뿐 아니라 비밀 공중정찰부대까지 동원했지만 중국 대륙의 정치·군사적 판도를 바꾸지는 못했다.


검은박쥐중대가 남긴 것은 수집된 군사정보와 함께 돌아오지 못한 대원들의 기록이었다. 냉전기 양안 대립의 한복판에서 벌어진 이들의 비밀작전은 수십 년이 지나서야 세상에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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