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내셔널포커스]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의 국제공항이 공격받고 외국 항공사들이 운항을 중단하는 상황에서도 대형 국제회의는 예정대로 추진되고 있다. 세계 에너지·금융업계 인사들을 불러 모으려는 사우디의 계획은 흔들리지 않고 있지만, 정작 참석자들은 현지 안전 문제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지난 8일 리야드 킹칼리드 국제공항에 대한 공격으로 사우디 국민 3명이 숨지고 여러 명이 다쳤다. 사우디항공 여객기 한 대가 파손됐으며, 일부 항공사는 리야드 노선 운항을 중단했다. 예멘 후티 반군과 사우디의 군사 충돌이 수도의 관문인 국제공항까지 번진 셈이다.
그런데 사우디는 11일부터 15일까지 열리는 제25회 세계석유총회와 26일부터 29일까지 예정된 미래투자이니셔티브(FII)를 취소하지 않았다. 세계 주요 에너지 기업과 금융회사 경영진, 각국 정부 관계자들이 모이는 행사다.
참석자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이탈리아 에너지장관은 현장 방문 대신 화상 참석을 선택했다. 일부 기업 관계자들도 출장 일정을 다시 검토하고 있다. 행사가 열린다고 해서 예정된 인사들이 모두 리야드에 도착한다는 보장은 없는 상황이다.
사우디가 국제회의를 포기하지 않는 이유는 경제개혁과 맞닿아 있다.
석유 수출로 성장한 사우디는 국제유가에 따라 국가 재정이 크게 영향을 받는 구조에서 벗어나려 하고 있다.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추진하는 '비전 2030'은 관광과 금융, 첨단기술, 제조업을 키워 새로운 성장 기반을 마련하는 국가 전략이다.
리야드는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 있다. 사우디는 글로벌 기업의 지역본부를 유치하고 대규모 개발사업을 추진하며 중동의 금융·비즈니스 중심지로 자리 잡으려 한다. 국제회의 역시 외국 기업과 투자 협력을 논의하고 새로운 사업을 끌어들이는 통로로 활용해 왔다.
특히 미래투자이니셔티브는 사우디 국부펀드와 글로벌 금융기관, 다국적기업이 투자 기회를 논의하는 자리다. 사우디가 이 행사를 중요하게 여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국제회의가 잇따라 취소된다면 해외 투자자들에게 경제개혁의 추진 여건을 둘러싼 불안감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외국 기업들이 보는 현실은 다르다. 투자 계획이 아무리 매력적이어도 직원들이 안전하게 오가고 사업시설을 정상적으로 운영할 수 있어야 한다. 공항 공격과 항공편 중단은 기업들이 현지 사업을 결정할 때 무시하기 어려운 문제다.
사우디가 국제회의를 강행하는 데에도 나름의 계산이 있다. 안보 위협이 발생할 때마다 경제활동을 중단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국제행사를 정상적으로 운영하면서 위기 대응 능력을 보여주는 일도 투자 유치에 중요하다.
다만 국제회의 개최와 실제 투자 성과는 구분해야 한다. 기업들이 행사에 참석하더라도 신규 투자를 결정하거나 기존 사업을 확대할지는 별개의 문제다. 현지 안전 상황이 나빠지면 투자 일정이 늦춰지거나 사업비가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사우디는 세계적인 기업들을 리야드로 불러들이기 위해 막대한 자금과 시간을 투입해 왔다. 이제는 투자 지원책뿐 아니라 기업들이 장기간 안심하고 활동할 수 있는 환경까지 보여줘야 하는 처지다.
세계석유총회가 시작되는 11일부터 사우디의 이러한 노력이 시험대에 오른다. 국제회의를 예정대로 치르는 데 성공할 수는 있다. 하지만 리야드를 찾은 기업들이 실제 사업을 이어갈지는 행사장의 분위기보다 공항과 산업시설의 안전에 더 크게 좌우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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