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창완 “중국은 있다”를 읽고
글|허훈
한국 사회에서 ‘중국’은 더 이상 하나의 국가가 아니다. 혐오와 공포, 불신과 조롱이 뒤엉킨 감정의 대상이 됐다. 정치권과 유튜브, 포털 알고리즘은 이 감정을 증폭시키고, 우리는 어느새 중국을 이해하기보다 소비하고 있다. 중국을 모른 채 중국을 단정하는 일이 일상이 됐다.
조창완의 신간 “중국은 있다”는 바로 이 지점에서 불편한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정말 중국을 알고 있는가?” 그리고 더 정확히 말하면, “우리는 중국을 볼 준비가 돼 있는가?”
이 책의 문제의식은 단순하지 않다. 중국을 옹호하거나 미화하려는 시도가 아니다. 저자는 한국 사회가 중국을 바라볼 때 늘 두 극단—막연한 공포와 집단적 혐오—사이에 갇혀 있다고 지적한다. 복잡한 현실은 사라지고, 단편적 사건과 자극적 이미지가 중국 전체를 대체한다. 그 결과는 전략의 부재다.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한국 경제 회복의 중요한 축이었던 중국은 더 이상 ‘세계의 공장’에 머물지 않는다. 제조업, 과학기술, 인프라, 우주 산업까지 중국은 이미 전방위 경쟁국으로 올라섰다. 그럼에도 한국 사회의 중국 인식은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 감정은 앞서가지만 분석은 뒤처진다.
문제는 이 감정이 외교와 안보, 산업 전략까지 잠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희토류와 배터리, 조선과 반도체 후공정에서 중국은 한국의 직접 경쟁자다. 그럼에도 우리는 “싫다”는 감정으로 이 복잡한 현실을 단순화한다. 혐오가 전략을 대신하는 순간, 국가는 방향 감각을 잃는다.
조창완은 25년 넘게 중국 현장에서 보고, 듣고, 부딪쳐 온 인물이다. 이 책에서 그는 ‘중국인은 한국인을 좋아하는가’, ‘중국은 한국을 공격할 것인가’ 같은 직설적인 질문을 던진다. 질문은 도발적이지만 목적은 명확하다. 한국 사회가 회피해 온 자기 점검이다.
책의 구성 역시 의미심장하다. 왜곡된 중국 이미지의 생산 구조를 짚고, 중국을 이해하는 핵심 지표를 정리하며, 한중 관계의 전략적 선택지를 탐색한다. 마지막에는 중국 현대소설을 통해 중국 사회의 집단 기억과 정서를 들여다본다. 숫자와 감정, 구조와 인간을 함께 보지 않으면 중국을 이해할 수 없다는 메시지다.
이 책이 던지는 결론은 단순하다. 중국을 좋아하자는 것도, 무조건 경계하자는 것도 아니다. 현실을 직시하자는 것이다. 외교와 전략은 호불호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감정적 거리두기와 도덕적 우월감은 국가 전략의 대안이 될 수 없다.
“중국은 있다” 이 문장은 선언이 아니다. 현실이다. 문제는 그 현실을 어떻게 읽고,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다. 중국을 묻는 질문은 결국 한국을 묻는 질문으로 돌아온다. 감정이 정책을 압도하는 시대, 이 책은 불편하지만 외면할 수 없는 거울을 우리 앞에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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