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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 하나 못 지키면서 관광대국을 말할 수 있나

  • 김준하 기자
  • 입력 2026.07.21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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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국제공항은 대한민국의 관문이다. 이곳에서 외국인들이 가장 먼저 마주하는 것은 첨단 시설이 아니라 '질서'다. 그런데 최근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에서 일부 중국인 이용객 수십 명이 체크인 카운터가 열리자 차단봉 아래를 통과해 한꺼번에 뛰어가는 장면이 공개됐다. 정상적으로 줄을 서 있던 승객들은 순식간에 뒤로 밀렸고, 이를 막던 안내 직원들은 인파에 치여 타박상과 찰과상을 입었다.


공항 측에 따르면 이 같은 상황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이달 들어 비슷한 사례가 여러 차례 반복됐고, 결국 안전사고 우려까지 제기되면서 차단시설 보강과 현장 통제 강화가 검토되고 있다. 단순한 '새치기'가 아니라 공공질서와 안전을 동시에 위협하는 문제로 번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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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국제공항 출국장 체크인 구역에서 일부 승객들이 대기열을 벗어나 차단선 아래를 통과하며 새치기를 시도하고 있다. 최근 이 같은 질서 위반 사례가 잇따르면서 공항 이용객들의 불편과 안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영상 캡처)

안타깝게도 이런 논란은 처음이 아니다. 해외 여러 나라에서는 오랫동안 일부 중국인 관광객의 무질서한 행동이 사회문제로 보도돼 왔다. 2013년에는 이집트 룩소르 신전에서 한 중국인 학생이 3,500년 된 문화재에 이름을 새겨 국제적인 비판을 받았다. 2015년 태국 돈므앙공항에서는 일부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이 탑승 수속 과정에서 집단으로 새치기를 하는 영상이 공개돼 현지 언론의 비판을 받았다. 일본에서는 벚꽃 명소와 면세점, 철도역에서 줄을 지키지 않거나 통제구역에 무단 진입하는 사례가 반복적으로 보도됐고,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 유럽 관광지에서는 박물관 관람 질서와 문화재 보호 규정을 위반해 논란이 된 사례도 적지 않았다.


이처럼 비슷한 문제가 반복되자 중국 정부도 대응에 나섰다. 2013년부터 '문명관광(文明旅游)' 캠페인을 추진했고, 해외에서 국가 이미지를 훼손하는 행위에 대해 교육과 계도를 강화했다. 이후 '관광객 블랙리스트' 제도를 도입해 심각한 질서 위반자에게 일정 기간 해외여행과 관련한 불이익을 주는 방안도 시행했다. 중국 정부가 이런 제도를 만든 이유는 분명하다. 일부 국민의 행동이 국가 전체의 이미지를 훼손한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했기 때문이다.


중국은 세계 최대 규모의 해외 관광객을 배출하는 나라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연간 1억5천만 명이 넘는 중국인이 해외를 찾았고, 소비 규모 역시 세계 최고 수준이었다. 그러나 국제사회가 기억하는 것은 소비 규모가 아니라 공공장소에서의 행동이다. 줄을 서는 모습, 규칙을 지키는 태도, 타인을 배려하는 자세가 그 나라 시민의식을 보여주는 가장 직접적인 척도다.


물론 이러한 사례를 모든 중국인 관광객에게 적용하는 것은 옳지 않다. 해외에서 현지 문화를 존중하고 질서를 지키는 중국인들도 매우 많다. 그러나 일부의 무질서가 반복적으로 국제 뉴스가 되고, 그 장면이 전 세계로 확산된다면 결국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사람들 역시 성숙한 중국인 관광객들이다.


대한민국 역시 더 이상 '권고' 수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공항과 항만, 관광지에서 공공질서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에는 국적을 불문하고 동일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집단 새치기와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에는 즉각적인 제지와 강력한 제재가 뒤따라야 한다. 국제공항은 누구에게나 열린 공간이지만, 질서까지 양보해야 하는 공간은 아니다.


국가의 품격은 경제 규모나 초고층 빌딩의 높이만으로 평가되지 않는다. 해외에서 줄을 어떻게 서는지, 공공장소에서 타인을 얼마나 배려하는지가 진정한 국격을 보여준다. 관광객은 한 사람의 여행자가 아니라 자국의 얼굴이다. 인천공항에서 벌어진 이번 집단 새치기 논란은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라 국제사회에서 왜 시민의식이 국가 경쟁력의 일부인지 다시 일깨워 준 사건이다.


질서를 지키는 것은 선택이 아니다. 세계 어디에서나 존중받는 여행자가 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자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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