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불과 한 달가량 국민연금에 가입한 뒤 추후납부 제도를 이용해 가입기간 10년을 채우고 노령연금을 받는 중국인 사례가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보도는 최근 외국인의 추납 신청과 연금 수급 사례가 늘고 있다며 “특히 한국계 중국인을 중심으로”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논란의 초점이 자연스럽게 국내 조선족 사회로 향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단기간 가입한 외국인이 119개월치 보험료를 한꺼번에 내 연금 수급권을 확보하는 것이 제도의 취지에 맞느냐는 문제 제기는 충분히 가능하다. 허점이 있다면 당연히 고쳐야 한다.
그러나 이를 전달하는 언어는 별개의 문제다. 한 언론은 ‘한국서 한달 일하고 평생 연금 챙긴다…중국인 꼼수에 분노’라는 제목을 달았다. ‘한 달’, ‘평생 연금’, ‘중국인’, ‘꼼수’, ‘분노’를 한 줄에 배치했다.
기사에 소개된 사례는 불법 취업이나 보험료 탈루, 서류 조작으로 연금을 받아냈다고 확인된 사건이 아니다. 현행 국민연금 제도가 인정하는 추후납부와 반환일시금 반납 등을 이용해 수급요건을 채운 경우다.
그렇다면 ‘꼼수’라는 표현은 신중해야 한다. 이 단어에는 제도의 빈틈을 교묘하게 이용했다는 부정적 가치판단이 담겨 있다. 특히 본문에서 한국계 중국인을 중심으로 한 현상이라고 설명하면서 제목에서는 ‘중국인 꼼수’라고 규정하면 제도보다 중국인과 조선족의 도덕성 문제가 먼저 부각될 수 있다.
비슷한 장면은 건강보험에서도 있었다. 정치권과 온라인 공간에서는 중국 국적자의 재정적자와 일부 고액진료·부정수급 사례를 근거로 ‘건강보험 먹튀’ 논란이 반복됐고 조선족 사회까지 비난의 대상이 되곤 했다.
과거 중국 국적 가입자의 건강보험 재정수지가 적자였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2018년 1509억원이던 적자는 2023년 27억원까지 감소했고 2024년에는 55억원 흑자로 전환됐다. 같은 해 전체 외국인의 건강보험 재정수지는 9439억원 흑자였다. 중국 국적자도 지역가입자는 1332억원 적자였지만 직장가입자는 1387억원 흑자였다. ‘중국인이 한국 건강보험을 축낸다’는 한 문장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국민연금도 몇몇 사례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전체 외국인 추납자는 몇 명인지, 한국계 중국인은 얼마나 되는지, 단기 가입 후 대규모 추납으로 연금을 받는 사람이 실제 몇 명인지, 연금 재정에 미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인지가 함께 공개돼야 한다.
그렇다고 제도의 허점을 외면하자는 뜻은 아니다. 한두 달 가입한 외국인이 장기간 추납해 수급권을 얻는 것이 제도의 취지와 맞지 않는다면 가입·체류기간과 추납 인정기간을 합리적으로 연계하고 자격 검증을 강화하면 된다. 부정수급이 있다면 국적을 불문하고 엄격하게 처벌해야 한다.
하지만 합법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제도의 문제를 특정 집단의 도덕성 문제로 돌려서는 안 된다. ‘한국계 중국인 중심’이라고 지목하면서 ‘중국인 꼼수’라는 제목을 붙이면 독자에게는 복잡한 연금제도보다 ‘조선족이 한국 연금을 챙겨간다’는 이미지가 더 강하게 남을 수 있다.
건보에서는 ‘먹튀’, 연금에서는 ‘꼼수’. 제도의 허점은 고쳐야 한다. 그러나 그 허점을 특정 민족의 도덕성 문제로 바꾸는 순간 정책의 실패는 혐오의 언어로 변한다. 우리가 바로잡아야 할 것은 조선족이라는 이름이 아니라 허점을 허용한 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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