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 포로 2명이 한국에 왔다.
전쟁터에서 붙잡힌 북한군이 한국행을 선택했고, 한국과 우크라이나의 협의를 거쳐 송환됐다.
이 사실을 먼저 공개한 사람은 한국 정부가 아니었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었다. 유엔총회 연설에서 포로 2명을 한국으로 보냈다고 밝혔다.
국내 정치권은 곧바로 시끄러워졌다. 왜 정부가 국민에게 알리지 않았느냐는 비판이 나왔고, 북한 눈치를 본 것 아니냐는 주장까지 따라붙었다.
그런데 국가가 하는 일을 모두 그때그때 공개해야 하나.
이번 일은 정부 비리를 감춘 사건이 아니다. 전쟁터에서 생포된 북한군을 한국으로 데려온 일이다. 북한과 러시아, 우크라이나가 얽혀 있고 남북관계도 걸려 있다.
더구나 사람이 걸린 문제다.
한국에 온 두 사람만 있는 게 아니다. 북한에 가족이 남아 있다면 그들의 안전도 생각해야 한다. 포로들이 한국을 선택했다는 사실이 알려졌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지도 정부라면 당연히 따져야 한다.
정부가 말을 아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외교에는 공개하지 않는 협상이 있다. 군에는 군사기밀이 있다. 정보기관이 다루는 내용을 매번 국민에게 알릴 수도 없다. 특히 사람의 목숨이 걸린 일이라면 더 조심하는 게 맞다.
그런데 북한 이야기만 나오면 우리 정치는 이상하리만큼 빨리 뜨거워진다.
‘북한 눈치’, ‘굴종’, ‘친북’.
몇 마디면 충분하다. 복잡한 외교·안보 문제도 순식간에 진영 문제가 된다.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일은 뒤로 밀린다.
정부가 정말 북한 눈치를 보느라 포로 송환을 숨겼다면 근거를 대면 된다. 지금까지 정부가 밝힌 비공개 이유는 포로와 가족의 안전, 외교와 국가안보다.
물론 정부도 설명할 게 있다.
한국 정부는 우크라이나와 비공개에 관한 양해가 있었다고 밝혔다. 그런데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에서 나온 설명은 결이 조금 다르다.
어디까지 공개하지 않기로 했는지, 양국이 서로 다르게 받아들인 부분은 없었는지 밝히면 된다.
이재명 대통령도 굳이 그렇게 거칠게 대응할 필요가 있었는지는 의문이다. 야권의 공세를 반박하면서 ‘살인자’, ‘매국노’라는 표현까지 꺼냈다. 대통령의 말은 무게가 다르다. 표현이 지나쳤다는 지적은 나올 수 있다.
그래도 이번 일의 본질까지 달라지지는 않는다.
두 포로가 자신의 뜻으로 한국에 왔는가. 지금 안전한가. 북한에 남아 있을 가족들에게 위험은 없는가. 한국과 우크라이나 사이에는 어떤 협의가 있었는가.
먼저 볼 것은 이쪽이다.
비공개라고 다 은폐는 아니다.
정권의 잘못을 덮기 위해 숨겼다면 파헤쳐야 한다. 그러나 이번처럼 포로와 가족의 안전이 걸린 일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공개하지 않은 이유부터 확인하는 게 순서다.
그런데 이번에는 ‘북한 눈치’라는 말이 먼저 튀어나왔다.
북한이 끼어들면 언제부턴가 우리 정치에서는 색깔부터 칠하고 보는 일이 낯설지 않다. 안보도 예외가 아니다.
이런 식이면 정부도 난감하다.
공개하면 왜 민감한 정보를 흘렸느냐고 할 테고, 공개하지 않으면 무엇을 숨겼느냐고 할 것이다.
정치권은 며칠 싸우다 다른 사건이 터지면 그쪽으로 옮겨가면 된다.
하지만 포로와 가족은 그렇게 할 수 없다.
한번 세상에 나온 정보는 다시 주워 담지 못한다. 그 때문에 누군가 위험해진다면 정치권의 말싸움으로 끝날 일도 아니다.
국가가 입을 다물어야 할 때도 있다.
이번 일이 정말 그런 경우였는지는 확인하면 된다.
확인도 하기 전에 ‘북한 눈치’부터 꺼내는 정치. 우리 정치가 언제부터 안보까지 이렇게 가벼워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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