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산 배터리 이야기가 나오면 어김없이 이런 말이 따라온다.
“중국산인데 괜찮겠어?”
중국산이라는 말만 붙으면 싸구려, 짝퉁부터 떠올리는 사람들이 있다. 배터리 성능이 어떤지, 누가 만들었는지는 그다음이다. 중국산이라는 이유만으로 일단 한 수 아래로 본다.
하지만 배터리 시장의 숫자를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7월 세계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에서 중국 CATL의 점유율은 39.9%다. 전 세계 전기차에 들어가는 배터리 10개 중 4개 가까이가 CATL 제품인 셈이다. BYD도 14.7%로 2위다. 두 회사를 합치면 절반을 넘는다.
중국 전기차 시장 자체가 워낙 크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데 중국을 빼고 계산해도 CATL은 같은 기간 107.5GWh를 공급해 점유율 34.0%로 1위다. 테슬라와 BMW, 메르세데스-벤츠, 도요타, 기아 등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자동차 회사들이 중국 배터리 업체와 거래한다.
세계적인 자동차 회사들이 단지 싸다는 이유만으로 배터리를 고를까.
배터리는 자동차의 핵심 부품이다. 문제가 생기면 대규모 리콜로 이어지고 브랜드 신뢰까지 흔들릴 수 있다. 가격만 싸다고 선택할 수 있는 부품이 아니다. 성능과 안전성, 수명은 물론 필요한 물량을 제때 공급할 수 있는지도 따져야 한다.
중국 업체들이 강한 LFP 배터리는 비교적 가격이 낮으면서 수명이 길고 열안정성에도 장점이 있다. 중국 업체들이 세계시장에서 몸집을 키운 배경 가운데 하나다.
물론 업체마다 기술 수준이 다르고 제품마다 품질 차이도 있다. 한국 제품이라고 모두 훌륭한 것도 아니다. 한국산이라는 딱지가 품질보증서가 아니듯 중국산이라는 딱지도 불량 판정서가 아니다.
더 묘한 것은 우리 산업의 현실이다.
중국산을 깎아내리면서도 중국에서 부품을 가져온다. 중국에서 만든 완제품을 들여와 팔고 중국산 소재를 사용해 제품을 만든다. 우리 산업 곳곳이 이미 중국 공급망과 맞물려 있다.
여기까지야 기업의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중국산 제품을 들여와 원산지 표시를 없애거나 국산인 것처럼 팔다 적발되는 일까지 벌어진다. 관세청 단속에서는 중국산 제품의 'Made in China' 표시를 지우거나 중국산 제품에 'KOREA'를 표시해 국산으로 오인하게 한 사례가 실제로 적발됐다.
그렇게 싸구려고 짝퉁이라면 왜 가져오는가.
말로는 중국산을 깎아내리면서 정작 장사할 때는 중국산을 찾는다. 중국 공급망에 기대 돈을 벌면서도 중국산이라는 이유로 무시하고, 일부에서는 원산지까지 감춰 한국산처럼 팔려고 한다.
이런 이중적인 행태가 반복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솔직히 역겨울 지경이다.
배터리 시장은 말보다 솔직하다. 중국 업체들이 세계시장 상위권에 올라 있다는 사실은 무시한다고 없어지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왜 그렇게 됐느냐다.
중국 배터리가 어떻게 가격 경쟁력을 갖췄는지, 기술은 어디까지 올라왔는지, 한국 업체가 앞선 분야는 무엇이고 중국 업체가 치고 나간 분야는 어디인지 제대로 들여다봐야 한다.
경쟁자를 얕잡아본다고 우리 기술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한때 한국 제품도 해외에서 싸구려 취급을 받았다. 한국 기업들은 오랜 시간 품질과 기술로 그 꼬리표를 떼어냈다. 그런 경험을 가진 우리가 이제 다른 나라 제품에 똑같은 딱지를 붙이고 있는 것은 아닌가.
배터리를 열어보기도 전에 원산지부터 보고 답을 정한다면,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기술이 아니라 편견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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