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내셔널포커스] 중국 영화계에서 최근 주목받는 젊은 감독 가운데 한 명인 선아오(申奥). ‘수익인’(受益人)과 ‘고주일척’(孤注一掷)에 이어 ‘난징사진관’(南京照相馆)까지 잇달아 화제작을 내놓은 그는 연변에서 태어난 조선족 감독이다. 특정 민족이나 지역을 소재로 한 영화에 머물지 않고 범죄·사회·역사 장르를 넘나들며 중국 주류 영화계에서 활동 영역을 넓혀왔다는 점에서 그의 행보는 눈길을 끈다.
선아오는 1986년 9월 11일 중국 지린성 연변조선족자치주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 부모를 따라 베이징으로 이주한 그는 베이징영화학원 감독과에서 영화 연출을 공부했다. 2009년 졸업한 뒤 곧바로 장편영화에 뛰어들기보다는 광고 제작 현장에서 경험을 쌓으며 영상 연출과 이야기 구성 능력을 다졌다.
영화감독으로 본격적인 전환점을 맞은 것은 중국의 유명 감독 닝하오(宁浩)와 인연을 맺으면서부터다. 2016년 닝하오가 젊은 영화인을 발굴하기 위해 추진한 신인 감독 육성 프로젝트 ‘배드 몽키 72 변 영화 프로젝트’(坏猴子72变电影计划)에 참여하면서 상업영화 감독으로 도약할 기회를 얻었다.
2019년 첫 장편 연출작 ‘수익인’은 선아오라는 이름을 중국 영화계에 각인시킨 작품이다. 보험금을 노린 범죄를 소재로 인간의 욕망과 감정을 블랙코미디 형식으로 풀어냈다. 그는 이 작품으로 2020년 제33회 중국영화 금계장(金鸡奖) 감독 데뷔작상을 받으며 연출력을 인정받았다.
대중적인 성공을 확실히 굳힌 작품은 2023년 ‘고주일척’이었다. 온라인 도박과 해외 거점 사기 범죄를 소재로 한 이 영화에서 선아오는 감독과 각본을 맡았다. 사회적으로 민감한 범죄 문제를 빠른 전개와 상업영화의 문법으로 풀어내 흥행과 화제를 동시에 잡았다. 제37회 중국영화 금계장에서는 저우샤오린(周肖林)과 함께 최우수 편집상을 수상하며 감독뿐 아니라 영화 제작 전반에 걸친 역량도 인정받았다.
이어 선아오는 ‘난징사진관’을 통해 범죄·사회물에서 역사영화로 영역을 넓혔다. 난징대학살 당시 일본군의 만행을 기록한 역사적 사진 자료에서 모티브를 얻은 이 작품은 사진관에 몸을 숨긴 평범한 사람들이 우연히 접한 필름을 통해 참상을 목격하고, 이를 세상에 알리기 위해 나서는 과정을 그렸다.
선아오 영화의 특징은 거대한 사건보다 그 안에 놓인 평범한 사람들에게 먼저 카메라를 향한다는 데 있다. ‘수익인’에서는 보험사기에 얽힌 사람들을, ‘고주일척’에서는 범죄 조직에 갇힌 이들과 피해자들을, ‘난징사진관’에서는 전쟁이라는 거대한 비극 속 민간인들을 이야기의 중심에 세웠다. 시대와 장르는 달라도 극한 상황에서 인간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를 파고든다는 공통점이 있다.
선아오는 자신의 조선족 정체성을 작품 전면에 내세우는 감독은 아니다. 오히려 그의 존재가 주목되는 이유는 조선족이라는 배경에 머물지 않고 중국 영화산업의 주류 제작 시스템 안에서 자신만의 경쟁력을 구축했다는 데 있다. 연변에서 태어난 한 청년이 베이징영화학원을 거쳐 중국의 주요 상업영화를 이끄는 감독으로 성장한 것이다.
선아오의 행보는 중국 영화계에서 조선족 영화인들의 활동 무대가 더 이상 민족이나 지역을 소재로 한 작품에 한정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국 영화산업의 중심에서 장르와 소재의 경계를 넘나드는 그의 성장은 오늘날 중국 영화계에서 활동하는 조선족 영화인들의 넓어진 활동 영역과 존재감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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