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내셔널포커스] 연변 기행 여섯 번째 이야기인 훈춘 방천이 '한눈에 3국을 바라보는 동북아의 끝'이었다면, 이번에는 두만강을 따라 서쪽으로 향한다. 목적지는 연변조선족자치주 도문(图们). 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북한과 마주한 이 국경도시는 국경관광지이면서도 우리 민족의 아픈 역사와 독립운동의 흔적을 함께 간직한 곳이다.
이른 아침 도문 국문(國門) 전망대에 오르자 두만강 너머 북한 함경북도 온성군이 한눈에 들어왔다. 강폭이 좁은 곳은 수백 미터에 불과해 건물과 도로, 논밭까지 또렷하게 보였다. 강물은 조용히 흐르지만 이곳은 오랫동안 국경과 교역, 그리고 민족사의 굴곡을 지켜본 역사의 현장이었다.
도문은 지린성 동부 두만강 연안에 자리한 국경도시다. 러시아 국경까지 약 100㎞, 일본해까지 약 130㎞ 떨어져 있으며, 중국에서 철도와 도로가 모두 북한으로 연결되는 대표적인 국경도시다.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이 조선족으로, 거리에서는 중국어와 조선어 간판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국경도시 특유의 분위기와 조선족 문화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도문을 찾은 여행객들이 가장 먼저 찾는 곳은 국문 관광지다. 도로 국경과 철도 국경이 나란히 자리한 이곳에서는 86호와 87호 국경표지석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전망대에서는 북한 남양 일대가 시야에 펼쳐지고, 국경을 오가는 철도가 지나가는 모습도 만날 수 있다. 최근에는 중국 여행 플랫폼이 선정한 '2026 꼭 가봐야 할 관광지'에도 이름을 올리며 국경관광의 대표 명소로 자리 잡았다.
도문 시내 남쪽의 일광산 삼림공원에서는 또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숲길을 따라 정상 전망대에 오르면 굽이치는 두만강과 국경도시 도문, 그리고 북한 산야가 한 폭의 풍경화처럼 이어진다. 공원 안에는 두만강 조각공원과 화엄사도 자리해 자연과 문화를 함께 즐길 수 있다.
조선족 전통문화를 느끼고 싶다면 월청진 백룡촌 백년부락을 추천한다. 나무 서까래와 청기와를 얹은 전통가옥이 이어지고, 주민들은 지금도 조선족 생활문화를 이어가고 있다. 전통 의상 체험과 민속공연, 향토음식은 연변만의 독특한 문화를 더욱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게 한다.
도문은 우리 독립운동사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두만강을 건너 연해주와 만주를 오가던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이 이 일대를 활동 무대로 삼았으며, 특히 도문에서 멀지 않은 봉오동은 1920년 홍범도 장군이 이끈 대한독립군이 일본군을 크게 격파한 '봉오동 전투'의 무대다. 이 승전은 같은 해 청산리대첩으로 이어지는 중요한 전환점이 됐고, 연변 일대가 독립운동의 중심지였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역사로 남아 있다. 오늘날 도문을 찾는 여행은 단순한 국경관광을 넘어 우리 민족의 독립정신을 되새기는 여정이기도 하다.
최근 개통된 G331 국경관광도로는 도문의 매력을 더욱 넓혀주고 있다. 두만강을 따라 이어지는 드라이브 코스는 국문 관광지와 국가삼림공원, 조선족 마을을 하나로 연결하며 연변 최고의 국경 여행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도문의 진짜 매력은 화려한 관광시설보다 국경의 일상에 있다. 강변을 산책하는 시민들, 중국어와 조선어가 함께 들리는 거리, 강 건너 마을을 바라보는 여행객들의 발걸음은 국경이 단순한 경계선이 아니라 역사와 문화, 사람들의 삶이 이어지는 공간임을 보여준다.
훈춘 방천이 동북아의 지정학을 상징하는 도시였다면, 도문은 두만강을 사이에 두고 이어져 온 사람들의 삶과 우리 민족의 역사를 가장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는 도시다. 연변 여행은 이곳에서 한층 깊어진다.
다음 연변 기행 ⑧편에서는 봉오동 전투의 현장과 일송정, 그리고 독립운동의 숨결이 살아 있는 화룡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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