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혁
한국 영화 "신세계"를 DVD 로 갖추었다. 최민식, 황정민, 이정재 한국 영화계의 대목들이 모두 나와 열연을 펼쳤다.
누아르 (noir. 범죄나 범죄자들을 다룬 영화) 영화 하면 이 쟝르의 매니아들은 미국영화 “대부”를 압권으로 뽑고 홍콩의 “무간도” 역시 경전으로 뽑는데 “신세계” 역시 한국 누아르 영화들 중에서는 정말로 몇편 안되는 수작으로 꼽을만한 영화였다.
영화 개봉당시 "’대부’나 ‘무간도’의 베끼기다”라는 혹평도 있었었다. 물론 케릭터와 상황설정에서 닮은데가 보인다. 하지만 그로해서 평가절하될 영화가 아니였다.
두 작품에 뿌리를 담그고 있지만 "신세계"는 나름의 시도에 완성도까지 갖춘 작품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캐릭터 하나 하나를 허투루 쓰지 않고 적재적소에 잘 배치하면서 질척하고 잔인한 조폭세계를 투영시켜 인성의 밑바닥까지 파헤친 작품이다.
이제는 진부해질만도 한 소재를 가지고 흥미롭고 섬세한 구성으로 변모시킨 제작진의 로고가 보였다. 하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마음이 편치 못했다. 깡패세계의 잔혹한 쟁투를 실사적으로 묘사한 피로 얼룩진 화면때문이 아니였다. 영화에서 또 한번 조선족 비하가 자행되고있기때문이였다.
영화에 등장하는 조선족은 지난번 물의를 일으켰던 영화 "황해"처럼 또 살인청부업자이다. 우스꽝러운데다 잔혹하기 까지 한 조선족 청부 살인자가 저그만치 넷이나 된다. 그들은 이름조차 없다. 그저 “연변 거지”라 통칭한다.
때자국이 꾀죄죄한 차림새에 시종 멍청한 표정들, 비행기를 처음 타보는듯 공항에서 허둥대고, 남의집 제사집에 가서도 게걸스럽게 상차림의 물건들을 손으로 집어먹는다. 하지만 살인에 들어가서는 네거리에서도 천연덕 스럽게 총질을 하고 녀자를 잡아서는 피투성이로 만들어 드림통에 구겨 넣을만큼 그누구보다 잔혹하다.
조선족은 “코리안 드림”을 안고 새로운 “신 세계”를 꿈꾸며 고국 한국으로 달려 갔다. 하지만 그들이 직면한것은 영화속과도 같은 몰리해와 편견의 세계였다.
“신 세계”에 이어 영화 “숨박꼭질”을 보았다.
“장밋빛 인생”, “추적자”로 조선족 관중들에게도 아주 익숙한 배우 손현주가 나온다니 기대를 하고 보았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도 조선족은 주접스럽기 짝이 없는 몰골의 형상으로 나온다.
봉두란발에 때자국이 꾀죄죄한 얼굴, 카드를 긁을줄 조차도 모르는 얼간이 형상인데 주인공을 몽둥이를 들고 급습하는 장면에서는 여느 조폭 성원 못지않게 몽둥이를 제법 능란하게 휘두른다. 그러다 주인공에게 체면을 수습하기 어렵게 늘씬하게 두드려맞고 온 얼굴이 피투성이가 된다. 바짝 긴장을 머금고 재밌게 보던 스릴러 영화가 우리에게는 그 집중도와 맛을 잃게하는 순간이였다.
2
한국 영화들에서의 조선족의 형상은 영화의 흐름새나 주역의 연기를 위해 잠간 “도구”처럼 쓰인다. 하지만 그 찰나의 등장임에도 어김없이 폄하와 조롱의 대상임을 면치 못한다. 영화에서 조선족이 담당하는 역은 한결같이 청부살인자, 보이스피싱, 창녀가 전부이다. 게다가 용모가 괴상하고 복장이 람루하고 말씨가 어눌한 바보, 못난이, 반편, 얼간이, “쫌 모자란 놈”으로 나온다.
비단 한국의 영화뿐 아니라 개그프로나 버라이트 쇼에서도 그렇게도 많은 연예인들이 조선족의 어눌한 말투를 모사하는것을 특기로 삼고있다. 조선족의 적지않은 관중들이 그들의 열렬한 팬임에도 말이다.
영화 “황해”에서 살인청부업자, 개장수로 봉두란발에 짐승 뼈다귀를 메고 다니는 조선족의 일그러진 형상에 대한 갑론을박의 쟁론이 오래도록 인터넷을 달구었음에도 그 영화 제목을 그대로 따서 만든 개그프로 “황해”에서도 조선족 비하는 여전히 진행, 그 시청률이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소설작품들에서도 조선족에 대한 시선은 곱지 않다.
“테러의 시”라는 소설이 있다. 젊은 녀류작가에 의해 창작된 이 소설에서는 조선족 제니라는 창녀가 등장하는데 “모래로 뒤덮인 황사의 도시의 돼지우리에서 자란” 그녀를 다른 사람도 아닌 아빠가 사창가에 팔아버린다. (돼지우리에서 자란 아이, 자기 친딸을 사창가에 팔아버리는 조선족 아버지, 이런 모습을 조선족의 현실적인 사례에서 찾아볼수 있기나 할가?)
“문명사회의 리기를 폭로한 작품”이라고 한국의 언론과 평단은 이 작품을 정평하지만 “섹스와 폭력을 즉물적으로 묘사하는 장식 없는 문체가 빛나다”는 이 젊은 녀류작가의 작품에서 돼지우리에서 자라, 아비에게 팔려 섹스클럽에서 매춘부가 됐다가, 어느 집 가정부로 일하던중 과외 교사와 눈맞아 도망쳤다가, 술과 마약에 찌들어 살다가, 목사와 눈이 맞아 임신까지 했다가, 실은 그녀의 포주였던 목사에 의해 도로 몸을 팔게 됐다가, 다시금 영국인 애인과 달아난다는 설정의 조선족 녀인을 읽는 조선족의 시선은 편치 못하다. 지극히 편치 못하다. 영화쪽의 담론이니만큼 쟝르의 차이로 소설에 관한 례는 이만 략하기로 한다.
그나마 조선족의 형상이 온전하게 나마 나오는 영화는 “댄서의 순정”이다.
하지만 언니대신 가짜 비자로 한국에 나간 조선족이 그렇게 경쟁력 치렬한 한국의 무용계에서 우승을 차지한다는 개연성 적은 설정은 조선족들과는 거리가 먼, 그저 웃으며 볼수 밖에 없는 “천일야화”속 이야기 같은것이였다. 그런대로 영화가 조선족 관중들에 인기를 얻은것은 “한국의 국민녀동생”으로 불리는 문근영이 잘 소화해낸 연변처녀의 순박하고 진솔한 모습의 연기덕일터이다.
이렇게 한국 사회에 비쳐지는 조선족의 이미지는 지극히 부정적이다.
한 피줄을 나눈 동포이지만 그들의 눈에는 중국 국적을 지닌 외국인이기도 한 조선족은 보듬어 주고 손잡을 존재가 아니라 외려 성가시고 불편한 존재로 되여 버렸다.
잘사는 고국에서 돈 좀 벌어볼 목적으로 고향땅 버리고 한국으로 나가 3D업종을 비롯해 내국인이 기피하는 직종에 몸을 혹사하면서 그 과정에서 믿었던 고국인들과 빚어진 불협화음, 결국은 리념의 차이 그리고 일종의 문화 충돌이 빚어진 결과라 볼수 있다.
영화에서 나오는 몰지각한 조선족들을 현실에서 전혀 찾아 볼수 없는것은 아니다. 하지만 감독들은 왠지 감독이고 보면 너나가 생색을 내며 걸고다니는 그 색안경 너머로 뒤안길에 헤매는 조선족들에게만 조명의 조도를 어둡게 하고 앵글을 삐딱하게 맞추며 음악도 칙칙한 사운드쪽으로 깔아준다.
한국의 영상물들에서 조선족은 주로 돈을 위해서는 범죄도 서슴치 않는 폭력적 존재로 묘사되면서 조선족=범죄라는 잘못된 인식을 갖도록 유도하고 있지만 실제 조선족 범죄는 외국인 전체 범죄 가운데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것은 아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지난해 펴낸 “외국인 밀집지역의 범죄와 치안실태 연구”를 보면 2011년 기준 10만명당 외국인 범죄자 국적별 검거인원은 몽골(7064명)이 가장 많았고 미국(6756명), 캐나다(4124명), 러시아(3785명), 태국(3634명), 파키스탄(2995명), 우즈벡(2986명), 중국(2921명ㆍ조선족 포함) 등이 뒤를 이었다.
그럼에도 범죄 캐릭터에는 조선족이 선두로 그리고 어김없이 단골로 나오는것이다.
영화, 예능프로에서 련이어 이어지는 조선족 비하, 이제는 그 수위를 넘기고 있음에도 영화다, 오락쇼다, 웃음으로 봐달라고 파문을 일으킨 이들은 말한다.
하지만 장난으로 “작은 돌멩이”를 던진 이들은 즐거울터지만 맞는 “개구리”는 얼마나 아픈지를 모른다. 그것도 한두번이 아니라 자주 던지니 개구리”에게는 그 유흥으로 던지는 “작은 돌멩이”가 “흉기”가 될수도 있을터다.
영화들을 보면서 "자기 동포를 조롱과 조소의 대상으로 그냥 삼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던 어느 준절한 댓글이 다시금 떠올랐다.
그리고 이러한 유감과 아픔을 다룬 글들이 인터넷에 떴다하면 곧 그에 대한 갑절로 되는 비하와 조롱의 댓글이 발을 잇는다. 진지한 론의의 장이 아니라 입에 담지 못할, 우리 모두가 꼭 같게 쓰고있는 아름다운 문자에서 가장 험한 단어들만 말짱 골라낸 육두문자, 금칙어들을 동원하여 장대비같은 쌍욕의 세례로 그 작자를 공격한다.
3
물론 조선족에 대해 애정 어린 시선을 담은 영화도 있다.
“녀자 김기덕”이라 불리는 이한나 감독의 영화 “슬리핑 뷰티”에서는 밀입국해 한국의 어느 치벽지 시골에 와서 집주인의 폭력에 으스러져 가는 조선족 처녀의 모습을 련민의 시각으로 그리고있다. 영화는 옴니버스 (omnibus. 몇 개의 독립된 짧은 이야기를 모아 하나의 작품으로 만든 영화나 연극의 한 형식) 형태로 만들어 졌는데 영화 포스터에 조선족 처녀를 내세울만큼 감독이 이 소재에 대한 애착을 볼수있다.
영화에서 집주인의 성침해에 의해 임신한 처녀가 그야말로 미약한 광선아래 거울앞에서 자신의 모습을 멀끄러미 바라보는 장면은 바로 감독의 조선족에 대한 진지한 시선이였다.
김기덕 감독의 제자로 “녀자 김기덕”이 불리는 이한나 감독 말고 진짜 김기덕 감독이 조선족이 등장하는 영화를 만든다고 한다.
영화제작사 김기덕필름이 새로 선보이는 영화 “메이드 인 차이나”가 한창 제작중인데 이 영화에서 작지않은 비중으로 연변처녀가 등장한다고 한다.
김기덕 감독은 그의 거의 전부의 작품이 중국에서 DVD로 출시되고 그 본인도 중국상해 영화제에 장동건과 더불어 초청될만클 중국에서도 지명도가 있는 감독이다. 그의 초기 작품들인 “악어”, “수취인 불명”, “사마리아”등 작품들은 한국의 시중에서 구하기 어려운 반면 아직도 연변의 CD점들에서 손쉽게 구할수 있다.
그 김기덕 감독이 직접 각본을 쓴 이 신작에서 조선족의 영상이 또 어떤 형상으로 비칠지 궁금하다.
김 혁 (金革) 소설가, 언론인 중국 길림성 용정에서 출생 연변대학 조선어문학부 석사연구생 수료. 중국작가협회 회원 연변작가협회 이사, 소설창작위원회 주임 "길림신문", "연변일보"등 매체에서 20여년간 기자로 근무 1985년 단편소설 "피그미의 후손들"로 등단
문학블로그:http://blog.naver.com/khk66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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