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09(목)
 

앞서 말씀드린 책임의식과 연결되는 문제인데....
한국인의 큰 약점 중 하나는, 개인의 책임과 집단의 책임을 혼동하는 일이 많다는 겁니다. 책임의식이 광범위하다보니 벌어지는 일이죠.

"우리 집단의 구성원이 잘못을 했으니, 우리집단이 사과한다"는 것은 미덕이 될 수도 있는 일입니다. 그런데 그게 조금 비틀어져서 한국인은 "저 집단의 구성원이 잘못을 했으니, 저 집단을 징벌하자"는 생각도 가지는 일이 있습니다. 거꾸로, 어떤 집단의 누군가가 아주 괜찮은 일을 행했을 때, 그 영웅 한명때문에 그 집단의 인식이 좋게 바뀌는 일도 있습니다.


이것은 한국인들만의 특징이 아닌, 어느 나라 어느 민족이나 다 마찬가지라고 말하는 분도 있을 것입니다.

틀리지 않은 말입니다. 구약성서에도 그런식의 싸움이 많이 기록되어 있는것을 보면 이것은 인류 공통적인 현상이겠죠. 9.11테러때에도 아랍사람들을 경계하는 움직임이 있었던 것을 보면 더욱 분명합니다. 유럽에서도 오씨, 베씨, 발롱슈바인, 플레멩꼬숑, 기타등등 명칭으로 대표되는 여러가지 지역감정이 있습니다. 생각해보면 이것은 한국인들만의 유별난 단점은 아니라고 봐야죠.

그러나 바꾸어 생각해 보면, "인류 공통적인 단점이기 때문에 한국인도 예외 아니다"라고 생각할 수 있을겁니다. 이래저래 한국인들은 개인과 집단의 책임범위를 혼동하는 일이 있습니다.

저는 이 얘기를 하면서 두가지를 먼저 강조하고 시작하겠습니다.


첫째는,개인과 집단을 혼동하는 습관은 세계 어느나라나 마찬가지기 때문에, 한국인도 마찬가지라는 것. 둘째는,개인과 집단을 혼동하는 습관은 세계 어느나라나 마찬가지기 때문에, 조선족 여러분은 그 습관을 어느정도 인정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 습관을 옳고 정의로운것이라고 칭찬하라는게 아니라, 그 습관이 어쩔수 없는 현실이라고 인정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건 안됐지만 조선족이 이해해야 할 몫입니다. 한국인도 외국에 나가서 유색인종이라는편견을 받을때 그것을 좋다고 말하진 않을망정, 어쩔수 없는 난점이라고인정하고 그 악조건 속에서 해법을 찾아가니까요.

(여러분이 한 건물의 경비책임자라고 생각해 보세요. 세상에는 도둑이 많습니다. 사람들이 사는 세상에는 도둑이 어쩔수 없이 있게 마련입니다.

도둑질이 옳고 좋은것이라고 칭찬할 수는 없지만, 도둑이 현실에 있다는것은 부정할 수 없으니, 여러분은 도둑을 원망하기보다도둑이 들지 못하도록 문을 잘 잠그고, 방범카메라를 설치하고, 경비원이 순찰을자주 돌게끔 조치할 것입니다. 그런 의미죠)


옛날에 일본에서 한신대지진이 벌어졌을 때, 한국 지하철에서 신문을 팔던 사람이 "기분 좋은 뉴스입니다! 일본에서 지진이 나서 쪽발이(일본인을 비하해서 부르는 호칭) 수천명이 죽었습니다!"라고 소리치며 신문을 팔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현장의 한국인들은 (박수치며 웃지는 않았지만) 그냥 무덤덤하게 있었다고 합니다. 일본인들이 죽어서 즐겁다는 말에 큰 문제를 느끼지 않았다는 것이죠.

일본의 과거 악행을 반성할 줄 모르고 과거 악행을 합리화하는 일본인은 미워해야 하지만, 지진이라는 자연재해는 그런 나쁜 일본인만 골라서 죽인게 아니었을텐데 무고한 일본인이 죽은것에 대해서도 별로 안타까움을 느끼지 않았다는 겁니다. 안타까와 하지 않는거야 큰 허물이 아니지만, 무고한 일본인의 죽음을 즐거운 일이라도 되는 것처럼 얘기하는 것에 거부감을 갖지 않았다는 것은 잘못이라고 봐야 합니다.


이것이 한국인의 사고구조 중 크게 곤란한 약점이지요. 조선족이 저지른 범죄를 보고서 조선족 전체에 유감을 갖는것도 마찬가지로 곤란한 일입니다. 그러나 한국인들은 쉽게 그런 편견을 갖는일이 많습니다. 한국인과 조선족이 사이가 나쁜 이유중에는, 이러한 한국인들의 편견도 있습니다.

이것은 앞서 말한 광범위한 책임의식이 "개인의 잘못에 대해, 집단이 연대책임을 지는 것이 정상"이라는 생각으로 발전하게 된거라고 봐야 합니다. 지나친 것은 모자람만 못하다는 말이 있는데, 이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시집간 딸이 실수한 것에 대해서 그 딸의 친정집이 미안해하는 것은 보기좋은 미덕이지만, 그것이 지나쳐서 우리 집 며느리가 실수했으니 그 책임소재를 사돈집에 청구하자고 나선다면 그것을 옳다고 할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2차대전 이후 한참 지난 뒤의 독일 정권은 사실상 유태인 학살에 대한 책임이 없습니다. 하지만 독일은 아직까지도 유태인 학살에 대한 미안함을 숨기지 않고 있고, 최근에도 나치정권에 적극협력한 전범을 기소하고는 했습니다. 유태인 학살은 한두명이 개인적으로 범한 범죄가 아니라 독일과 독일 국민의 이름으로 벌어진 범죄였기 때문입니다. 이런 것은 개인이 아닌 집단에 책임을 물어야 하는 문제입니다.

반면에 요번의 수원 살인사건은 집단에 책임을 물을 일이 아니라 개인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는 일인 것이죠. (조선족이 공식적인 행동지침을 확정하여 한국인을 공격한 일이 아니니까요)


결국 한국인이 가지고 있는 "개인과 집단의 책임소재 혼동"은 여러가지로 곤란한 악조건이라는 말인데, 이것을 역으로 이용하여, 글의 처음에 얘기한 것과 같은 "조선족으로서 친절한 모습을 보임으로서 조선족 전체의 명예를 높이는"일을 생각해보면 해법이 나올것 같습니다.


돈이 많이 드는 호의는 도리어 별로 도움이 안되겠고, 일상 생활 속에서 행할 수 있는 작은 친절을 베풀면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한국 노인이 무거운 짐을 들고다녀서 힘들어할때 횡단보도 건널때까지만 짐을 들고 도와주는 것도 방법이 되겠고, 그러자니 도둑으로 오인받을까봐 꺼려진다면,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노인이나 임산부에게 웃는 얼굴로 자리를 양보하는 것도 방법이지요.
직장에서도 그런 작은 친절을 실천하면, 조선족에 대한 시각이 바뀔수 있을 것입니다.

혹시 중국에 갈 일이 있다면, 중국 공항에서 말이 통하지 않아 난처해하는 한국인에게 중국어로 통역을 해주면서 곤란함을 해결해 주는것도 멋있는 일일 것입니다. (조선족은 중국어에 당연히 능통하게 마련인데, 이 점은 엄청난 강점입니다)
전화를 할 때에도 친절히 얘기하고, 중국에 갈 일이 있는 한국인에게 조심해야 할 점 및 중요한 점을 조언해 주던가 하는 방법도 있을 것입니다.


"집단에 대한 편견"이라는 것은 생각보다 아주 무서운 것입니다. 나중에 한번 써보겠지만, 같은 한국인끼리도 영남-호남간에 사이가 좋지 않아서 호남 사람들이 편견 및 지역차별때문에 부당한 어려움을 겪는일이 많은데 (이 현상은 한국인-조선족을 설명할때 많은 참고가 됩니다) 이런 편견이 한번 만들어지게 되면, 어떤 행동을 해도 다 부정적인 결론이 만들어지게 됩니다.

쉽게 말해서, 곤란에 처한 사람을 안 도와주면 인정이 없다고 싫어하고, 그 사람을 도와주면 위선을 부린다고 싫어한다는 것이죠. 실제로 호남 사람들이 호남향우회같은 것을 만들어 어울리면 자신들끼리만 논다고 싫어하고, 호남사람들이 그런것을 안 만들면 자기끼리도 단결하지 못해서 싫다고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정말 난처하기 짝이 없는 상황입니다.

이렇게 어차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상황이라면, "세상 누구에게 얘기하더라도 떳떳한 모습"을 견지하는 것이 해법이 될 것입니다. 친절해도 욕먹고 불친절해도 욕먹는다면 친절을 택하는 것이 해법이라는 것입니다. 불친절은 정당화하기 어렵지만, 친절은 정당한 명분을 만들수 있으니까요.


다음번에는, (이번 글과 크게 주제가 다르지는 않는데) 한국인이 조선족에게 갖는 우호적이지 못한 시각이, 사실은 조선족에게만 비우호적인게 아니라 한국인과 한국인 사이에서도 벌어지는 현상이라는 점을 써 보겠습니다.

박성인 kenwo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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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과 조선족 왜 사이가 나쁠까 (3) - 개인과 집단간의 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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