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건을 열람한 민주당 소속 연방 하원의원들은 엡스타인이 단독 범행자가 아니라, 국경을 넘는 조직적 성 착취·인신매매 네트워크의 중심에 있었다는 정황이 구체적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민주당 연방 하원의원 재러드 모스코비츠는 “오늘 내가 본 것은 전 세계적으로 연결된 성매매 조직이었다”며 “다른 국가의 인물들이 엡스타인을 위해 미성년자를 물색하고 유인·납치했다”고 말했다. 그는 “공범에는 남성과 여성 모두가 포함돼 있었다”고 덧붙였다.
모스코비츠 의원은 해당 문건에 사진과 실명이 등장하며, 문자메시지와 이메일을 통해 ‘아이들을 보내겠다’, **‘소녀들을 넘기겠다’**는 식의 노골적인 논의가 오갔다고 전했다. 그는 “문건에는 다른 나라 출신의 10대뿐 아니라 아주 어린 아이들까지 등장한다”며 “이들이 체계적으로 표적화돼 ‘고객’에게 넘겨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를 두고 “말 그대로 구역질이 날 정도”라고 표현했다.
또 다른 민주당 연방 하원의원 제이미 래스킨은 “열람한 문건에는 9세 여자아이에 대한 논의가 포함돼 있었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법무부가 미삭제본이라고 설명했지만, 여전히 많은 이름과 정보가 가려져 있다”며 추가 은폐 가능성에 우려를 나타냈다.
래스킨 의원은 “삭제된 이름들 가운데는 명백히 피해자가 아닌 인물들도 포함돼 있다”며 “사건의 전모가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민주당 하원의원 로 카나 역시 “우리가 본 문건에도 여전히 공백이 많다”며 “이 스캔들은 여러 나라에 충격을 주었고, 미국 사회에도 막대한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뉴욕타임스는 12일자 분석 기사에서 “이 문건들은 정치·경제·학계·연예계에 걸친 책임지지 않는 엘리트 집단의 은밀한 활동을 가차 없이 드러낸다”고 평가했다. 신문은 “엡스타인은 자신이 속한 지배 엘리트 계층의 보호 속에서 범죄를 지속했으며, 그 대가로 돈과 인맥, 호화 파티, 전용기, 비밀 섬, 일부 경우에는 성적 서비스까지 제공했다”고 전했다.
미국 밴더빌트대 역사학 교수 니콜 해머는 “엡스타인 스캔들에 대한 보도는 이미 수년간 이어져 왔지만, 엘리트 계층이 그의 세계 안에서 얼마나 깊이 공모했는지를 보여주는 수준에는 여전히 대중이 충격을 받고 있다”며 “이번에야말로 그 부패의 규모가 온전히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엡스타인 사건이 해외 소셜미디어에서 확산되는 과정에서 가십과 선정적 서사에 초점이 맞춰지며, 제도와 권력 구조에 대한 근본적 질문이 희석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일부 평론가들은 “문제를 ‘몇몇 나쁜 개인’으로 축소하고, 그들을 가능하게 한 제도적 토양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는 것은 서방 언론과 미국 정치 생태계가 반복해 온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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