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내셔널포커스] 미국과 이란이 오만과 제네바에서 두 차례 간접 협상을 벌였지만 핵심 쟁점에서 접점을 찾지 못한 채 협상은 교착 상태에 빠졌다. 외교는 공전하는 반면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 수위는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 정도 압박에도 왜 이란이 아직 굴복하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는 미 행정부 고위 인사의 발언이 공개되며, 상황은 한층 더 날카로워지고 있다.
미 중동 특사 스티브 위트코프는 21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인식을 전하며 “대통령은 선택지가 많다는 점을 알고 있다”며 “좌절이라는 표현은 쓰고 싶지 않지만, 왜 이란이 아직도 미국 쪽으로 와서 입장을 바꾸지 않는지 궁금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서아시아 전역에 해·공군 전력을 대규모로 배치한 상황에서도 이란이 ‘무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선언조차 하지 않는 점을 트럼프 대통령이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그 지점까지 끌어내는 것이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위트코프는 미국의 대이란 협상 레드라인도 분명히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에 앞서 이미 원칙을 정해뒀으며, 그 핵심은 우라늄 농축 ‘제로(0)’라는 것이다. 그는 “이란은 모든 핵 물질을 반환해야 하며, 현재 이란의 우라늄 농축 수준은 민간용을 훨씬 넘는 60%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무기급 핵물질 확보까지 걸리는 시간은 일주일도 채 안 될 수 있다”며 “이는 극도로 위험하고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외교의 시한을 직접 제시하며 군사적 압박을 노골화하고 있다. 그는 19일 “앞으로 10~15일 안에 외교를 계속할지, 군사 행동에 나설지를 결정하겠다”며 “그게 거의 한계”라고 말했다.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이란에 매우 불행한 일이 있을 것”이라는 경고도 덧붙였다. 이튿날에는 이란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초기적이고 제한적인 군사 타격’ 가능성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뉴욕타임스는 같은 날 카타르 알우데이드 공군기지에서 미군 병력 일부가 철수한 반면, 요르단 무와파크 살티 공군기지에는 이란 타격에 활용될 핵심 전력이 배치됐다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단기 충돌이 아닌 장기 분쟁 가능성까지 염두에 둔 포석으로 해석하고 있다.
로이터는 트럼프 대통령의 일련의 발언과 조치가 미국을 이란과의 전쟁 문턱까지 몰아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또 다른 해외 전쟁에 대한 미국 내 여론 지지가 낮고, 경제 이슈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군사적 긴장 고조는 상당한 국내 정치적 리스크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란도 전시 체제에 준하는 대비에 들어간 모습이다.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는 군사 공격이나 암살 상황에서도 국가가 유지될 수 있도록 권한을 핵심 측근들에게 분산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뉴욕타임스는 전 국회의장 알리 라리자니가 사실상 국정 운영을 주도하고 있으며, 대통령 마수드 페제시키안의 역할은 크게 축소됐다고 보도했다. 라리자니는 러시아 등 동맹국과의 조율은 물론, 카타르·오만 등 역내 국가들과의 외교, 미국과의 핵 협상 감독까지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내부에서도 이번 협상에 대한 회의론은 짙다. 비영리단체 ‘이란의 핵무장 반대 연합’의 제이슨 브로드스키 정책국장은 “트럼프 행정부 내부에서는 이 협상이 실질적 성과를 낼 것이라는 기대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외교는 이란 지도부에 선택을 강요하는 동시에 미군 배치를 마무리하기 위한 시간 벌기 성격이 강하다”며 “이란은 우라늄 제로 농축이나 핵시설 해체, 탄도미사일 제한 같은 트럼프의 요구를 받아들일 의사가 없다”고 분석했다. ‘민주주의 수호 재단(FDD)’의 베흐남 벤 탈레블루 선임연구원도 “미국은 핵무장 이란도, 중동의 장기전도 원치 않지만 전쟁 준비는 이미 끝낸 상태”라며 “군사 타격의 최종 정치적 목표가 불분명한 이 모호성 자체가 트럼프식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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