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내셔널포커스] 미국과 이스라엘이 시작한 대이란 군사 충돌이 한 달 가까이 이어지면서 국제 질서 변화 가능성에 대한 논의가 확산되고 있다. 당초 단기간에 끝날 것으로 예상됐던 전쟁이 장기화되자, 미국 중심 질서의 균열과 함께 다극화 흐름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7일 중국 매체 관찰자망에 따르면, 장웨이웨이 푸단대 중국연구원장과 세르비아 전 외교장관 부크 예레미치는 최근 대담에서 “미국 중심 질서는 점진적으로 약화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으며, 중견국과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두 인사는 미국 패권이 단기간에 붕괴되지는 않겠지만, 영향력 변화는 이미 시작된 흐름이라는 데 공감했다. 예레미치는 역사적으로 제국은 전면전이 아닌 이상 급격히 무너지지 않는다고 설명하면서도, 현재 중동 상황이 과거 수에즈 위기와 유사한 측면을 보인다고 평가했다. 당시 영국과 프랑스가 중동 주도권을 잃었던 사례처럼, 미국 역시 장기적으로 영향력 축소를 겪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 전쟁에서 드러난 가장 큰 변화로는 ‘중견국의 역할 확대’가 꼽힌다. 예레미치는 이란을 사례로 들며, 지역 강국이 글로벌 에너지 시장과 금융 흐름에 미치는 영향력이 과거보다 커졌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중동 긴장이 고조되면서 국제 유가와 공급망이 즉각 반응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전쟁 양상의 변화도 주요 변수로 지목된다. 저가 드론과 사이버 공격 등 비대칭 전력이 확산되면서 기존 군사력 중심 질서의 우위가 상대적으로 약화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비교적 낮은 비용의 공격 수단을 방어하기 위해 더 큰 비용이 투입되는 구조는 장기적으로 강대국에도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변화는 외교 전략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특정 진영에 의존하기보다 다양한 국가와 동시에 협력하는 다변화 외교가 확산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으며, 미국 중심 동맹 구조에 대한 신뢰도 역시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제 질서의 또 다른 변수로는 에너지 구조 변화가 거론된다. 장웨이웨이는 과거 영국이 석탄, 미국이 석유를 기반으로 패권을 구축해 왔다고 설명하며, 향후에는 재생에너지와 전력이 중요한 기반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예레미치 역시 세계 경제가 여전히 석유 의존도가 높은 상황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전력 중심 구조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이번 중동 위기가 핵 확산 문제를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예레미치는 국가 간 안보 격차가 확대될 경우 일부 국가들이 핵 보유를 고려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는 국제 비확산 체제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 질서 재편 과정에서 금융 시스템 역시 핵심 변수로 꼽힌다. 그는 현재 글로벌 금융 구조가 달러 중심 체제로 유지되고 있는 만큼, 새로운 질서 형성에는 일정한 제약이 따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동시에 대안 금융 체계에 대한 논의가 확대될 가능성도 언급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중동 전쟁이 단순한 지역 분쟁을 넘어 국제 질서 변화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 중심 질서가 유지되는 가운데서도, 중견국과 글로벌 사우스의 영향력이 확대되며 세계는 점진적으로 새로운 균형을 향해 이동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평가다.
BEST 뉴스
-
모디가 두 번 물었다 “괜찮아요?”…시진핑 ‘건강 이상설’ 영상 확인해보니
▲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2일 뉴델리에서 열린 제18차 브릭스 정상회의를 계기로 회담하고 있다. [사진=중국 [인터내셔널포커스]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의 건강 이상설이 다시 확산하고 있다. 인도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브릭스(BRICS) 정상회의 연... -
미중 정상회담, 무엇을 얻었나…새 합의 나왔지만 남은 숙제 더 크다
▲ 2026년 9월 24일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집무실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양국 주요 참모들과 함께 참석하고 있다. 중국 측에서는 왕이 외교부장과 허리펑 부총리, 미국 측에서는 JD 밴스 부통령과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스콧 ... -
영화가 역사를 다시 쓸 수 있나…‘암살자(들)’이 던진 불편한 질문
[인터내셔널포커스] 추석 극장가에서 흥행한 영화 한 편이 스크린 밖에서 더 시끄럽다. 허진호 감독의 ‘암살자(들)’이다. 지난 23일 개봉한 이 영화는 1974년 8월 15일 광복절 기념식장에서 벌어진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끌어왔다. 당시 문세광이 박정희 대통령을 향해 총을 쐈고 육 여사가 총탄에 맞아 숨졌다. ... -
러시아 제재까지 낮춘 미국…우크라이나보다 급해진 기름값
▲ 러시아산 경유 거래에 대한 미국의 한시적 제재 완화로 에너지 공급과 대러 압박 정책이 새로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사진은 정유시설과 유조선을 표현한 이미지. (인터내셔널포커스) [인터내셔널포커스] 미국이 러시아를 압박하기 위해 막아놓았던 경유 거래를 한시적... -
매립 끝낸 중국, 이제 활주로로…남중국해 ‘새 거점’ 윤곽
[인터내셔널포커스] 남중국해 파라셀군도의 앤털로프 리프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대규모 매립이 진행된 데 이어 최근에는 활주로로 추정되는 구역의 공사가 뚜렷해졌다. 바다를 메워 땅을 넓히던 단계에서 항공기 운용을 염두에 둔 기반시설 조성으로 넘어가는 모습이다. 9월 25일 촬영된 상업위성 사진... -
중국에 등록된 아리랑·판소리…문화유산 보호인가, 문화공정인가
[인터내셔널포커스] 아리랑과 판소리, 김치 제조기술, 추석 풍습까지. 한민족의 삶 속에서 이어져 온 전통문화가 중국의 국가급 무형문화유산에 등록된 사실이 다시 논란을 낳고 있다. 중국은 자국 내 조선족이 계승해 온 문화를 보호한다는 입장이지만, 문화유산의 전승과 역사적 기원을 둘러싼 시각차는 여전히 남아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