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내셔널포커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가 25일 중국 베이징에 도착했다. 지난해 5월 취임 이후 첫 방중이다. 음력 말해(馬年) 들어 중국을 찾은 첫 외국 정상으로, 미·유럽 동맹 관계의 균열과 독일 경제 침체 속에서 독일의 대중(對中) 정책을 재조정하려는 행보로 해석된다.
메르츠 총리는 방중에 앞서 중국 문제 전문가들과 별도 만찬을 갖고 조언을 들은 것으로 전해졌다. 독일 주간지 슈피겔은 “성급한 성향으로 알려진 메르츠가 두 시간 넘게 질문을 이어가며 메모했다”며 “전임 숄츠 총리보다 훨씬 진지하게 경청했다는 평가가 나왔다”고 전했다.
이번 방중에는 바이엘, 폭스바겐, 지멘스, 아디다스, 메르세데스-벤츠, 에어버스 등 독일 주요 기업 최고경영진이 대거 동행했다. 독일 언론은 메르켈 전 총리 시절 이후 최대 규모의 경제 사절단이라고 평가했다. 메르츠 총리는 베이징에서 중국 지도부와 회담한 뒤 항저우로 이동해 중국 로봇 기업 유니트리(宇树科技)를 방문할 예정이다.
메르츠 총리는 출국에 앞서 “중국과의 디커플링은 잘못된 선택이며, 독일의 경제적 기회를 스스로 제한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은 이미 세계 강대국으로 부상했으며, 베이징의 참여 없이는 주요 국제 현안을 해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블룸버그는 “대중 강경 노선으로 알려졌던 메르츠가 보다 실용적인 접근으로 선회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중국 사회과학원 유럽연구소장 펑중핑은 “독일 정치권에 확산된 ‘디리스킹’ 담론 속에서 실제 위험과 상상된 위험을 구분하는 논의가 필요하다”며 “무차별적인 디리스킹은 양국의 정상적인 협력을 가로막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독일 연방통계청에 따르면 2025년 중·독 교역액은 2,518억 유로로, 중국은 미국을 제치고 다시 독일의 최대 교역국이 됐다. 그러나 독일 내에서는 제조업 침체의 원인을 ‘중국 충격’으로 돌리는 시각도 점차 확산되고 있다.
전 중국 EU상공회의소 의장 요르그 부트케는 최근 기고문에서 “과거 독일 기업은 중국 산업의 ‘멘토’ 역할을 했지만, 중국은 신에너지·인공지능·기계 분야에서 빠르게 추격해 이제는 경쟁자로 부상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독일은 중국이 더 이상 ‘학생’이 아니라 세계 산업을 이끄는 주체 중 하나라는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독일 기업들의 대중 투자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독일 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독일의 대중 투자는 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코노미스트는 “독일 기업들이 중국의 공급망과 연구개발 역량을 활용하는 ‘현지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독일 정가에서는 메르츠 총리의 대중 노선을 둘러싸고 평가가 엇갈린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메르츠가 매파적 성향과 산업계의 요구 사이에서 균형을 모색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측 전문가들은 이번 방중이 중·독 관계의 근본적 전환점이 되기는 어렵지만, 최소한 관계 안정에는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펑중핑은 “대화가 없으면 모든 것이 위험으로 보이게 된다”며 “고위급 교류는 협력 공간을 지키는 최소 조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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