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내셔널포커스] 미국 정부가 중국 인공지능(AI) 모델에 대한 대대적인 검증에 나서겠다고 밝히면서 미·중 AI 패권 경쟁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무역과 반도체를 넘어 AI 모델의 지식재산권(IP) 문제까지 양국 갈등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21일(현지시간) 폭스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오픈소스 AI 모델을 면밀히 조사해 미국 기업의 지식재산권을 침해했는지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은 오픈소스 AI 발전 자체를 반대하지 않는다"면서도 "미국 기업의 기술을 무단으로 활용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제재를 포함한 대응에 나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 발언은 최근 중국 AI 기업들이 잇달아 고성능 오픈웨이트(Open-weight) 모델을 공개하며 존재감을 키우는 가운데 나왔다. 특히 중국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낮은 비용으로 성능을 끌어올리면서 미국 빅테크 중심의 AI 경쟁 구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정부가 주목하는 부분은 이른바 '증류(distillation)' 기술이다. 이는 성능이 뛰어난 AI 모델의 출력 결과를 학습 데이터로 활용해 새로운 모델을 개발하는 방식이다. 미국 AI 기업들은 일부 중국 기업이 자사 모델의 결과물을 무단 활용해 경쟁력을 확보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중국 기업들은 관련 의혹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베선트 장관은 미국 정부가 일부 중국 AI 모델에서 미국 대형언어모델(LLM)의 '워터마크' 흔적을 발견했다고 주장하며 "향후 수일 또는 수주 안에 본격적인 조사가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구체적인 조사 대상이나 기술적 근거는 공개하지 않았다.
그는 또 중국 AI를 사용하는 기업들이 고객에게 해당 사실을 공개해야 하는지 여부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하며 "가짜 제품을 정품처럼 사용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같은 날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도 CNBC 인터뷰에서 중국이 불공정한 방식으로 AI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 기업들이 공정한 경쟁 환경에서 기술 혁신을 이어갈 수 있도록 관련 동향을 면밀히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움직임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올해 AI 기술 보호를 국가 전략 과제로 삼고 있는 것과도 맞닿아 있다. 미국 정부는 첨단 반도체 수출 통제에 이어 AI 모델과 알고리즘, 데이터 활용 방식까지 관리 범위를 확대하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AI 경쟁이 이제 반도체와 클라우드 인프라를 넘어 학습 데이터와 모델 구조, 지식재산권 보호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향후 미국의 조사 결과와 대응 수위에 따라 미·중 AI 경쟁은 물론 글로벌 AI 산업의 규제 환경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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