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내셔널포커스] 냉전시대 미국과 소련이 벌였던 ‘하늘의 속도 경쟁’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미국의 SR-71 ‘블랙버드’와 러시아의 MiG-31 ‘폭스하운드’가 마하 3에 가까운 초고속 비행 능력을 보여준 가운데 중국의 대표적인 스텔스 전투기 J-20의 속도에도 관심이 쏠린다.
다만 단순한 숫자 비교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세 항공기는 개발 목적과 세대부터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가장 상징적인 기체는 미국의 SR-71이다.
1960년대 개발된 SR-71은 적진 깊숙이 침투해 정보를 수집하기 위한 고고도 전략정찰기로, 일반적인 전투기가 아니다. NASA에 따르면 마하 3.2 이상으로 비행할 수 있도록 설계됐으며 1976년에는 약 시속 3530㎞의 공식 기록을 세웠다.
빠른 속도와 높은 비행고도 자체가 생존수단이었다. 적 전투기나 미사일의 위협을 받으면 압도적인 속도로 위험지역을 벗어나는 개념이었다.
소련은 이에 맞서 초고속 요격기 개발에 나섰다.
대표적인 기체가 MiG-25와 이를 발전시킨 MiG-31이다. 1981년 실전배치된 MiG-31은 광대한 소련 영공으로 접근하는 정찰기와 폭격기, 순항미사일 등을 장거리에서 탐지하고 요격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MiG-31의 고고도 최고속도는 마하 2.83, 약 시속 3400~3500㎞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미 육군 자료 역시 고고도 속도 제한을 마하 2.83으로 제시한다.
그렇다면 중국은 얼마나 빠를까.
중국의 대표적인 5세대 스텔스 전투기 J-20의 정확한 최고속도는 공개적으로 확정돼 있지 않다. 일부 자료에서는 마하 2를 넘어서는 속도가 거론되지만 엔진과 기체 버전에 따라 추정치도 엇갈린다. 미 공군 산하 중국항공우주연구소는 J-20이 약 마하 2.0의 속도를 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숫자만 놓고 보면 냉전시대 SR-71이나 MiG-31보다 느린 셈이다.
하지만 이를 곧바로 항공기 성능의 우열로 연결하기는 어렵다.
SR-71과 MiG-31이 탄생했던 냉전시대에는 높은 고도와 빠른 속도가 생존성과 요격 능력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였다. 반면 현대 공중전에서는 레이더에 얼마나 늦게 탐지되는지, 적을 먼저 발견할 수 있는지, 장거리 미사일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운용하는지가 더욱 중요해졌다.
J-20 역시 최고속도 기록을 깨기 위한 항공기가 아니라 스텔스와 장거리 탐지·공격 능력을 결합한 전투기로 개발됐다.
결국 미·러·중 군용기의 속도 경쟁은 항공전의 변화를 보여준다. 냉전시대에는 ‘누가 더 높고 빠르게 나는가’가 핵심이었다면, 스텔스 시대에는 ‘누가 먼저 발견하고 먼저 공격하면서 자신은 늦게 노출되는가’가 승부를 가르는 요소로 바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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