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내셔널포커스] 한국 정부가 호르무즈 해협의 항행 안전을 위한 군사적 기여 방안을 검토하는 가운데 이란이 한국을 향해 공개 경고에 나섰다. 미국의 동맹국 참여 압박까지 이어지면서 호르무즈 문제가 한미동맹과 한·이란 관계를 동시에 시험하는 외교·안보 현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영국 가디언과 파이낸셜타임스(FT), 알자지라 등 외신에 따르면 한국 정부는 호르무즈 해협의 자유로운 항행을 지원하기 위한 군사적·비군사적 기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국 대통령실은 국제사회와 실질적인 기여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파병이나 군사자산 투입이 결정됐다는 보도에는 선을 그었다. 대통령실은 “아무것도 결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거론되는 선택지에는 P-8A 포세이돈 해상초계기와 해군 군수지원함 등의 파견이 포함돼 있다. 다만 군사적 기여가 이뤄지더라도 한반도 군사대비태세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여야 한다는 것이 정부 입장이다.
이란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이란 반관영 ISNA에 따르면 이란의 한 고위 정치·안보 당국자는 레바논 알마야딘 방송에 한국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란을 상대로 행동할 경우 이를 이란에 대한 직접적인 군사적 공격이자 전쟁 참여로 간주하겠다고 경고했다.
이 당국자는 한국이 미국의 압력에 굴복해 자국의 이익과 명성을 희생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내놨다. 다만 이번 발언은 이란 정부의 공식 성명이 아니라 익명의 고위 당국자가 밝힌 내용이다.
미국은 한국에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요구하고 있다. FT는 미국의 압박이 커지는 가운데 한국이 호르무즈 해협에 군사력을 투입할지를 놓고 어려운 선택에 직면했다고 전했다.
한국으로서도 호르무즈 해협의 안정은 핵심적인 국가 이익이다. 중동산 원유 등 주요 에너지 수입 물량이 이 해역을 통과하기 때문에 장기간의 통항 차질은 국내 에너지 안보와 경제에 직접적인 부담이 될 수 있다.
반면 군사자산을 현지에 투입하면 감시나 군수지원 등 비전투 임무에 한정되더라도 이란이 이를 미국의 군사행동에 대한 지원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
새로운 해외 파병을 추진할 경우 국내 법적·정치적 절차도 쟁점이다. 현재 정부의 검토는 국회에 파병 동의를 요청하는 단계까지 진행되지는 않았다.
결국 호르무즈 문제는 한미동맹과 에너지 안보, 대이란 관계, 한반도 군사대비태세와 파견 장병의 안전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고차방정식이 됐다.
미국은 한국의 역할 확대를 요구하고 이란은 자국을 상대로 한 군사행동을 전쟁 참여로 간주하겠다고 경고하면서 한국 정부가 어떤 수준의 호르무즈 기여안을 선택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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